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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묘한 Dec 08. 2023

120723

난 커서 뭐가 될까.


고구마 번개가 있었던 밤, 동친의 집.

20년 지기 친구이자 동친(동네 친구)이 말했다.


"말이 많아졌어!! 무슨 일이야!!!??"



산속에서 3~4개월 수양하다 속세로 뛰쳐나온 사람마냥 (틀린 말은 아니다.) 난 요즘 세상에 궁금한 게 너무 많고, 에너지가 넘친다.



이틀 연속 동친들을 만나고, 그동안의 복수를 하듯 내어주는 끝없는 음식들을 배두드려가며 먹고, 가장 좋아하는 산책길을 걷고, 하염없이 달을 바라보고, 좋아했지만 한동안 멀리하던 노래들을 다시 듣고, 드물게 보는 텅 빈 책방엘 가서 쌓여있는 항공사 마일리지로 책을 열 권쯤 사고, 오랜 염원(?)이었던 총과 활을 쏘고, 반짝반짝 빛나는 다운타운 밤거리를 걸었다.



남는 에너지로 브런치에 작가 신청을 하고 잠들었는데, 오늘 아침 운동을 하고 나오니 답장이 와있다. 인스타에 올리는 기묘한 레시피를 내가 찾을 수가 없어 레시피와 스토리만 정리되어 있는 또 다른 일기장이 필요했는데, 넘 잘된 일이다.



기묘한 레시피를 시작한 지 꼭 1년이다. 어제로 55개의 글이 올라왔고, 내게는 59개의 정리된 스토리와 레시피가 있고, 무궁무진하게 많은 기억들과 추억들과 그와 함께하는 레시피가 있다.



난 커서 뭐가 될까.

고구마에 고메 버터라니... 반칙도 이런 반칙이 없다.
꿀에 시나몬 파우더까지 있어야 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뉴질랜드에서 온 귀한 꿀을 내주신다.
왜 집에 호떡이 있죠.
아주 느릿한 영상이 흐르는 액자. 동친들의 취향은 매번 나를 감동시킨다.
캔들과 조명.
총 쏘러.
처음 쏴 본 활.
드물게 보는 텅 빈 책방.
반짝반짝 다운타운.
동친 번개 22. 누구는 빈 손으로, 누구는 따뜻한 접시를 들고.
비트 물김치 번개. 동친+형부=형동 님께서 만드신 믿고 먹는 음식.
나의 최애 산책길.
서울의 밤.
                    난 커서 뭐가 될까.


확실한 건 지금의 나의 동친들이 나를 키워주고 있다는 점이다.

그들로 인해 내가 살 찌고(진짜다...), 조금은 더 성숙한 인간으로 자라나고, 또 더 나은 인간이 되고 싶다고 느낀다.

그래서 나도 그들을 살 찌워야겠다고 다시 결심한다. 

요리를 해야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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