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다

by 김이불

오랜만에 글을 쓴다. 그간 너무 정신없이 바빴던 탓에 글을 쓸 수가 없었다. 사실 핑계라면 핑계일 수도 있지만. 한 달이 넘는 시간 남짓 나에겐 굉장히 많은 변화가 생겼고 그걸 글로 풀어보려고 한다.


우선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내놨다. 적어도 4년 정도는 살 거라고 생각했던 첫 신혼집을 2년도 채 살지 못한 채 떠나게 되었다. 누가 등 떠밀어서 나가는 게 아니고 자발적으로 나가는 것이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서글픈 마음이 들더랬다. 짧은 시간 굉장히 많은 정이 들었던 동네였는데, 이제 장 보는 거, 맛집 하나하나 손수 빌드업할 생각을 하니 앞이 까마득하다(웃자고 하는 소리다)


살고 있는 집을 내놨다는 건 이사 갈 집도 있다는 말이다. 근데 앞으로 이사 가야 할 집은 두 개다. 무슨 말이냐 하면 최종적으로 정착할 곳에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의 계약이 있어서, 그분들의 계약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입주를 하기로 했다. 그래서 약 8개월 동안 임시로 살 집을 구해야 하는데 문제는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임시로 살집을 구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라는 것. 우여곡절 끝에 구하긴 했지만. 반려동물.. 하자마자 0.1초 만에 거절당하기 일쑤.


앞으로 이사 갈 곳들은 둘 다 주차 시설이 굉장히 열악하다. 우리가 타고 있는 차는 중대형 세단. 그것도 출고된 지 1년 갓 넘은 차이다. 호갱 노노에서 앞으로 이사 갈 집에 대해 파악한 주차 후기는 이렇다. '그냥 긁고 감' '새 차에서 헌 차 됨' 남편은 이 대목에서 굉장히 심각해지더니(집 문제보다 더) 결국은 차를 중고로 바꾸자고 결단을 내리고 만다. 스트레스를 견딜 자신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니 긁혀도 상관없는 차로 바꾸자고.


지금 집 문제가 무려 3집에 걸쳐있는데, 차까지 바꾸자니 여간 머리가 복잡한 게 아니었다. 한 가지만 해도 벅찬데 이걸 임박해서 모두 해결하려니 이때부터 저절로 다이어트가 되기 시작했다. 역시 맘고생 다이어트가 최고라더니. 운동을 해도 해도 바뀌지 않던 숫자들이 막 눈앞에 나타나는데. 전혀 기쁘지 않은 그런 마음이랄까.


그래서! 지금은. 차를 바꾼 상태. 그리고 임시로 지낼 집으로의 이사가 한 달가량 남았다. 오늘은 남편이 퇴근하면 포장이사에 대해 알아보도록 한다. 아직도 할 거 투성인데.


이 모든게 태풍처럼 휩쓸고 갈 때면 가끔 현자타임이 온다. 나는 이 모든 걸 굳이 이 시기에 다 벌여야만 했는가. 근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냥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서다. 지금이 불행하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이 모든게 세팅되었을 즈음엔 내가 지금보다는 좀 더 행복해져 있을 것이라고. 그냥 그게 다였다.


아무튼 살면서 뗄 수 있는 서류는 다 떼본 것 같다. 어른의 세계가 무엇인지 혹독히 알아버렸다. 그렇지만 긴장의 끈을 놓지 않기로 한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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