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네가 코인이라면 난 존버야

모두 제각각의 속도로

by 김이불

서른 하나가 되고 보니 이제야 주변 친구들이 정말 다양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다. 사회 초년생일 적에는 사실 모두가 거의 비슷한 신입이었고 회사에서 좌충우돌 생활하며 비슷한 결의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런데 이제는 친구들이 다 각각 자리를 더 확고히 잡고 자신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걸 보면서 이제 우리는 정말 많은 길을 다르게 걸어왔구나 싶다. 그리고 요새는 그게 더 체감이 되는 때이고.


나라면 못했을 텐데, 나라면 버티지 못했을 텐데. 어려운 일을 척척해내는 친구들을 보면서 알 수 없게 작아졌던 마음들. 남들이 보기에 나는 졸업하자마자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대외적으로 좋아 보이는 직장에 다니고 결혼도 한, 조금은 탄탄대로의 인생을 사는 것처럼 보인다면 아직도 마음 깊숙한 곳에서는 스스로가 제자리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노력을 하지 않은 건 아닌데. 나도 부단히 애쓰며 살아왔는데도.


요샌 자신만의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보면 부럽다. 예전엔 질투가 났다면 그냥 부럽다. 나이를 따지긴 싫지만 내가 저 나이가 되면 저 발끝 정도는 쫓아갈 수 있을까, 하면서 좌절하기도 하고 그 사람의 나이에는 내가 지금 이룬 게 뭘까 하며 탓하기도 한다.


대학교만 가면 탄탄대로 일 것 같던 시절, 직장만 잡히면 모든 게 잡히고 결혼까지 하면 더 안정될 것이라고, 우리 사회는 각각의 단계를 말한다. 그리고 대학가도 저절로 살이 빠지거나 이성친구가 생기지 않는다는 것을 이제는 모두가 알지 않나. 단계를 거치면 거칠수록 정말, 뭐, 없다.


한 친구는 졸업 후 자기 분야의 일에만 매진하고 있는데 최근엔 정말 포기하고 싶었다고 한다. 친구의 가능성을 믿는 나로서는 청천벽력이 아닐 수 없었지만 그렇다고 마냥 응원만 해줄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래도 나는 몇 년 후 가장 성장해있을 건 너라고 말해주었다. 존버 짤을 보내주면서. 네가 코인이라면 난 존버야.


모두 각자의 속도가 있지. 지금은 다른 친구가 선두에 있는 걸로 보이지만 인생은 길고 평가는 나중에 해도 늦지 않는다. 내가 가진 모든 게 앞서 있는 것처럼 지금은 취해있을지언정 이게 영원 할리는 만무하다. 인생은 정말 한 치 앞도 모르는 거니까. 다 각자의 속도가 있지. 그리고 그 평가 또한 의미 없는 것일지 모른다.


나는 영원히 직장인 일리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지금 당장 실체는 없지만 언젠간 내 가치를 발하는 일을 하게 될 거라고. 그게 뭐든지 간에. 결국 내 코인도 존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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