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입문 1년, 쓰다 보면 확실히 는다

by 물고기자리

브런치북을 또 하나 발간했다. 그러면서 작년 끝자락에 급하게 (아니 나름 심사숙고한 끝에) 발행한 브런치북을 다시 읽다가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다. 그 또한 내가 밟고 건너온 시간들이었기에 일단 그대로 두었으나 초창기 역서를 들여다본 듯한 부끄러움까지는 어찌할 수 없었다. 그 말인 즉 지금 발간한 이 브런치북 또한 몇 달 후면 제목만 봐도 얼굴이 달아오를지도 모른다는 뜻이다. 그것 또한 쓴 자인 내 몫일 테니 받아들여야겠지만.


그래도 두 번째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나니 서서히 나아지고 있는 내가 보인다. 말 끝을 흐린다던지 삼천포로 빠지는 글을 쓰는 습관이 있던 내가 문장을 끝까지 붙들고 가는 힘을 얻게 된 것은 물론 브런치북을 잘 발행하기 위한 요령도 생겼다. 브런치북은 한 번 발행하고 나서는 수정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수정하려거든 그전에 틈틈이 해야 한다. 일단 매거진을 통해 글을 발행하고 계속해서 조금씩 손본 뒤 짠 하고 발행하면 된다.


물론 브런치북을 굳이 발행할 필요는 없다. 브런치라는 플랫폼에 작가인 우리가 얽매일 필요는 없다고 본다. 하지만 나는 브런치를 하나의 수단으로 생각하고 있기에 브런치에서 간간히 시행하는 이벤트를 마감처럼 생각하고 있다. 설렁설렁 쓰던 글을 한 번쯤은 제대로 다듬고 싶은 욕망이 스멀스멀 올라올 때가 있는데 돈도 안 되는 이 욕망을 나는 브런치북이라는 수단에 기대어 해결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지난 몇 달 동안 <나는 집에서 일하는 엄마입니다>라는 주제에 집착해 글을 써왔다. 나의 일상에 어떠한 시간이 흐르고 있는지 곱씹어볼 수 있었으며 늘 언저리만 맴돌던 생각을 조금은 더 깊이 들여다볼 수 있었다.


브런치북을 발간하고 나서 <어른이 된 후 그만둔 것들>을 읽었다. 꼭 나에게 하는 잔소리처럼 들려 한참을 눈에 담았다.


생활에는 '관리'라는 것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최근에야 느끼고 있어요. 갖고 싶은 것을 손에 넣고 생활 속에 자리 잡게 하면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는 것마냥 설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 후의 일들입니다.


청소를 하고, 요리를 하고, 원고를 쓰고, 아이의 숙제를 봐주는 일 등 생활 속에는 다양한 할 일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대개 한 번 하면 끝이 아니라 매일 반복해야 하지요. 저녁 식사도 매일 준비해야 하고, 원고도 하나가 끝나면 또 다른 하나가 시작됩니다. 목표에 도달했다고 생각했는데 또다시 출발점에 서서 다음 목표를 향해 달려가야 하지요. 그렇게 생각하면 목적을 달성하는 일보다 중요한 건 항상 골인 지점까지 도달할 수 있는 '순환'을 만드는 일임을 알게 됩니다.


삶이란 그런 순환의 반복일 거다. 목표를 향해 무한 질주하는 순간들을 무작정 잇기보다는 내가 해야 하는 지루하고 평범한 일들의 순환을 잘 끌고 나가는 사람이 진짜 자신의 삶을 잘 사는 사람이겠지. '순환'을 만든다는 건 결국 순간을 잘 산다는 말과 동의어 아닐까.


브런치를 시작한 지 딱 1년이 되었다. 작년 4월 초, 한 동안 일이 없어 방황하던 차에 브런치를 시작했고 그 후 1년 동안 나는 몰아치는 듯한 일의 소용돌이에서 행복하게 허우적댔다. 이제 나의 생활에 자리 잡은 이 플랫폼을 어떻게 잘 '관리'해 나갈지, 평범하고 반복적인 일상을 어떻게 잘 '순환'시킬지가 남았다.


겨울 스웨터를, 코트를 정리하면서 생각해본다. 잘 안 입는 옷을 재활용함에 넣어 보내주는 때가 필요한 것처럼 내가 루틴처럼 생각하는 일상의 순환에도 한 번쯤은 환기가 필요할 거라고. 내가 고집스럽게 지킨 일상이 아니라 그냥 하다 보니 혹은 귀찮아서 내버려 둔 게 습관처럼 자리한 일들이라면 내 생활에 들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 한 번쯤은 곰곰이 생각해봐야 하지 않을까 하고. 다행히 봄이 오고 있다. 만물이 소생하는 기운에 슬쩍 올라타볼 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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