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하필 문화 기획자?
딴 거 할 거 많잖아.

Part 1. 진짜 이 일 하고 싶니?

by 신나
신나 그림 일.jpg <일의 의미>


자, 가장 근본적인 질문부터 던져볼까. 너에게 '일'이라는 건 어떤 의미니?


우리는 흔히 '일'을 두 가지 의미로 나누어 생각할 수 있다. 하나는 '직(職)'.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시간을 쓰고 노동력을 제공하며 돈을 버는 수단으로써의 일. 직장, 직업, 직함... 말 그대로 '자리'로서의 일이다.

다른 하나는 '업(業)'. 이건 조금 다르다. 내 삶의 방향과 맞닿아 있고, 돈벌이를 넘어선 의미를 가지는 일. 내 안에서 계속하고 싶다는 목소리가 울려 나오고, 설령 돈이 되지 않더라도 결국은 하게 되는 그런 종류의 일. 흔히 '소명'이라고도 말한다.

이 둘의 가장 큰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나는 바로 '목표'라고 생각한다. 일의 목표가 '돈'이냐, 아니면 네 안의 '꿈'이냐. 이 질문 앞에서 네 마음에 솔직해져야 한다. 둘 중 어느 것이 옳고 그른 것은 없다. 그저 너의 '선택'일 뿐이다.

하지만... 문화 기획자는… 솔직히 '업'으로서 대하지 않으면 오래 버티기 힘든 일이다. 물론 돈도 벌어야지! '돈 버는 건 포기해라!'라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다만 일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야 한다는 것이다. 돈이 더 중요한 목표가 되는 순간, 이 일의 고단함은 감당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뜻이다.


내가 이 문화 예술 판에 처음 발을 들인 것은 대학생 때였다. 학비 마련을 위해 휴학을 하고 우연히 공연 기획사의 홍보팀 인턴으로 들어갔다. 당시 <난타>라는 공연을 만드는 PMC프로덕션이라는 회사였는데, 그때만 해도 우리나라 공연이 해외 투어를 돌고, 공연 하나로 전용관을 열어 매일 공연하는 '오픈런'을 한다는 것은 뉴스에 나올 만큼 대단하고 상징적인 일이었다.

난타.jpg <난타> 공연 장면

나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고 교육학을 복수 전공하며 미술 선생님을 꿈꾸던, 공연에 대해선 그 어떤 지식도 경험도 없던 학생이었다. 그런데 그곳에서 1년 동안 인턴 생활을 하면서 내 마음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무대 뒤편에서 본 '공연'이라는 세계가 얼마나 강력하고 매력적인지 처음으로 느꼈고, 무엇보다 그곳의 '사람들'에게 깊은 감동을 받았다. 하나의 작품을 제대로 무대에 올리기 위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주말도 반납하고 밤샘 작업을 밥 먹듯 하면서도, 힘든 내색보다는 서로를 격려하고 작은 웃음 속에서 에너지를 만들어가며 지내는 모습. 돈을 벌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이 일을 '업'으로서 온 마음을 다해 몰두하는 사람들의 뜨거운 에너지가 느껴졌다. '와... 나도 저분들처럼, 저런 마음으로 일하며 내 삶을 채워가고 싶다.' 그때 품었던 작은 동경과 열망이 내 인생의 방향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결국 학교를 졸업하고, 나는 그 회사 신입 공채에 지원했다.


나는 가끔 일이 '운명의 상대'와 같다는 생각을 한다. 첫눈에 반해서 '바로 이것이다!' 싶게 단숨에 시작하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이것저것 기웃거리고 경험하다가 '어? 알고 보니 당신이 나의 운명이었구나!' 하고 뒤늦게 발견하는 경우도 많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일을 만나고, 자기 몫의 길을 걸어간다.

후배에게도 그날 진심을 담아 이야기해 줬다. 네가 하려는 일의 진짜 의미가 무엇인지, 너의 안에 어떤 '나만의 신념'이 단단히 자리 잡고 있는지 먼저 들여다보라고. 그것을 찾고 나면, 이 길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겠지만... 아마도 고단함 속에서도 덜 지칠 것이고, 예상치 못한 즐거움과 보람으로 가득한 순간들을 더 많이 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이다.



[글/그림 신나]





문화 기획자의 인생큭큭장 ☞

<후배에게: 관객은 모르고, 예술가는 말하지 않는 것들>


Prolog: 문화 기획자가 뭔데? (feat. 어느 날 찾아온 후배 놈...)


Part 1. 진짜 이 일 하고 싶니?

왜 하필 문화 기획자? 딴 거 할 거 많잖아

예술, 정답이 없는 특별한 곳


Part 2. 예술판 생존의 기술

화려함 뒤에 감춰진 현실의 민낯

다름을 이해하는 시선: 장르와 공간 1

다름을 이해하는 시선: 장르와 공간 2

혼자가 아닌 우리: 협업의 가치

여성 기획자로 살아온다는 것

문화 기획자의 파워루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


Part 3. 예술가와 조직 사이, 멘털 지키는 법

예술가와 대화는 통역이 필요해

예술가한텐 친구, 조직한텐 충신? 소통은 너무 어렵다

꼰대 되기 싫으면 눈치 챙기고, 요즘 트렌드 읽기

관객이 주인공이야

선배? 후배? 결국 '한 배' 탄 동지들


Epilogue: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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