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정도 무리하지 않았더니 점점 괜찮아진다고 생각했었는데,
어젯밤 샤워 후에 다리에 로션을 바르는데 뭔가 이상했다.
최대한 조심해서 한다고 했는데, 그 이후로 눕고 일어나는 것도 힘들었다.
자고 일어나면 좀 괜찮을까. 생각했는데
아침에 골반이 빠진 사람처럼 제대로 서있기도 힘이 들었다.
겨우겨우 아주 천천히 걸어서 (노인이 되면 이런 느낌일까)
보통은 25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2배나 걸려서 회사에 도착했다.
중간에, 돌아갈까.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는데
왜 돌아가지 않았을까.
집에 있으면 그저 누워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이
조금 더 무서웠을까.
아침에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해 온몸에 열을 내며 낑낑대던 나에게
문득. 119를 불러야 하고, 그래서 사람들이 오면
지금 이런 집 상태를 보고 어떻게 생각할까. 였다.
이런 생각이 든다는 건 그렇게 아프지 않다는 걸까.
아니다 난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허리 디스크가 아침에 통증이 가장 심하다는 것도 이번에 처음 알게 되었다.
내일은 내가 잘 출근할 수 있을까.
신기하게도 필라테스와 헬스장 3개월 치 끊어 놓은 것이
이번 주를 기준으로 다 환불되고, 양도되었다.
될 일은 된다더니,
기다렸다는 듯 순조롭게 모든 정리가 힘들이지 않고 되었다.
나는 그럼 지금 아프려고 아픈 건가.
억울한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내가 아는 그 누구보다 더 열심히 운동하고, 관리했는데.
오늘 갑자기 출근한 것도 서럽다.
내가 한 거면서.
뭘 그렇게 바득바득 출근했을까.
아픈데 연차 쓰면 될걸.
마음이 약해지니, 내가 나를 공격한다.
아니다. 오늘 잘했다.
회사도 잘 나왔고,
상대가 바빴던 덕분에 혼자서 스시도 점심때 먹었고,
약도 잘 챙겨 먹었고, 약 먹고 사내 병원에 가서 잘 쉬었고.
모두 다 잘했다.
아침엔 서있는데, 쓰러질 것 같아서 무서웠다.
힘이 잘 안 들어가서.
그래서 어떻게든 나오려고 했는지도 모르겠다.
어찌 됐든.
오늘,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선택들은. 잘한 것이다.
한의원도 가봐야겠다.
아프니 서럽다.
어쩔 수 없지, 내가 할 수 있고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해나가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