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을 만드려고 몇 개월 동안 서랍에만 보관해둔 글들이 쌓여가고 있었다.
정리되지 않은 두서없는 말들, 순서도 뒤죽박죽인 글들.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다. 빠르면 올해 안에 발행할 수 있겠지 일단 번역부터 해야지. 그렇게 늘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그런데 얼마 전부터 자꾸 쪼아대는(?) 브런치 때문에 갑자기 마음이 바뀌었다. 어쩜 가장 바쁜 순간 내 글도 생생하게 살아 숨 쉬지 않을까, 라는 생각과 마감이 주는 긴급성을 잘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결국 해냈다.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조금 내려놓으니 가능해진 일이었다.
산을 올라갈 때 중간 기착지가 필요한 것처럼 이번 브런치북을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더 많은 콘텐츠가 쌓일 때까지 기다리자, 글을 조금 더 다듬을 수 있는 시간이 올 때까지 혹은 내가 글을 더 잘 쓸 수 있게 될 때까지 기다리자 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사르르 녹았고 그렇게 난 결과물을 완성할 수 있었다.
글을 올리고 나니 순식간에 게시물이 100개가 넘어버렸다. 100회 기념 글을 쓰려고 했었는데 이렇게 허무하게 넘겨버리다니.
하지만 진짜 반전은 잠시 후 찾아왔다.
사실 나는 공모전에 출품할 생각조차 없었다. 그 정도 콘텐츠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나는 그저 내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이었다. 언젠가 풀어내고 싶었던 이야기였는데 공모전과 겹쳐서 그동안 미뤄뒀던 일을 해치우게 된 거였다. 그런데 그렇게 미뤄왔던 일이 나에게 생각보다 큰 의미였음을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어떤 글을 읽다가 알게 되었다.
각자 마음 한 켠에 아늑함을 기억하고 있기만 해도 자신이 희미해지지 않을 텐데.
<집다운 집>이라는 책에서 요나가 중얼거리듯 내뱉은 말이었다. 요나의 글이 너무 좋아서 뭐야 왜 이렇게 좋은 거야, 이 여자 도대체 누구야, 하며 계속 읽고 있었는데 저 문장에서 내 속마음을 들켜버리고 만 것이었다.
울컥했다.
글을 쓰고 책을 읽고 온갖 어수선을 떠는 것은 결국 희미해지지 않기 위한 나의 발버둥이었음을 알고 나자 서러웠나 보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또 하나의 족적을 남기려 했나 보다.
근데 요나님은 끝까지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내 맘을 읽었는지 또 다시 나를 불러다 앉혀 이렇게 말한다.
뒤돌아서 바라본 나는 부끄럽도록 보잘 것 없었지만 더 이상 초조하지는 않다.
나는 더 이상 초조하지 않을 자신이 없으니 부끄러움도 보잘것 없음도 읽는 자의 몫으로 남기련다.
얼마 전 만난 새로운 인연이 친구를 만들고 싶어서 글을 썼다는 누군가의 얘기를 들려주었다. 마지막 퇴고 작업을 하는 내내 그 말이 내 옆에 있었다.
내 브런치의 제목도 <우리는 아직 서로를 모르지만>이다.
글을 읽는 동안 우리는 여러 곳에 나를 두게 된다. 그 시간 속에 당신과 내가 잠시 겹치게 된다면 그걸로 족하겠다. 부디 너그러운 마음으로 읽어주시길.
*제목은 요나 님의 글에서 빌려왔습니다.
https://brunch.co.kr/brunchbook/transwriterj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