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욕망과 아이의 욕망 사이
《시간은 없고, 잘하고는 싶고》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나름 질서정연하게 흘러가던 일상에 큰 균열이 생기지만 그 가운데 잘해보고 싶어서, 부모로서 약간은 기울어진 균형점을 유지한 상태로 진짜 잘해보고 싶어 일상을 재정비하는 서점인의 이야기다.
"'선택과 집중'보다는 '적절한 밸런스', 어느 하나에 집중해서 대단히 잘할 때보다, 어느 하나에도 소홀하지 않을 때 행복하다."는 그에게서 나의 모습을 본다. 아이가 태어나기 전의 자아에도 시간을 주려고 없는 시간을 쪼개 책을 읽는 마음이 꼭 내 마음 같았다.
나의 하루는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아이가 하고 싶은 일 사이의 줄다리기다. 아이들 책을 읽어 주려다가도 내 손으로 책이 먼저 가고 아이들과 놀아주려다가도 내가 하고 싶은 일에 마음이 가 버리고 만다. 분명 뭔가를 대단히 잘해 보려는 것도 아닌데, 하루를 마치고 나면 늘 아쉬운 기분이다.
이 책도 읽고 저 책도 읽고 싶었는데, 아이 공부도 좀 봐주려고 했는데, 오늘 하루 못 한 일들만이 설거지를 하고 샤워를 하는 내내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마음이 나를 지켜주는 것 같기도 하다. 피곤한 몸을 누이며 내일은 좀 더 잘해보자고, 내일은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자며 오늘과는 조금 다른 일상을 꿈꿔보는 것, 그건 분명 설레는 일이기 때문이다.
가끔은 하고 싶은 게 많은 엄마라 미안하기도 하다.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 내 걸 하나라도 더 챙기느라 외면할 때, 그 작은 눈에서 실망감을 볼 때 엄마인 나는 마음이 시큰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에게만이 아닌 나에게도 물을 주는 내가 되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 "'부리나케' 보내는 시간을 쌓아서 나도 앞으로 나아가고 싶다. 아이에게 아빠는 너로 인해 자랐지만 스스로의 힘으로도 자랐다고 언젠가 말해줄 수 있길 소망한다."는 저자의 말이 또 콕 와서 박힌다.
나에게는 "자고 싶지만 자고 싶지 않은 밤들"이 너무 많다. 자고 싶은 마음이 이기는 때가 많기는 하지만, 몸이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이내 허물어져버리는 밤이 많기는 하지만.
아이가 크면, 조금 손이 덜 가면, 내 시간이 더 많아지리라 막연히 생각해 보지만 그 또한 내 짐작일 뿐이다. 그 때의 시간 역시 예상의 테두리를 벗어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그래서 우선은 오늘의 시간을, 지금의 시간을 아껴쓸 수밖에 없다. 조각 시간이나마 모아볼 수밖에 없다.
"우리는 아직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우리의 가능성을 알지도 못하고 바스러진다. 그러나 세상에 있는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손길을 기다린다. 수많은 것들이 우리의 스러짐을 슬퍼한다. 수많은 것들이 우리가 해낼 수도 있었을 일을 아쉬워한다.《아무튼, 메모》, 정혜윤
나는 아직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른다. 그래서 많이 읽고 공부하며 으스러지지 않으려 바둥거린다.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해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러는 한편 그런 나, 하고 싶은 게 많은 엄마 때문에 아이들이 피해 보지 않기를 바란다.
나에겐 어렵다. 일과 육아라는 두 가지 산맥 사이를 오가는 일이. 오르기보다 내려오기가 더 어려운 이 산행이. 나도 균형을 잘 잡는 사람이 되고 싶지만 현실은 글로 쓴 다짐과는 달리 쉽지 않다. 아이를 돌보다 보면 생각도 못한 변수가 찾아오기 마련이고 임기응변식 대응은 늘어만 간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는 나의 욕망이 말라가지 않도록 수시로 물을 주려고 허둥대는 내가 있다.
오늘도 아이의 뜨거운 시선을 뒤로한 채 몰래 먹는 간식처럼 내 욕망을 채워나간다. 하고 싶은 게 많은 엄마의 하루는 그렇게 늘 아쉬움을 머금은 채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