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여름 인턴 사원을 2명 채용했습니다. 예전에 '게임 데이터 분석가 채용 후기 (https://brunch.co.kr/@gimmesilver/26)' 라는 글에도 적었듯이 채용 과정을 최대한 투명하게 공개하고 지원자분들에게 적절한 피드백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인턴 채용 과정 및 채용을 진행하면서 느낀 점을 정리하려고 합니다.
이번에도 역시 최대한 지원자의 개인 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서 작성하려고 노력하였는데 혹시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거나 불편한 내용이 있다면 피드백 주시기 바랍니다.
엔씨소프트에서는 매년 여름에 인턴십 프로그램이 진행됩니다. 다른 곳은 어떤지 잘 모르겠으나 저희 회사의 경우 우수 인턴을 그 해 하반기 신입 공채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플래그십' 이라는 제도가 있습니다. 그래서 인턴 기간 동안의 업무 수행 태도나 성과를 바탕으로 해당 부서와 인턴 당사자 모두 정규직 전환을 희망하는 경우 신입 공채 전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입사가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인턴 지원 조건 자체가 그 해 졸업 대상자로 한정됩니다. 그래야 하반기 공채를 통해 이듬해에 바로 입사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플래그십 대상자가 되면 두 가지 선택 조건이 주어집니다. 1) 만약 이미 졸업을 했거나 혹은 졸업 요건을 갖춰서 하반기에 학교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는 경우 신입 공채 직전까지 계약직 신분으로 업무를 수행합니다. 2) 만약 남은 학기 수업을 참석해야 한다면 해당 기간 동안에는 장학금이 주어집니다. 두 경우 모두 하반기 공채 입사를 조건으로 한 혜택입니다.
또한 인턴십 전문성을 위해 지원 시점부터 직무가 세분화되어 채용이 진행됩니다. 저희 팀의 경우 'Data Analysis&Programming' 이라는 직무를 통해 지원할 수 있었으며 다른 직무와 서류 전형 및 면접 등의 절차가 완전히 별개로 진행되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는 엔씨소프트 인턴 중 데이터 분석 직무 지원자들에 대해서만 정리하였습니다.
'Data Analysis&Programming' 직무 지원자 및 진행 단계별 참여자 수는 아래와 같습니다.
총 지원자: 182명 (지원 자격 미충족 2명 포함)
서류 심사 합격자: 12명
실무 면접: 10명 (2명 면접 포기)
최종 합격자: 2명
'지원 자격 미충족'은 앞서 언급했던 졸업 예정자가 아니거나 졸업한지 오래되어 인턴십에 적합하지 않은 지원자를 의미합니다. 면접 포기자는 말그대로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면접 참여를 포기한 분들을 의미합니다.
서류 심사는 관련 부서 직책자 3명이 진행했는데 우선 개별적으로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를 검토한 후 선별한 결과를 취합하여 최종적으로 12명을 선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이 글은 3명의 심사자 모두의 의견이 아니라 제 개인적인 후기입니다만 전반적으로 셋의 의견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으며 지원서에서 받은 느낌도 많은 부분 비슷했습니다.
우선 전반적으로 지원서의 수준 및 지원자들의 스펙이 모두 훌륭했습니다. 만약 절대 평가를 통해 이력서의 통과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었다면 아마 180명 중 10~15명 정도를 제외하면 모두 합격 처리를 해도 무방할 정도였습니다.
대체 그 많은 외부 활동과 해외 어학 연수, 여러 기업이나 단체에서 주관하는 경진 대회 및 아르바이트 등의 경험을 쌓으면서 어떻게 이런 토익 점수와 학점을 유지할 수 있었는지 이해가 안될 정도로 지원서를 읽는 내내 놀랍기도 하면서 한편으론 안타깝고 씁쓸하기도 한 미묘한 기분이었습니다 (참고로 전 대학시절 학사 경고를 두 번 받았었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이력서가 개인의 전문성이나 직무에서의 역량을 드러내지는 못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 성실함이나 꼼꼼함을 확인하기에는 괜찮은 자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번 인턴 지원서의 경우 대부분의 지원자들이 상당 수준의 충실함과 꼼꼼함을 보여줘서 더더욱 선별하기 어려웠습니다.
한 가지 재미있었던 점은 대다수의 자기 소개서 형식이 비슷한 점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전체 지원자 중 약90% 정도가 내용에 핵심이 되는 주제를 대괄호([])로 묶은 제목으로 표기하고 상세 내용을 기술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아마 지원서 작성에 대한 어떤 교육이나 컨설팅 과정이 있는 것 같네요 (이것이 나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마지막으로 인턴 공고에서 경진 대회 수상자를 우대한다는 조건이 있었는데, 절반 가까운 지원자가 경진 대회에 참여 혹은 수상한 경험이 있어서 우대 조건이 무색했습니다. 이 부분은 저희의 판단 미스였는데 이 정도로 다양한 데이터 분석 경진 대회가 있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너무 많은 지원자가 경진 대회 수상 경력이 있다 보니 오히려 그런 이력 없이 개인 프로젝트 위주로 활동한 지원자가 더 신선하게 느껴지기까지 하더군요.
암튼 180명의 이력서와 포트폴리오를 일주일 남짓 동안 모두 검토하는 것도 만만치 않은 일인데 다들 수준도 비슷하다보니 정말 어려운 작업이었습니다. 물론 지원하시는 분들의 노력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요.
마냥 칭찬만 늘어놓는 것보다는 좀 더 건설적인 후기가 되기 위해 지원서를 보면서 느낀 아쉬운 점을 몇 가지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정성적이고 두루뭉실한 표현보다는 정량적이고 구체적인 표현이 더 호감이 갔습니다. 이를 테면 '끈기를 갖고 어려움을 극복하여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어 뿌듯했다' 라거나 '이거 아니면 죽는다는 식으로 열심히 하겠다.' 는 글보다는 'Jsoup과 Komoran 라이브러리를 이용해서 크롤링 데이터에 대한 전처리 및 한글 처리를 했고, Gephi 를 이용해 노드 간의 관계를 시각화를 하여 탐사 분석을 했으며, 데이터 모델링을 할 때는 XGboost와 random forest 을 시도해 보고 이 중에서 AUC가 높은 random forest 모델을 선택했다. 유실 데이터가 많은 문제가 있었지만 자료 조사를 통해 mice 라는 패키지를 알게 되어 이것을 활용해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기존에 몰랐던 유실 데이터 처리 기법에 대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다.' 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경험과 기법을 적는 것이 좀 더 신뢰와 호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은 자칫 전문 용어나 최신 기술을 어설프게 나열하거나 부정확한 내용을 기술하는 것은 오히려 반대 효과를 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 지원자의 경우 'RNN을 이용한 예측 모델을 만들어 게임 적용 전에 미리 결과를 확인하고 효율적인 패치를 만들겠다.', 'LSTM을 활용하여 캐릭터의 균형을 효율적으로 조절하겠다.' 등의 내용을 적었는데 이런 식으로 해당 기술을 잘 모른채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것은 오히려 부정적인 느낌(소위 '사짜'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몇몇 지원자의 경우 github이나 블로그 주소를 기재한 경우가 있었는데 그냥 문서만 있는 것보다는 눈에 띄고 좋은 인상을 줬습니다. 다만 실제 해당 사이트에 들어가보면 대부분 최근에 포트폴리오 관리를 위해 급조된 티가 나거나 혹은 오래 전에 시작했어도 한두달 정도만 유지하다가 방치된 블로그들이어서 아쉬웠습니다. 자칫 이런 경우 작위적이거나 혹은 꾸준함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또한 개인적으로는 블로그를 단순히 스터디 자료를 정리하거나 정보 스크래핑용으로만 관리하기 보다는 어설프더라도 개인의 생각이나 아이디어를 정리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블로그를 10년 이상 관리해본 제 경험상 이런 것들이 쌓이면 큰 자산이 됩니다.
인턴으로서는 다소 맞지 않는 과도한 포부나 이상, 어설픈 조언은 거부감이 느껴졌습니다. 몇 가지 예시를 들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점유율 40% 달성을 목표로 역량을 최대로 발휘하겠습니다.
엔씨소프트는 고객의 니즈와 게임 산업의 트랜드를 예측하고 효율적으로 인적자원을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비슷하게 번지수를 잘못 찾은 포부도 있었습니다.
알파고를 개발하겠다. <- 저희는 데이터를 분석하는 부서이지 AI를 개발하는 부서가 아닙니다.
용량이 적은 게임을 개발하겠다. <- 저희는 게임 회사에 있지만 게임을 개발하지 않습니다.
반면, 인턴 수준에 맞는 적절한 포부나 계획을 재미있는 표현과 함께 제시하는 것이 더 호감이 갖습니다.
작은 성공을 꾸준하게 이어가는 small win을 추구하겠다.
워러밸(working & learning balance)을 통해 끊임없이 발전하는 사람이 되겠다.
가장 최악은 역시나 잘못된 회사명이나 정보를 기재하는 것이었습니다.
한국의 구글 네이버
귀사의 대표 게임인 마비노기
비문이나 속어가 들어간 표현도 보기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제 생각에 데이터 분석가는 논리적인 사고와 전달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언부언하는 글은 굉장히 부정적으로 느껴졌습니다.
데이터 시각화 분석을 위한 데이터 분석의 정확도를 위해 책임감 있는 자세로 최고의 데이터 분석 업무를 진행할 것입니다.
1학년을 꿇으면서...
사실 전 엔씨테스트를 직접 받아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에 대해서 별로 얘기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제가 알기로 엔씨테스트는 그 사람의 사회 생활에 필요한 기본적인 사회 역량 및 직무 적성을 확인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터링 목적으로 진행합니다. 따라서 사회성이 현저히 떨어져서 조직 생활이 불가능하다는 정도의 결과가 나오지만 않는다면 (만약 그렇다면 학업 생활도 제대로 할 수 없었겠죠) 이 시험 결과가 당락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습니다.
또한 제 경험 상 개발 관련 직무 지원자들은 거의 대부분 내향적이고 소극적인 성향으로 나오기 때문에 점수를 잘 받으려고 과도하게 꾸밀 필요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답안을 작성하지 않을 경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음' 을 의미하는 'X' 등급을 받게 되는데 이 경우 진실성에 대한 의심이 생겨 도리어 부정적인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면접은 서류 심사 통과자 12명 중 면접 포기 2명을 제외한 나머지 10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습니다. 면접관으로는 서류 심사자들을 포함, 근무할 부서의 실무자 두 분이 참여하여 지원자 1명당 1시간씩 면접을 진행했는데 지원자의 이력서 및 포트폴리오를 중심으로 개별적인 질의와 지원자들 간의 비교를 위한 공통 질의로 이뤄졌습니다. 공통 질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이력서에 언급된 분석 기법 중 하나를 비전공자를 대상으로 하는 것을 가정하고 최대한 쉽게 설명하시오.
나 자신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기 위한 목적으로 데이터 분석을 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 데이터 수집부터 모델링 및 시각화까지 어떤 기법을 써서 어떤 과정을 거칠 것인지 최대한 상세히 설명하시오.
최근에 인상깊에 읽은 책은?
전공 외에 재미있게 들은 수업은?
회사에 궁금한 점은?
질문했으면 했던 질문은?
공통 질의에서 알고자 했던 것은 커뮤니케이션 능력과 호기심, 업무에 대한 관심사 등이었는데 대부분 지원자들간에 답변 수준에서 크게 차이가 있지는 않았습니다. 참고로 본인에 대한 데이터 분석을 어떻게 할 것이냐에 대한 질문은 데이터 분석을 할 때 얼마나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접근을 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습니다. 그런데 대부분 분석 모델링이나 시각화 기법에만 치중한 답변을 한 점이 아쉬웠습니다. 클러스터링이라든가 워드 클라우드 등의 기법을 사용하는 작업은 전체 분석 과정에서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어떤 데이터를 어떻게 수집해서 정제하고 어떤 가설을 갖고 분석할지에 대해 좀 더 전체 흐름에 대한 체계적인 답변을 한 분은 없었습니다.
각 답변들에 대해 점수를 나누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상 - 비교적 구체적으로 방법을 설명했고 데이터와 분석 기법이 적절하게 매칭된 답변
본인의 카드 결제 데이터를 이용해서 상품별 구매량을 집계한 후 일반인들의 통계 분포 상의 위치를 표현하겠다.
이동 데이터를 수집하여 자주 가거나 오래 머무는 장소를 집계하고 날씨 정보와 결합해 보겠다.
일기 데이터를 이용해서 명사/형용사/동사를 추출하여 워드 클라우드를 만들고 RNN을 이용하여 다음에 할 행동을 예측해 보겠다.
중 - 설명이 앞뒤가 맞지 않거나 데이터와 분석 기법이 서로 맞지 않는 경우 혹은 너무 단순하게 대답한 경우
카카오톡, 페이스북 같은 SNS 지인들에게 나를 한 단어로 설명해달라고 한 후 빈도수를 이용해 워드 클라우드를 그려보겠다. - 너무 단순한 접근이었음
설문 데이터를 이용해서 클러스터링 기법으로 표현하겠다. - 본인 한명을 위해 설문을 통해 클러스터링하는 건 비효율적이며 클러스터링으로 어떻게 설명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부족했음
인간 관계, 직무 능력, 책임감 피처를 이용해서 클러스터링을 수행하겠다. - 나열한 피처를 정의하기가 너무 어려우며 역시나 클러스터링은 비효율적임
데이터 직무를 잘 수행할 것인지에 대한 예측 모델을 만들겠다. - 너무 추상적임
SNS 데이터를 이용해서 네트워크 시각화를 해보겠다. - 너무 단순한 접근임
교통 데이터를 이용해서 의사 결정 나무로 본인을 분류해 보겠다. - 구체성이 부족했음
하 - 데이터분석가로서 바람직하지 못한 답변
못할 것 같다. 본인의 데이터를 정량화하는 것은 주관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몇몇 지원자에 대해서는 코드 리딩 테스트를 수행했습니다. 파이썬으로 된 20줄 남짓의 코드를 보고 어떤 작업을 하는 로직인지 맞추는 문제였는데 다소 생소한 문제였기 때문인지 많이 당황해 했습니다.
제가 이 문제를 통해 기대한 것은 문제를 혼자 바로 풀 수 있는지 여부보다는 풀이 과정에서 얼마나 논리적으로 생각하는지, 힌트가 제공되었을 때 핵심을 잘 파악하는지, 그리고 스트레스 상황에서 얼마나 사고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는지 였습니다. 그래서 이런 류의 문제를 접하면 혼자 골똘히 생각만 하고 있기 보다는 가급적 면접관과 대화를 통해 단계적으로 해결해 나가는 게 좋으며 특히,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지원자별 세부 피드백은 아래와 같습니다. 참고로 아래 피드백 내용은 제 개인적인 의견이며 다른 면접관들의 의견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a) 지원자 A
이 지원자는 우선 이력서에서도 앞서 언급한 단점이 거의 없이 깔끔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잘 정리해서 인상적이었는데, 면접에서도 안정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보통 면접에서는 긴장이 많이 되기도 하고 본인을 최대한 어필해야 하는 자리이다 보니 욕심을 내다가 도리어 허둥대기 쉬운데 애써서 꾸미지 않는 점이 호감을 준 것 같습니다.
특히, 회사의 어떤 점에서 자부심을 느끼는지라거나 실제 이탈 예측 모델 결과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느냐는 등의 회사나 팀 업무에 대한 질문을 적극적으로 한 점과 회사에 오면 하고 싶은 일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적극성도 좋은 인상을 주었습니다.
한 가지 사소한 지적을 하자면 포트폴리오 자료에서 잘못된 내용이 있었는데, 텍스트 문서에 대한 토픽 모델링에 사용하는 기법 중 하나인 LDA는 분류 모델링 기법 중 하나인 LDA와 약어는 같지만 전혀 다른 기법입니다. 전자는 Latent Dirichlet Allocation 이고 후자는 Linear Discriminant Analysis 입니다.
b) 지원자 B
포트폴리오를 가장 정성스레 준비한 지원자 중 한 분이었으며 면접 준비 역시 굉장히 많이 해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오랜 기간 데이터 엔지니어링부터 분석까지 폭넓은 분야를 열심히 준비한 점과 게임 회사에 맞는 데이터 분석 주제를 정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다만, 포트폴리오에 많은 정성을 쏟아 인상적이긴 했으나 특정 책에서 제공하는 샘플 데이터만 활용한 점은 매력도를 떨어뜨렸습니다. 차라리 다소 질이 떨어지더라도 본인이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여 분석을 해봤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직설적으로 얘기하자면, 취업을 위한 맞춤형 분석에 치중한 것 같았습니다. 면접에서의 대답들 역시 다소 면접관의 입맛에 맞는 모범 답안만을 준비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면접에서 너무 바람직한 모습만 보이려는 것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준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면접에서 개인의 종교적인 신념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것은 자칫 면접관에게 부담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것은 반대로 면접관이 면접자에게 본인의 종료적 신념을 계속 강조하면 어떨지를 생각해 보시면 납득하시리라 생각합니다.
c) 지원자 C
전반적으로 질문의 의도를 잘 이해하고 차분하게 답변을 하여 안정적인 느낌을 준 점에서 A지원자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학교에서 수행했던 프로젝트 내용도 흥미로웠고 포트폴리오도 잘 정리된 점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특히, 최근에 League of Legends 게임의 전적 데이터를 이용해서 네트워크 분석을 해본 경험에 대한 소개는 게임 도메인과의 관련성 + 주제의 참신성 측면에서 모든 면접관들에게 높게 평가 받았습니다.
다만, 분석 기법이나 알고리즘에 대한 상세 질문 과정에서 잘못되었거나 부정확한 답변을 하는 경우가 많은 점이 아쉬웠습니다. 예를 들어 word2vec 결과를 이용해서 문서 벡터를 생성하는 방법을 묻는 질문에 단순히 벡터들을 pairwise 평균이나 합을 취하겠다고 한다거나 LSTM을 이용해서 데이터 간의 유사도를 구한다는 등은 실상 해당 알고리즘의 기본 개념을 잘 모르거나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게 했습니다.
d) 지원자 D
현재 소속한 연구실 특성 상 게임 데이터 분석 프로젝트를 이미 수행해 본 경험이 있어 이쪽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점을 가장 높게 평가 받았습니다. 또한 본인의 연구 내용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고 관련된 여러 가지 질문에 대한 답변을 통해 짐작컨데 연구 과정에서 충분히 다양한 고민을 해본 것 같아 인상적이었습니다. 분석 업무를 희망하고 있지만 학사를 전산 관련 전공을 졸업했고, 아르바이트 등을 통해 개발 업무도 수행해본 점도 다른 지원자에 비해 갖는 장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준비해온 내용 외의 부분에 대해서는 답변이 다소 중언부언했다는 점과 (이력서 상으로 볼 때) 지원자들 중 가장 프로그래밍 경험이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코드 리딩 테스트를 거의 수행하지 못하고 중도 포기하여 아쉬웠습니다.
e) 지원자 E
면접자들 중에서 가장 긴장하지 않은 모습을 보였는데 이 점이 호감도를 높였습니다. 전공이 수학이라 전체 면접자 중 데이터 분석 경험은 가장 적었던 반면 이론적인 부분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 보였으며, 특히 코드 리딩 테스트를 본 지원자들 중 유일하게 약간의 도움만으로도 정답을 완벽하게 맞춘 점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전반적으로 지금 당장의 실무 역량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 측면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은 지원자였습니다.
f) 지원자 F
긴장을 많이 한 기색이 역력한 지원자였는데, 대기업 인사 데이터 분석이나 관광 관련 분석 등 흥미로운 프로젝트 경험이 많아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력서 상으로는 매우 흥미로웠던 프로젝트를 막상 실제 설명할 때는 너무 자신없게 설명해서인지 매력도가 급격히 떨어지는 점이 아쉬웠습니다. 과도한 포장도 문제이지만 이 경우에는 반대로 너무 자신감이 없었던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구체적인 분석 방법이나 모델 검증이 다소 세련되지 못했었다고 느꼈다면, 당시에는 이렇게 진행했으나 이후 공부를 더 해보니 이런 식으로 개선이 가능할 것 같다는 식으로 설명했더라면 오히려 단점을 장점으로 승화시킬 수도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g) 지원자 G
야구에 대한 높은 관심도가 인상적이었으나, 설마 서류 전형을 통과할 거라 생각하지 못했다는 뉘양스를 지속적으로 풍기는 점이나 인턴 및 그 이후 활동에 대해 딱히 고민하지 않았던 점, 통계학과 전공임에도 불구하고 관련 전문성이 다른 면접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이 떨어지는 점 등에서 전반적으로 높은 평가를 주기 힘든 지원자였습니다.
h) 지원자 H
아마도 가장 면접에서 긴장한 지원자가 아니었나 싶은데, 다양한 포트폴리오 자료와 github 자료가 인상적이었습니다. 또한 데이터 분석 뿐만 아니라 엔지니어링 관련 역량을 같이 쌓으려고 노력한 점이 좋았습니다. 물류 회사 아르바이트 경험이나 교통학과에서의 프로젝트 경험 등 면접 내내 흥미로운 이야기도 많이 들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해서인지 본인의 매력을 충분히 어필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까웠고 전반적으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중간에 계속 번복하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얻지 못했습니다.
i) 지원자 I
전반적으로 답변이나 설명을 차분하고 안정적으로 잘 하는 점이 좋았습니다. 통계학 전공이지만 오히려 기계학습 쪽에 관심이 훨씬 높은 점이 특이하여 기억에 많이 남습니다. 그리고 코드 리딩 테스트를 풀 때 굉장한 집중력으로 풀이에 열중하는 모습이나 이후 잘 풀지 못한 이후에도 계속 아쉬워하는 모습에서 진지함이 느껴져 인상적이었습니다.
j) 지원자 J
지리학과 전공이라는 특이한 배경을 갖고 있었고 면접 내내 진중한 모습을 보여 인상적인 지원자였습니다. 통행 수요 예측이라는, 본인의 전공과 데이터 분석을 접목시킨 흥미로운 연구 과제를 장기간에 걸쳐 진행하고 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는데, 한편으론 저희 회사로 오기보다는 계속 현재 하는 연구를 계속 발전시킨다면 더 좋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당장의 역량보다는 앞으로의 가능성이 더욱 기대되는 원석같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비록 채용 인원이 정해져 있었기에 2명의 최종 합격자를 선정할 수밖에 없었지만 다시 한번 강조하자면 지원자 분들의 전반적인 수준이 높아 사실 위 면접자 중 대부분은 합격할 자질이 충분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마 저희의 부족한 식견으로 인해 서류 전형에서 탈락한 분들 중에서도 뛰어난 역량을 갖춘 분들이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훌륭한 분들과 함께 하지 못해 아쉽고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같이 일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한편, 회사에 궁금한 점을 물어보라는 질문에 한 지원자분이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역량이 무엇인지를 질문했었는데, 제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하기에 회사가 원하는 인재상이라는 것은 대개 설명을 위한 설명이어서 말로는 '이러저러한 역량과 인성을 갖춘 인재를 원하며 이를 위해 XX 측면을 많이 본다.' 라고는 말하지만 막상 채용할 때는 다른 판단을 하는 경우도 많고 채용 당시의 상황 - 이를 테면 당시 지원자들의 전반적인 수준이나 경쟁률, 심지어 면접관 개인의 심리 상태 등 - 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실상 운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과도하게 모법 답안을 위해 노력하는 모습은 오히려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어떤 정답을 찾아 거기에 본인을 맞추려는 시도보다는 본인의 성향과 역량을 최대한 솔직하게 표현하고 그런 자신을 마음에 들어 하는 회사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회사에 입사하는 것은 최종 목표가 아닌 사회 생활의 출발이기 때문이죠. 물론 지원자 입장에서 답답한 노릇이고 어쩌면 이렇게 말하는 제가 거만하고 태평하게 보일 수 있겠으나, 십 수차례의 채용을 진행하면서 제가 갖게 된 생각은 채용은 마치 소개팅과 같아서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 아니라 맞는 상대를 만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점입니다. 게다가 상대방에게 잘보이려고 할수록 오히려 상대가 부담스러할 수 있고 오히려 쿨한 모습에 매력을 느낄 가능성이 높죠 (물론 막상 이쁜 상대를 만나면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요).
마지막으로 아래 그림은 인턴 지원자분들의 자기 소개서로 만든 워드 클라우드입니다. 모든 분들의 세세한 사연들을 모두 담을 수는 없겠지만 기념이 될까 싶어 만들어 봤습니다. 저희 팀에 지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다시 한번 감사의 말씀 드리고 비록 함께 일하지는 못하지만 이번 경험과 이 글이 여러분들의 취업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