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추장스러운 머리카락을 다 잘라내 버리고 싶다는 생각이 오늘 계속해서 든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축 처지게 만드는 것일까.
그 사람이 내일 서핑을 하러 가자고 한다.
파도가 좋아서. 생각보다 훨씬 힘없이, 그리고 자연스럽게 헤어짐에 다다랐다.
둘 다 많이 지쳐있어서 그런 거겠지.
그 누구의 탓도 아닌 그냥 이 정도 인연이었다고 생각하자.
그래도 눈물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제 다 같이 점심을 먹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미워하는 마음은 없었다.
좋은 사람이라서.
그 사람도 미워하는 마음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냥 우리가 이렇게 끝났다는 사실에 우리였던 커플한테 그냥 측은한 마음이 들었다.
잘 돼보려고 노력했던 그 시간들과, 그냥 같이 있기만 해도 즐거웠던 그 시간들을 잘 알기에.
3년 동안 롱디로 전 세계를 여행하며 데이트를 했었고,
6개월간 매일같이 붙어있으면서 지냈다.
지겹도록 많이 싸웠고, 진하게 사랑했었다.
신기하게도 서로에게 더 이상의 사랑을 느끼지 않게 되었고,
이를 서로 솔직하게 얘기한 후에 헤어지기로 했다.
늘 그렇듯 눈물이 나는데, 차분한 눈물이 난다.
여러 번 이렇게 헤어졌었기 때문에 둘 다 지쳐버린 듯하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계속해서 불안한 생각에 사로잡혔었다.
머리로는 현재 상황을 다 이해해도 그 사람의 미래가 불안했고,
그렇지 않아도 된다는 그 사람의 말을 들을 때만 잠깐 느껴지는 안정감에 매달렸었다.
내가 존중받길 바라는 만큼 존중해주지 못했고,
그 사람은 그 모습에 상처 입고 또 입었다.
다 안고 포용해 줘야겠다는 파트너의 마음을 갖기에는 내가 너무 이기적인 것 같다.
잘해주려고 하시던 부모님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아프지만,
길게 봤을 땐 나빠하지 않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도 그 사람에게 미안했다.
환영받지 못하는 기분을 느끼게 했기에.
그리고 나도 계속해서 만족하지 못하는 상태로 미래에 나아질 것만을 기대하면서
계속 관계를 이어나가기엔 인내와 믿음, 이 사람을 향한 우리의 사랑이 부족했던 것 같다.
내가 이 사람을 조금 더 늦게 만났으면 많이 달랐을까.
좋은 추억으로 끝날 수 있도록 좋은 시간을 보내야겠다.
쉽진 않겠지만 다 끝나고 나면 그리워질 수 있는 시간들이니까.
상대방이 귀찮게 느껴지지 않아야 한다.
그렇다면 혼자 지내는 게 서로를 위해 더 좋을 것이다.
나만 완전히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은 글을 쓰는 게 참 힘이 든다.
그만 적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