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데스노트도 아니고.

by 류류류

당당하게.

사실 뭘 죄지은 것도 없는데 말이다.

할 일을 하고, 그 외엔 적당히 편하게.


할 일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불편한 것 같다.


아무래도 내가 여기 그냥 있는 게 아니라, 월급을 받으니까.


어제 6년 전에 쓴 일기장들을 들쳐보았다.

4개월 정도 이어 쓴 글들이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지금과 비슷하고,

신기할 정도로 그때 이랬으면, 저랬으면 좋겠다.라고 하는 것들이 많이 이루어져 있었다.


그때도 비슷한 감정을 가지고

회사생활을 힘들어하고 있었으며,


6년 전에도 비슷한 연애로 짜쳐했었고,

다만 그때가 지금보다 더 혼란스럽고

나를 더 많이 공격하고 있었다.


모두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6년 전에 원했던

조용하고 정갈한, 자그마한 오피스텔에서 혼자 살고 싶었던 건 5년 전부터 내 일상이 되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굳이 왜 자그마한이라고 적었나 싶다, 그렇지 않았으면 조금 더 큰 곳에 살고 있으려나)


특정 금액을 모아, 은퇴하고 싶다는 소망도.

그 금액은 작년에 모았다.

명확히 적혀있는 금액을 보고 좀 뜨악했다.

뭐야. 이걸 내가 지금 읽는 게 신기하네. 하면서.

다만, 내가 물가상승률과 원화가치 폭락을 예상하지 못해 은퇴는 조금 미뤄야 했지만.

그와 더불어 20대 후반인 나보다 더 현실적이게 변한 부분도 있겠다.


혼자 오롯이 서서 생활하고 싶다는 소망도.

그 글을 적고 몇 달 되지 않아 홀로 서울로 이동해 왔기에, 무조건 나 혼자 오롯이 생활했어야만 했다.


무슨 데스노트도 아니고.

신기하다.


갑자기 오늘 저녁에 적어야 할 많은 내용들이 떠오른다.

이걸 또 미래의 특정 구간에 내가 보고

신기하겠지?


무슨 데스노트도 아니고.

라며 중얼거리면서.


조금은 더 주름진 얼굴을 하고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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