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조각하다.

by 지오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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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기억이 떠나면 어디로 갈까?’하는 생각을 잠깐 해 본 적이 있다. 만약 내게서 이 아픈 기억을 떠나보낼 수 있다면 새로운 생명력과 에너지로 넘쳐나는 푸른 숲이었으면 싶었다.


때론 억수같이 퍼붓는 소낙비처럼 큰비가 되어 우리 몸 어딘가를 허물고 도려내는 상처를 남기고 떠나가는 기억일지라도 이 너머에는 따뜻한 희망이 기다리고 있었으면 싶었다. 숲은 늘 그렇듯이 너무 지쳐 모든 것을 놓아버리고 도망쳐 나온 쓰라린 기억들을 그 너른 품에 안아줄 수 있을 테니까…


살다 보면 가끔씩 내 앞에 모질게 불어오는 큰바람에도 나를 놓지 않기 위해 나는 오늘도 과거의 기억을 조각한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잊지 않기 위해서…


그러다 보면 먼 훗날, 차곡차곡 조각된 기억들은 어느새 ‘추억’이라는 화살이 되어 특별할 것 없는 심심한 일상에 느닷없이 날아들어 현실 장벽에 균열을 일으킬 것이다. 이렇듯 ‘현실’과 ‘추억’은 공존할 수 있다. 다만 우리가 돌아보지 않았을 뿐이다.


누군가 ‘기억’이 ‘추억’이 되려면 ‘스토리’가 필요하고 ‘감동’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아마도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가 그토록 치열하게 무엇인가를 하고 또 좋은 것을 남기려고 열심인 이유이리라. 그 과정에서 기쁘거나 아프거나 하는 사연 많은 기억들은 모두 필연적인 덤(?)이다.



이젠 삶이 어떻다고 단정 짓지도 미래에 대한 거침없는 결론, 꿈이 어떻다고 말하는 것도 하지 않으려 한다. 분명 내일의 태양은 뜨고 내일의 삶은 다가오겠지. 또 내일의 많은 유혹도 달려들겠고. 나는 약하므로 유혹되고 쉽게 살아가려는 순간의 안일에 시험당하고 망가지기도 하겠지만 최선을 다해 순간을 살고 싶다.


사랑과 생활과 인간을 열렬히 요구하기 때문에 오히려 나는 그러한 것들을 두려워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나의 모든 본능을 무서워하고 나의 생활은 부단한 강제와 함묵(緘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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