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사람들의 몫
남편의 친한 형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동안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건강했던 사람이었잖아. 갑자기 왜? 대체 왜? 질문밖에 할 수 없었다.
쓰고 싶은 말이 많은데 쓸 수가 없다. 누군가의 죽음에 대해 말한다는 건 어렵고도 힘든 일이다. 코로나 뒤로 기약한 만남은 이제 지켜지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는 이전의 만남들만 곱씹으면서 그를 회상할 거다. 그마저도 당분간은 녹록지 않겠지. 이제 기억 속에만 존재한다는 건 슬픈 일이다. 지금 슬프다는 단어 말고는 마땅히 떠오르지 않는다.
나도 2년 전 가까운 사람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난 일이 있었다. 작별 인사를 할 새도 없이. 부고 소식을 전화로 듣고는 한동안 주저앉아 울기만 했다. 그리고 한동안 우울증과 사투를 벌였다. 사실 그 일로 우울증이 생겼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상처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염증이 차 터져버리는 그런 과정이었던 것 같다.
그때의 황망한 기분을 기억한다. 그래서 이번 부고 소식도 어느 때보다 선명하게 와 닿는다. 왈칵 눈물이 나고 울컥한 기분은 도무지 삼켜지지 않는다. 남편은 잘 울지 않은 사람인데. 얼굴이 붉어진 채로 눈물을 한참 떨군다.
아무리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게 인생이라지만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는 마음 앞에 나는 또 무력감을 느낀다.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없는 영역에서 일어나는 일에 곧잘 패배하는 편인데 이번에도 투명하게 졌다. 나는 또 갑작스레 누군가가 내 곁을 떠날까 봐 한동안 불안해할 것이다.
나에게는 얼마의 생이 남아있을까. 우리의 마지막은 어떨까. 불현듯 불쑥불쑥 나타나는 생각들을 손에 꼭 쥐고서. 그냥 남편을 안아준다. 마음껏 울어야 한다. 좌절감을 느낄지라도. 그리고 이번 죽음에 대해 금기시하지 않고 친구들과,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서 추억하자. 말은 타고 타고 날아가 슬픈 마음을 조금은 가볍게 해 줄 거다.
이런 일을 경험할 때마다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은 흘러간다. 야속하게도 우리 일상도 평범하게 흘러갈 것이다. 다만, 그 빈자리가 너무도 뚜렷하게 느껴질 누군가의 일상이 조금은 덜 아팠으면 좋겠는 마음이다. 당분간은 시간이 조금만 빠르게 흘러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