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담화 좋을까, 뒷담화가 좋을까

들릴 귀엔 들리겠지

by 애매한 중간 인간

대놓고 앞담화도 눈치 없으면 못 알아듣고

우리끼리 뒷담화도 알 사람은 알게 된다.


오늘도 열이 받는다.


면접에서도 단골로 나오는 스트레스 해소 방법에 대한 단골 대답은 취미 운동 여행 등이 있겠으나

그런데 지금 당장 머리꼭지가 도는, 화를 주체할 수 없는 순간은 어쩐다..?

하필 아직도 오전이네, 퇴근 시간도 한참 남았는데!


일단 자리에 앉았다.

타다다다닥 타닥, 타자 치는 손놀림이 빨라진다.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오지만 혹시나 내 감정이 들키려나 싶은 생각에

들숨 날숨을 섞어 꾸역꾸역 욱여넣는다.

마음 맞는 몇 안 되는 동료와의 짧은 대화만이 순간의 마약 같은 진통제일 뿐.


시간 차를 두고 빠져나와 계단에서 잠깐 얼굴을 보기로 한다.

서로 바쁜 시간이기에 밀도 있는 하소연과 진한 농도의 리액션이 만나자마자 와다다다 허공에서 격돌한다.

잠시의 틈도 주지 않고 교차하는 씨실과 날실에 아다리가 꽉 물린 하나의 에피소드가 탄생했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그리고 논리적으로 설명을 하려다가도

마음은 점점 뜨거워지고 이내 흐물흐물 녹아내려 어느새 뿌잉~하고 주책맞는 눈물이 난다.


이성적인 잣대로 바라보겠노라 듣고 있던 동료의 단단했던 눈망울도

어느새 반짝반짝 일렁여 내 얼굴이 비추인다.

이심전심. 말하지 않아도 안다, 우리 모두 낙첨된 복권을 갖고 있다는 것을.


그렇게 짧고 굵게, 순간적으로 몰입했다 빠져나왔다.

내 자리, 이 넓은 회사에서 고작 1평 남짓한 작은 책상 앞에 다시 앉는다.

상황이 변할 것은 없지만 마음이 조금은 말랑해지고 두뇌에도 약간의 긍정회로가 돌아간다.


점심시간에 모인 표정들이 각양각색이다.

사회화되어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들로 이런저런 핫한 소식을 너도 나도 한 꾸러미씩들 물고 왔다.

잠수하며 참았던 숨이 수면에 올라와 한 번에 터지듯, 쏟아진 소재들이 평론가들의 평가와 공감을 기다린다.


서로의 얘기는 듣지도 않고 공격적으로 내뱉는 저마다의 포효.

대화를 하는 듯하면서도 각자 하고 싶은 말만 하고 헤어지는 순간들이 대부분이지만 그래도 털어놓은 뒤의 표정들은 한껏 들 후련하다.

결론 없는 얘기들. 그러나 이 시간은 작은 한 알로 속이 씻겨 내려가는 소화제다.


잠깐 한숨은 돌렸지만.. 그렇다, 우리에겐 아직도 오후 업무가 남았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쌓아 올려 본다. 그래봤자 결심 유지 예상컷은 10분 남짓?

그렇게 나는 부수고 다시 짓고, 부수고 다시 올리는 마음 블록 놀이를 한다.

완성되지 않을 블록을 계속 쌓는다.


매번 같으면서도 조금씩은 다른 사건들의 연속.

반복되는 상황에 이제는 회포 푸는 것도 일이다.

큰 본질 위에 위에 있는 아주 작은 변화들의 감정.


상황은 계속 변하고 바꿀 수 없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문제라면, 해결 방안을 찾는데에 집중하고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면,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에 집중하자.

내가 해야 하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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