8. 추억할 수 있어 좋은 시절들

친구의 엽서를 받고

by 김이불

지난 주말 친구네 집에 놀러 갔다가 지갑을 두고 왔다. 친구의 다급한 전화에 아 그랬어? 그냥 택배로 보내달라고 하니, 왜 이렇게 느긋하냐고 웃는 것이다. 왜냐면 재택근무를 하고 있고, 당장 지갑을 쓸 곳이 없거든!


어제는 친구가 보내준 택배가 도착했는데 지갑 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었다. 강아지 간식과 함께 향기 나는 엽서. 뜻밖의 선물이 좋았지만 그중에서도 나는 친구의 글씨체가 가장 반가웠던 것 같다.


대학 시절에는 내내 보았던 글씨인데.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보니 그게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는 것이다. 심지어 졸업한 지 벌써 6년이 넘었는데. 왜 그 포인트에서 세월을 가늠하냐 싶지만.


학교를 다닌 시간보다 직장인으로의 시간을 더 보낸 지금. 학생의 시절은 그토록 선명한데 비해 직장인의 시간은 더 길었는데도 또렷하지가 않다. 그냥 하루하루 쳐내기 바빴던 시간들이었나.


뚜렷이 한 게 없는 대학시절보다 더 뚜렷하게 무언가를 한 지금의 인생이 이토록 더 심심할 일인가 싶다. 그때는 그저 좋은 곳에 취직해서 돈을 벌면 모든 게 이루어질 것만 같긴 했었지.


좋은 시절이었다. 이렇게 추억하니 좋은 시절이었겠지. 리포트를 쓰다가 머리를 싸매고 연신 이마에 손을 짚던 나날들. 미래가 손에 잡히지 않아 연신 불안해했던 나날들. 그래도 그때가 좋은 때라는 걸 그때도 알고는 있었는데 말이다.


아마 무수히 많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빛났을 거다. 그리고 색채가 좀 빠진 이 무미건조한 나날들도 몇 년 후에는 빛나는 것처럼 느껴질 어느 순간들을 위해. 기록한다. 나이가 드니까 좋은 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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