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구면이지만 초면입니다

글을 다시 쓴다는 건

by 김이불

주문한 책이 배송됐다. 백은선 작가의 산문집인데 '나는 내가 싫고 좋고 이상하고' 이다. 처음 이 글을 작성했을 때는 왜 주문했는지, 마땅한 이유는 없고 그냥 책을 주문하는 타이밍 같았다고 적었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가는 지금은 내가 무언가를 쓰고 싶어서 주문한 것 같다.


쓰는 건 어느새 많이 어색하다. 한창 쓸 때는 글을 쓰는 속도가 머릿속을 따라잡지 못해서 자주 엉망이 되곤 했다. 그래도 몇 번을 고쳐 쓰면서 글을 완성하려고 노력했었는데. 생각해보면 글을 쓰지 않았던 게 남에게 내 글을 보여주기 어려워졌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할 때쯤 누군가 나에게 해준 얘기가 있다. 글 쓰는 걸 그냥 친정처럼 생각하라고. 그렇담 나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친정에 찾아온 셈이다. 그 말을 이해하기 까지도 한참이 걸린 듯 하고.


제대로 된 글을 쓰는 건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먼 길을 돌아왔으니까.


그런데 한편으로는 제대로 된 글이 아니면 또 어떤가 싶다. 돌아오는 길에 무언가 많이 보긴 했으니까. 그거면 된 거지.


글을 쓰는 내 모습은 구면이지만 어쩌면 날 것 그대로, 산만한 나의 생각을 그대로 적는 모습은 초면이다.


"이제 내 꿈은 내가 나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것이다"


책의 구절 그대로. 나는 내 글을 받아들이는 것을 목표로 삼기로 한다. 자꾸만 적다 보면 그래도 뭔가가 나오지 않을까? 무작정 달리다가 러닝이 취미가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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