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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을 딛고 사는 존재

by 김팔

저는 대체로 붕 떠있는 사람입니다.

추상적인 감정, 생각들 사이를 부유하는 사람이죠.


여러 생각들에 뒤엉켜 있다 보면, 문득 외로움 때문에 손끝이 아립니다.

내가 놓인 상황, 내가 가진 생각과 고민들이, 유독 나만 괴롭히는 건 아닌지.

공감받지 못할 생각들에 갇혀서 점점 세상과 단절되는 건 아닌지.


당신도 어느 순간엔, 나와 같은 때가 있겠지요.

현실에 발을 딛지 못하고 붕 떠있으면서도,

계속해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 때 가요.


우리는 땅을 딛고 사는 존재입니다.

땅이란, 현실 세계의 많은 것들을 의미해요.

소중한 사람들과의 관계, 직장에서의 업무, 지켜야 하는 약속, 집안일 등

원하든 원치 않든 현재의 나를 위해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죠.


그렇기에 우리는 현실로 복귀하는 연습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현실 세계와 많은 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이에요.

감정과 생각의 구렁텅이에 사로잡히면 더 깊은 수렁으로 빠지게 됩니다.

그러다 보면, 점점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해야 땅을 디딜 수 있게 되죠.


그렇게 되기 전에, 사뿐히 내려앉아 보는 건 어떨까요?

한순간일 뿐입니다.

휙 하고 발걸음을 돌리고, 침대에서 일어나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잡념을 떨치려 고개를 내젓는

그 한순간.

누군가 당신의 우아한 착륙에 손을 잡아줄지도 모르죠.

당신은 알 수 없는 안도감에 휩싸일지도 모릅니다.

적어도 당신 스스로는 소소한 만족감을 느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 글을 쓰려 오늘도 너무 많은 생각에 잠겨있었네요.

이제 생각을 정리하고 가볍게 발을 뻗습니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헬스장으로.

조심스레 땅에 발을 디뎌 봅니다.


나의 생각과 언행이 당신에게도 가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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