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천변을 따라 걷는다.
눈부시게 푸르렀던 여름날을 떠나보내고
참 지독히도 외로운 이 길 위에 또 내가 섰다.
어느새 내 곁에 살포시 내려앉은 쓸쓸함 위에 짙은 아릿함 덧칠하고
이 길 위에 또 내가 있다.
어김없이 사람을 외롭게 만드는 이 계절의 변화가 또다시 오고야 말았다.
가을이다.
가을엔 아픔까지도 아름답다고 했던가.
가슴 한 켠 주머니 가득 그리움 품고 홀로 걷고 또 걷는다.
정처 없는 내 발길 따라 흔들리는 길가의 코스모스
그 옆에 수줍게 얼굴 내민 천연빛깔 작은 꽃들…
이 예쁜 꽃들 보며 걷는 이 순간이 무색하게도
우울감에 침잠하던 내 마음 속에
가을은 정녕 오고야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