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1박

by 류류류

허리가 계속해서 좋지 않아,

이번엔 MRI를 찍어 검사를 해보기로 했다.


금요일 밤 7:30분에 병원을 찾았다.

입원은 예약이 되어있었는데, 병실은 예약을 받지 않는다는

신박한 소리를 듣고는

1인실과 응급실 5인실 중에 선택을 해야 한다고 했다.


1인실에 27만원.

허리가 불편하긴 했지만,

집도 너무나도 가까워서 그럼 집에 가서 자고 와도 되냐고 했더니

그건 보험사 때문에 안된다고 한다.

CCTV요청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참 나. 입이 약간 튀어나왔지만,

뭐 어쩔 수 있나.

그것 때문에 다시 예약을 해서 오는 건 더 싫었으니

예정대로 검사를 하고 응급실로 향한다.


20대 초반에 응급실을 간 적이 한번 있었다.

귀국하는 비행기 안이었는데, 거기서 뜨거운 차를 허벅지 안쪽에 쏟았다.

그땐 어린 마음에 아프다고 난리를 치는 게 (난리를 쳐야 마땅할 정도의 화상을 입었으나)

부끄러워 조용히 화장실로 가서는 차가운 물로 허벅지를 적시고

집까지 왔었다.

지금 내 관점으로는 미련했다. 싶지만

그때 나는 그랬다.


엄마가 보고는 화들짝 놀라셨다.

물이 가득 먹어 지우개처럼 너덜너덜해진 내 허벅지 살을 보시고는

바로 응급실로 향했다.


몇 도 화상이었는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다.

워낙 오래전의 일이라.

응급처치를 하고 약을 받아서 집으로 돌아왔다.


그래서일까. 아님 그저 엄마여서일까.

이렇게 병원에 와서

내가 결정해야 할 사항이라던지,

내가 생각했던 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 때에는


나는 주저 없이 엄마에게 전화를 한다.


병원에 있으면 아무래도 조금은 불안한 내 마음을

엄마 목소리가 가만가만히, 어릴 적처럼

내 가슴을 쓰담쓰담해 주며 엄마 손이 약손이라고 속삭여 주는 것만 같다.


응급실에 아무도 안 올 수도 있으니

우선 거기에 가라고.

그리고 자는데 너무 불편하면

얘기해서 1인실로 옮기라고 하셨다.


평소 같으면 나도 생각했을 심플한 해결책이

(아니지 해결책도 아니지, 결정 사항이)

엄마의 입에서 내 귀로 흘러 들어오고 나서야

편안한 마음으로 결정할 수 있게 된다.


'엄마'란 존재는 얼마나 자식의 여린 마음을

따뜻하고 강하게 어루만져 주는지.



느지막한 밤 아빠한테 전화가 왔다.

눈 감고 그냥 자버려라는 말씀을 세 번 정도 반복했다.


우리 집에서 제일 잠을 적게 자는 사람이

잠이 가장 많은 나를 생각해서

여러 번 반복하는 그 마음에

마음이 찡해졌다.


그리고 '아빠' 덕인지

나는 1시쯤에 잠이 들어,

침대 위 책상에 응급실 전등이 환하게 비치는

식기들이 놓일 때까지

눈 감고 그냥 자버렸다.


중간중간 깨긴 했지만,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어떤 일이 생길 때

내 불호를 조절하면

다 꽤 나쁘지 않은 일인데


습관적으로 나는

불호를 마음속에서 내고

불호를 외부로 내비친다.


이 병원이 긴축경영을 하나. 생각도 하고 (맞겠지, 입원 병동 허용 인원보다 더 많이 받는다는 거니까)

진료를 보고 집으로 가야지.


전등도 따스한

우리 집으로.



작가의 이전글무슨 데스노트도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