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어느 날 찾아온 후배 놈
며칠 전, 대학교 후배가 회사 앞으로 찾아왔다.
오랜만의 연락이라 혹시 안 좋은 일인가 싶어 걱정이 되기도 하고, 좋은 소식이 있는 건가 싶기도 해 여러 가지 상황을 상상하며 카페로 향했다. 뭐가 되었든 맛있는 밥을 사줘야겠다.
두 눈망울이 반짝이는 후배는 설레는 표정이었다. 나쁜 일은 아니구나.
후배는 광고홍보학을 전공한 30대 초반의 취업준비생이다. 전시나 공연을 취미로 좋아해서 종종 내가 진행하던 작품들을 추천해서 보러 놀러 오곤 했다.
나는 문화 예술 브랜드 기획자로 일하고 있다. 햇수로 벌써 2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어느덧 후배들 눈에는 박물관에나 있을 법한 '라테 선배'로 보일지도 모르겠다.
후배가 내 앞에 앉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언니, 저... 문화 기획자가 되고 싶어요!"
'아... 이 친구를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순간, 내 머릿속에 가장 먼저 떠오른 생각은 어떻게 말려야 할지였다.
문화 예술이라는 아름답고 화려한 작품만을 보고, 그 일도 백조와 같이 우아한 직업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니까.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백조의 물속 발이 얼마나 치열하게 바쁘게 헤엄치는지는 잘 안 보려고 하는 거 같다.
그렇다. 바쁜 백조의 발처럼 내가 경험해 온 이 문화 기획자라는 직업은 3D업종에 속한다. 노가다가 8할이다. 강철 같은 체력은 기본이고, 온갖 변수와 예상치 못한 상황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정신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웬만한 비난이나 질타에는 끄떡없는 두꺼운 뻔뻔함도 때로는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불타는 열정? 그건 뭐, 이 판에서는 숨 쉬는 공기와도 같다. 그것 없이는 아예 시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 일을 순수하게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한다면, 미안하지만 한 달도 버티기 매우 어려울 것이다. 업계의 현실적인 처우는... 음... 진심으로 이 일을 사랑하고 그 가치를 믿지 않으면 버티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솔직하게 말할 수 있다.
나는 후배의 그 초롱초롱한 눈빛을 보며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 친구는 이 일을 어떤 모습으로 상상하고 있는 것일까? 이 일이 정확히 무엇을 하는 일인지, 그 이면까지 제대로 알고 이야기하는 것일까? 눈빛은 이미 저 높은 이상향에 가 있는데, 현실은 발아래 펼쳐져 있다는 것을...
그래, 내가 겪고 느낀 이 길 위의 이야기들을 하나, 둘, 조심스럽게 풀어놓기로 결심했다. 내 경험이 모든 후배들에게 똑같은 정답이 될 수는 없겠지만, 단 한 가지라도 그들의 고민과 결정에 작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라고.
진심으로,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글/그림 신나]
Prolog: 문화 기획자가 뭔데? (feat. 어느 날 찾아온 후배 놈...)
Part 1. 진짜 이 일 하고 싶니?
왜 하필 문화 기획자? 딴 거 할 거 많잖아
예술, 정답이 없는 특별한 곳
Part 2. 예술판 생존의 기술
화려함 뒤에 감춰진 현실의 민낯
다름을 이해하는 시선: 장르와 공간 1
다름을 이해하는 시선: 장르와 공간 2
혼자가 아닌 우리: 협업의 가치
여성 기획자로 살아온다는 것
문화 기획자의 파워루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
Part 3. 예술가와 조직 사이, 멘털 지키는 법
예술가와 대화는 통역이 필요해
예술가한텐 친구, 조직한텐 충신? 소통은 너무 어렵다
꼰대 되기 싫으면 눈치 챙기고, 요즘 트렌드 읽기
관객이 주인공이야
선배? 후배? 결국 '한 배' 탄 동지들
Epilogue: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거야?
문화 기획자가 뭔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