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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예또 Dec 05. 2019

복선 회수의 짜릿함에 건배

[영화] 나이브스 아웃(2019)

미스터리 베스트셀러 작가 할런 트롬비(크리스토퍼 플러머)가 85세 생일 직후에 본인의 저택에서 숨진 채로 발견된다. 경찰은 할런의 집에서 트롬 비家 사람들과 간병인 마르타(아나 디 아르마스)를 불러 조사를 시작하는데 암만 봐도 경찰이 아닌 사람도 동석해있다. 


본드, 제임스 본드가 아니고 브누아 블랑

그는 바로 유명한 사립 탐정 브누아 블랑(다니엘 크레이그). 경찰과 함께 할런 트롬비의 사망 사건을 조사하기로 한 블랑은 트롬비 가족들과 마르타를 유심히 살펴보며 수사를 시작해나간다. 


디텍티브 007과 양아치美 넘치는 캡의 만남

일단 재밌다. 장르가 장르인지라 자칫하면 스포 빌런이 될 것 같아 자세히 말하지는 못하겠는데 재미있는 건 확실하다. 고전 추리 소설을 영상화한 게 딱 ‘나이브스 아웃’이 가진 느낌일 듯. 트롬비 저택 밖은 우리가 살고 있는 현대의 모습이지만, 그 안은 굉장히 클래식하고 고풍스럽다. 


전반적인 플롯이나 추리물의 백미라고 할 법한 트릭이 대단히 참신한 것까지는 아니지만, 영화가 시작되며 깔렸던 복선들이 착착착 제 자리를 찾아가며 회수되는데서 오는 쾌감이 있다. 보는 내내 ‘아니 이렇게 쉬울 리가 없는데? → 그럼 그렇짘ㅋㅋㅋㅋ’ 식으로 유쾌하게 봤다. 


Language! Matter of fact, eat shit. How's that?

‘나이브스 아웃’을 즐겁게 볼 수 있는 건 중간중간에 심어진 웃음 포인트들 때문인데, 이 위트들이 작품을 무겁지 않고 경쾌하게 만들어준다. 


개취로 가장 크게 터졌던 건 랜섬(크리스 에반스)이 브누아를 보고 “What is this, CSI: KFC?라고 빈정대던 씬과 가족들 한 명 한 명을 지목하며 “Eat shit이라고 멕일 때. 집구석 대표 망나니가 돼서 이쁜 말이라곤 하지 않는 캡아의 모습에 귓가에서 ‘Language!’ 환청이 들리는 듯했다. 크리스 에반스의 캡틴 아메리카 얼굴만 알고 있던 터라 이 작품을 계기로 그의 또 다른 얼굴을 알게 됐다. 


007 아우라를 접어두고 아재 탐정으로 변신한 다니엘 크레이그의 모습도 좋았다. 그 근본 없는 악센트와 허술한 듯 허술하지 않은 매력이란. 브누아 블랑이라는 괜찮은 캐릭터가 있으니 이 영화의 속편이 또 나와도 괜찮지 않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연출도 좋고, 연기도 좋고, 음악도 좋고, 자막도 좋다.-믿보 황석희!- 되도록이면 스포를 피하고 감상하는 걸 추천. 올라가는 엔딩 크레딧을 보면 영화에 나온 머그잔을 갖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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