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에서 밤을 보내지 않아도 되는 의사는
나에 비해 아주 멀끔하고, 상쾌한 모습이었다.
금요일 퇴근시간이 다가오는 늦은 오후의 내 모습처럼,
토요일 오전 진료까지만 하는 이 병원에서
곧 휴일을 맞이하기 때문이었으리라.
특유의 낮고 경쾌한 목소리로 그가 말했다.
허리디스크네요!라고.
순간 좀 멍해졌다.
허리가 약한 건 알았지만,
허리디스크라는 병명이
내 몸 안에 적용이 된다라는 게
벙쪘던 것 같다.
종합병원은, 너무나도 많은 환자가 있기에 어쩔 수 없겠지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허리디스크 판정을 처음 받은 나로서는 궁금한 게 많아
이것저것 질문을 해보았는데
이런 질문을 수만 번 받아봤을 의사는
단답형으로 대화를 마무리하고,
얼떨떨한 상황에서
신경주사를 맞으라고 했다.
MRI결과상 허리디스크도,
꼬리뼈 가까이 있는 디스크가 다른 것에 비해 회색이 아닌 검은색인 것도,
그 안에 하얗게 보이는 염증도 확실하기에
그의 결론은 신경주사.
스테로이드가 들어간다는 건,
그의 진료실에서 쫓기듯 나와 간호사가 나를 데리고 간 상담실에서였다.
신경주사라는 단어 자체도 무섭기도 무서웠고,
이게 내 지금 몸 상태에 바로 진행해야 되는지
충분한 설명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당황스러웠다.
(지금 생각해 보니, MRI 결과도 사진으로 찍어오고 싶었는데 그럴 정신도 없었다.)
조금 생각을 해본다고 했다가.
신경주사를 맞기 위한 수술복을 가지고 들어오는 또 다른 간호사에게
결국은 지금 당장 주사를 맞지는 않겠다고 얘기했다.
그러니 의사는 도수치료를 처방해 주었는데
내가 아직까지 잘 맞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서 그런 것일 수도 있으나
나는 도수치료를 받고 크게 효과를 느낀 적이 없어
그것도 받지 않고 지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유급병가를 받을 수 있는 회사 정책 기준이 4주부터였는데
의사는 3주 진단만 적어줘서
그것도 좀 아쉬웠다.
내일 출근하면
앉아있을 때 불편한 의자를 어떻게 해야 할지.
아니면 서서 일할 공간은 있는지 좀 찾아봐야겠다.
막연히 허리가 약하다고 생각했을 때와는 다르게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고 나서,
집에 와서 슬픈 글을 읽다가,
그 핑계로 각 눈에서 눈물을 3줄씩 흘리며 엉엉 울었다.
이렇게 아픈 것이 서럽고,
아플 때 혼자 있어 더 연약하게 느껴지고,
그냥 슬퍼 침대에 걸터앉아 엉엉 울었다.
그러다 빨래를 널어야 해서
얼굴도 닦지 않고 빨래를 하나하나 털어 널었다.
그 모습이 웃겨 피식. 하며
빨래를 여느 날처럼 정갈하게. 다 널고.
신년회 겸 생일이 모두 1월인 친구들과 만나러
평소엔 그녀들을 만날 때 자연인처럼 가지만 괜히 화장도 하고 길을 나섰다.
내 연약한 마음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지는 않게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