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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오킴 Nov 25. 2020

아스라한 해바라기 밭

나의 첫 번역 에세이 출간


정말 오랜만에 브런치를 로그인했다.

11월 들어서는 거의 글을 안 쓴 것 같다.

가을이어서 그랬던 걸까. 마음도 몸도 너무 무거운 요즘이었다.

글도 쓰기 싫었고 말도 하기 싫었고 ㅜㅜ 그냥 다 하기 싫었다.

이유도 모른 채로 말이다.


몸까지 아파서 계속 누워 있었는데 출판사 대표님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책 나왔어요.^^"


번역은 진작 끝냈지만 코로나로 인해 잠정 연기되었던 책이 드디어 이 세상에 온 것이다.

대표님은 정말 소리 없이 아주 조용하게 일을 진행시키셨다.

요란하지 않게 그렇게 내 번역 에세이가 나에게 왔다.

오늘만큼은 내 브런치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반드시 기억해야 할 날이므로.

그래서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내 진심을 담아 이렇게...


"대표님, 감사합니다."




<역자 후기 중에서>


누구나 한 번쯤은 복잡한 도시를 떠나 자연과 하나 되는 삶을 꿈꾼다. 광활한 대지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 개와 고양이 벗 삼아 평화로운 일상을 살아가는 꿈. 그것은 어쩌면 영원히 이루지 못할 꿈일 수도 있다.


바쁜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자연 속에서 살아보고픈 현대인들에게 어쩌면 대리만족을 시켜줄지도 모를 에세이가 아닐까 싶다. 하지만 우리가 꿈꾸는 낭만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대지와 하나 되는 삶을 꿈꾸는 작가가 한 번씩 방문하던 엄마의 집과 그 넓은 들판 위에 펼쳐진 황금빛 해바라기 밭이 무대가 되는 이 에세이는 자연 속에서 아주 치열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현실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 안에서 느끼는 인간의 왜소함과 쓸쓸함, 그리고 완전한 고독 속의 자기 성찰이 담백하게 그려진다. 그리고 딸의 시선 속에 담긴 엄마의 가슴 뭉클한 사랑이 절제된 감정 속에서 오히려 크나큰 감동을 준다. 그 외에도 외할머니에 대한 기억, 온갖 가축들에 감정 이입해서 바라보는 따뜻한 시선들이 미소 짓게 한다.


루쉰 문학상을 포함 여러 문학상을 수상하며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왔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 리쥐안.『인민 문학』에서는 그녀의 글을 현대 중국 최고의 순수미를 구현한 작품이라 극찬하기도 했다. 중국의 독자들 사이에서도 아주 큰 반향을 일으키며 혜성처럼 나타난 작가의 예민한 감성이 폭발하지 않으면서도 은근하게 가슴속에 파고드는 그 어떤 미묘한 울림이 이 에세이의 강점이 아닌가 싶다.


담담하게 지난날을 회상하는 글에는 돌이킬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 아쉬움, 그리고 어떤 이유로든 상처 받은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마음이 아릿하다가도 어느새 미소를 띠며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탁월하다. 무엇보다도 바쁜 일상에 쫓기는 현대인들이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는 소품 같은 이 에세이가 한국 독자들에게도 촉촉한 감성을 선사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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