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 정답이 없는 특별한 곳

Part 1. 진짜 이 일 하고 싶니?

by 신나

어떤 일이든, 그 길의 시작점에 서 있는 누구에게나 '성공하고 싶다'는 마음은 당연한 목표일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꿈꾸는 그 '성공'의 모습이 정확히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거다. 막연한 성공이 아니라, 나만의 이야기가 있는 성공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는 것이 그 시작에 도움이 된다.


지금 당장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하게 느껴질 때, 생각을 정리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이 하나 있다. 바로 내가 어떻게 죽을지부터 거꾸로 시간을 되감아 보며 상상하는 것이다. 몇 살에, 어떤 모습으로, 누구 손을 잡고 눈을 감을까. 묘비명엔 뭐라고 쓰여 있을까. 그런 뒤 죽는 날에서 10년, 또 10년, 5년씩 거슬러 올라와 지금의 나의 나이가 되었을 때 모습을 그려 본다. 그럼 신기하게도, 당장 뭘 해야 할지 선명해지는 것을 알아차린다. 이게 꽤나 현실적인 코칭이 된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시한부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채워나가는지가 곧 우리의 이야기가 된다.

거꾸로 삶을 들여다보면, 이상하게도 가장 본질적인 것들이 툭 튀어나온다. 물론, 상상한 대로 인생이 흘러가는 법은 없다. 때론 상상 이상으로 근사하게 펼쳐지기도 하고, 때론 한참을 돌아가기도 한다. 돌아가는 길에 잠시 멈춰 서는 날도 있겠지만, 도착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길 위의 발자국 하나하나가 이미 성공의 길로 가고 있는 게 아닐까? 누가 뭐래도, 그 모습에 누구나 기꺼이 박수를 보낼 것이다.


후배가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본인이 '본투비 예술 전공자'가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그게 흠이 되지 않을까, 남들보다 뒤처진 시작이라 가는 길이 너무 힘겹진 않을까, 두려워한다.

나 역시 그랬다. 디자인을 전공했지만, 문화 기획자는 디자이너가 아니다. 그리고 원래 꿈은 미술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미술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집안 형편이 어려워 미술 학원 문턱조차 넘기 힘들었고, 그렇다고 남들보다 뛰어난 재능을 가진 것도 아니어서 실력만으로 예고나 미대에 진학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스스로 잘 알고 있었다. 그러던 고3 시절, 담임 선생님과의 입시 상담 시간. 앞으로 어떤 전공을 선택할지 이야기하다가 불쑥 진심이 튀어나왔다. "선생님... 저 미술 공부 하고 싶어요."


그때 담임 선생님은 내게 예상치 못한 제안을 하셨다. "내가 그럼 미술 학원 보내줄게. 수능까지 5개월밖에 안 남았지만, 한번 해볼래?" 정말 가능하다고 생각해서 하신 말씀이었을까? 아니면 아무 생각 없이 눈앞의 진로만 쫓아가는 내가 안타까워서 던져본 제안이었을까? 이유야 어찌 되었든, 나는 그 기회를 넙죽 받아들였다. 그때 담임 선생님의 제안과 따뜻한 배려는 내게 '선생님이라는 직업은 이런 것이구나' 하고 깨닫게 해 주었다. 그리고 내가 만약 할 수만 있다면, 꿈이 있는 친구에게 기꺼이 도움이 되는 '조력자'가 되어보고 싶다는, 내 안의 '업(業)'의 꿈이 생긴 날이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미술 선생님이 아닌 문화 기획자가 되었다. 직업의 종류는 달라졌지만, 그때 마음먹었던 '업'의 본질적인 목표는 여전히 같다. 내가 문화 기획자로서 만든 작품과 관객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예술이 누구에게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문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또한, 디자인을 전공했기에 이 일을 하면서 브랜드 이미지와 관련해서 남들보다 좀 더 디자인적인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었다. 교육학을 복수 전공하며 가졌던 교육적 가치관은 특히 어린이들을 위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마다 더 깊은 진심을 담게 했다.


내 주변의 동료 그리고 선후배 기획자들을 보면, 그들의 전공은 정말 다양하다. 시작의 순서도 제각각이다. 인문, 사회, 이공계열 등 그 어떤 시작도 다 의미가 있다. 의미 없는 과거는 없다. 늦었다고 생각하거나, 남들과 달라서 불편할 게 전혀 없다. 오히려 문화 예술 분야는 다양한 과거를 환영할지도 모른다. 뻔하지 않은 스토리는 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스스로 걸어온 길과 경험에 대해 충분히 자신감을 가져도 좋다.

점수를 매길 수 없는,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곳이 바로 문화 예술 분야이다.

예술은 정답이 없다.jpg <Art has no right answer!>


[글/그림 신나]




문화 기획자의 인생큭큭장 ☞

<후배에게: 관객은 모르고, 예술가는 말하지 않는 것들>


Prolog: 문화 기획자가 뭔데? (feat. 어느 날 찾아온 후배 놈...)


Part 1. 진짜 이 일 하고 싶니?

왜 하필 문화 기획자? 딴 거 할 거 많잖아

예술, 정답이 없는 특별한 곳


Part 2. 예술판 생존의 기술

화려함 뒤에 감춰진 현실의 민낯

다름을 이해하는 시선: 장르와 공간 1

다름을 이해하는 시선: 장르와 공간 2

혼자가 아닌 우리: 협업의 가치

여성 기획자로 살아온다는 것

문화 기획자의 파워루틴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들


Part 3. 예술가와 조직 사이, 멘털 지키는 법

예술가와 대화는 통역이 필요해

예술가한텐 친구, 조직한텐 충신? 소통은 너무 어렵다

꼰대 되기 싫으면 눈치 챙기고, 요즘 트렌드 읽기

관객이 주인공이야

선배? 후배? 결국 '한 배' 탄 동지들


Epilogue: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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