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만(小滿)이란다.
24절기 중 여덟 번째 절기. 여름의 문턱이 시작되는 지점.
지난 주말에 반팔로 외출을 하고도 한기를 못 느낀 걸 봐서 여름이 시작되기는 했나 보다.
절기라는 거, 어릴 때에는 모르고 그냥 지나쳤는데 나이가 들수록 몸이 먼저 알아챈다. 소만에 먹으면 좋다는 체리, 방울토마토의 효능 따위에도 눈길이 간다.
요새는 5시 반이면 서서히 동이 튼다.
이사 온 집의 창가에는 아무것도 달려 있지 않아 바깥의 색깔이 그대로 방 안으로 스며드는데, 어둑어둑하던 밤 하늘이 환한 아침의 얼굴로 갈아입는 순간, 방 안은 그 빛을 고스란히 머금은 채 싱겁게 밝아오르고 만다.
6시면 귀신 같이 눈을 뜨는 아이 덕분에 그 시각 아침 햇살이 식탁에 얼마나 강하게 내리쬐는지, 그 빛이 얼마나 눈부신지 알게 된 나는 베란다로 향하는 커다란 창문을 열고 아침 공기를 듬뿍 들이마신다.
아침마다 지저귀는 새소리를 들으며 나무 사이로 보이는 하늘도 훔쳐보며 그렇게 잠시 숨을 고른다.
어젯밤 미미한 이석증이 다시 찾아왔었다. 여러 번 경험했던 터라 이제는 조금만 어지러워도 내 몸의 상태를 알아챈다. 엄마가 아픈 걸 알았는지 둘째 아이는 다행히 보채지 않고 곤히 잠들었고 새벽에 일어나 우유를 찾은 뒤에도 조금 더 잤다.
충분히 잔 뒤라 그런지 마음에 남아 있던 약간의 앙금도 가라앉은 기분이다.
이석증이 다시 도진 건 일찍 깨는 아이 때문에 잠이 부족한 탓도 있었지만 작년부터 속을 썩이고 있는 한 클라이언트와의 업무 때문이기도 했다.
상대의 사정을 너무 봐주었던 탓이었으랴. 연장자를 최대한 존중하려는 습관, 싫은 소리 하지 않으려는 습관에서 벗어나지 못한 나를 탓한다. 더 이상 착한 척하지 않으련다. 그런 대우를 고맙게 생각하는 이들이 있는 반면, 이 세상에는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많다. 조금 더 단단해져 보리라는 다짐 같지 않은 다짐을 한다.
오늘은 무리하지 않으리라. 여름이 오기를 기다리며 책장 한 칸에 모셔두었던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를 읽기로 한다.
“여름 별장에서는 선생님이 가장 일찍 일어난다."라는 첫 문장에 이내 책 속으로 빨려 든다.
심호흡을 하고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이렇게 쉬어가는 날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