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약간의 스포 있음
나는 사람이 바글바글 너무 많은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어찌 됐든 사람은 적응하는 동물이라,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 단점을 더 쉽게 느끼기 마련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에 살아서 좋다.
라고 생각한 적이 가끔 있다.
용산 아이맥스에 갈 때마다 나는 그 웅장함에 설레이고 압도되는 동시에,
그 공간 속에 존재하는 나를 즐긴다.
아바타 2가 개봉되었던 2022년,
와 그것도 벌써 4년 전이구나.
처음, 겨우 새벽타임에 명당자리를 구해
아침 일찍 용산역으로 향했다.
이렇게 이른 아침에도 운동장만한 영화관에는 사람들이 가득가득했고,
3D안경을 쓰고, 첫 화면이 시작하자마자
그 웅장함에 눈물이 찔끔 났다.
내가 이런 경험을 할 수 있음에.
여기서 이런 영화를 볼 수 있음에.
감격스럽고 고마웠다.
4년이 흐른 뒤,
서울 생활에는 더 익숙해지고 시큰둥해진 내가 용아맥을 다시 찾았다.
사실 웬만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서울에 산다고 해도, 서울에 많은 인프라를 어마어마하게 누리고 살지는 않기에
사실 내 동선은 꽤 한정적이다.
여의도에서 퇴근할 때 보이는 빌딩들은,
아직까지도 내가 여기서 사는 게 맞나.
라는 의구심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곤 한다.
내 퇴근길을 조금은 비현실적으로 만들어주면서.
어쨌든, 뭐든 처음의 경험만큼 와우. 스럽진 않지만,
여전히 정말 크다.
이번엔 F열에 한자리가 남아서
조금 고수들이 도전하는 자리라는 리뷰를 봤지만,
이번에 보지 않으면 주말엔 너무 앞자리 밖에 없었기에
그냥 결제를 해버렸다.
결론은?
처음엔 멀미를 했다.
내가 세상에나 움직이지 않는 곳에 앉아서
멀미를 한 것은 처음이었다.
물론 스크린이 어마어마하게 움직였지만.
그래도 어쩌겠는가.
멀미한다고 고속도로에서 달리는 차에서 내릴 수 없듯이
그저 가만히 앉아서 눈을 최대한 꿈뻑꿈뻑 거리며
손에 잡힐 듯 생생한 화면 속의 주인공들과 아름다운 배경들을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아바타 1이 숲이었고, 2가 물이었고, 이번에 3이 불이라면
우주 만물의 변화와 운동을 분류한 동양 철학의 기초 개념인 오행으로,
적어도 아바타 5까지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아는 만큼 보이고,
내가 관심 있는 부분이 더 내 눈에 들어오는 것만큼,
나는 부부로써 삶을 살아가는데 서로 할퀴고, 기대며,
소위 찌그락빠그락하며 한 공동체로써 살아가는 그 과정과
'돈'을 위해 무해한 '생명'을 살생하는 인간의 이기심.
그리고 저마다의 경험과 거기서 만들어진 가치관으로,
서로 대립하고 죽일 듯이 싸우는 다양한 종류의 인간 군상을 목격하는 게 흥미로웠다.
장장 3시간 동안 영화를 보고 나오니
벌써 9시가 넘어있었고,
저녁을 혼자 다 챙겨 먹기에는 배가 고프지 않았지만
아무것도 먹지 않기엔 약간 허기가 져
용산역에 삼진어묵에 가서 뜨뜻한 국물에 모둠어묵을 먹었다.
나를 잘 먹이자.
라고 되네이며,
야무지게 오뎅국물까지 한번 더 받아먹으니
온몸에 훈기가 돌면서
몸 전체가 따뜻해진다.
아바타에서 에이와와 연결될 때
주인공들의 몸에 빛으로 된 은하수 같은 점들이 빛나듯.
훈훈한 따뜻함이 내 온몸으로 퍼져나가는 걸 느끼며.
마지막에 모두가 어깨에 손을 올리며 서로가 서로에게 연결되고,
지구 바깥까지 줌아웃되면서 보이는 지구 속 수많은 빛들에서
우리 세포의 모습부터,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전체의 모습이
얼마나 유사함을 넘어, 동일한 형태로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모두가 자기가 생각하는 자기의 모습으로 행동하고,
그것이 타인의 애정 어린 사랑으로 변화해 가는 과정들.
혹은, 그렇지 않고 끝까지 내가 생각하는 내 모습으로 끝까지 삶을 마감하는 선택.
아바타 3을 보고 집에 오니,
유튜브와 쇼츠에 크게 감흥이 없었다.
그래서 금요일 치고는 일찍 잠들었고,
개운하게 토요일 아침을 맞이해
스터디 카페에 와서 어제의 생각들을
하룻밤 지난 후 약간 정리된 마음으로 줄줄 적어본다.
역시나.
용아맥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역시나.
서울에 살면 이런 게 좋다.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