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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잠 Jan 14. 2022

20220109

어쩌면 의미 없는 일일 수도 있다. 새로운 계정을 만들어냄으로써 새로운 자아를 찾겠다는 건. 디지털 시대에 존재를 대변하는 이 ‘계정’이라는 것에 많은 의미를 두는 건 미련한 일일지도 모른다. 쉽게 만들어 쉽게 기억에서 사라질 무언가이기도 하기에. 이미 많은 자아를 소유하고 있다. 일로나 개인적으로나 하다못해 집 스마트TV로나. 하지만 그 자아들 중 어떤 것이 나를 대변할 수 있을까? 나를 표현하기 위해서 과연 난 어떤 자아를 선택해야만 할까? 문득 그것에 대해 생각해보다 현재 그런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는 이내 왠지 모를 흥분감에 휩싸여 새로운 계정을 뚝딱 만들어냈고 이 창구를 통해 나의 목소리를 조금씩이나마 내뱉어야겠다 생각한다.



“목소리를 내뱉는 것이 현재 네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아의 모습이야?”라고 묻는다면 우선은 예라고 대답하겠다. 꽤 긴 시간 동안 목소리를 낸 적이, 어쩌면 내는 방법조차 잊어버렸기 때문에. 어떤 방식으로든 나의 목소리가 내 목구멍 바깥으로 나온 가장 최근의 순간을 곱씹어 보자면 햇수를 손가락으로 한 손 가득 접어야만 할지도 모른다. 한땐, 이제 곧 풍화되어 사라질지도 모를 기억 속 옛 순간을 트로피 삼아 현재의 내 자아를 이야기하려고 했다. 긴 시간 많은 것이 바뀌었을지도 모른다는 것을 인지함에도 불구하고. 그렇기에 지금의 이 새로운 계정/자아는 어쩌면 이후의 시간을 위한 변명이 될 수도 있다. 그 변명이 껍데기 뿐일지, 결국 끄덕일 고개가 될지는 그 시간이 만들어내겠지만, 우선은 성급한 혀와 손가락으로 변명의 단초를 제공해보려고 한다.



어쩌면 이미 존재하던 걸 다시금 되찾는 과정이라 생각할 수도 있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지만 내 속 어딘가엔 처음의 그 반가웠던, ‘그'이기도 하지만 ‘나'이기도 한 그 존재가 있을 거란 사실을 희망하며 앞으로의 시간을 지나 보려 한다. 결국 어느 순간 돌아봤을 때, 그 존재를 바라보는 게 거울일지 유리창일지는 오로지 내게 달려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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