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역에서 평소보다 걸음이 느린 내 신발 뒷굽에
캐리어가 닿는 느낌이 났다.
돌아보니 어떤 여자가 짜증 난다는 표정으로
나를 쉭하고 지나간다.
내가 발이 닿였는데, 보통 사과를 하지 않나?
라는 생각과 함께 나도 화가 불쑥. 올라온다.
평소 같으면
내가 누구의 발에 닿인다면 사과를 하거나,
어떤 누군가 내 발에 닿인다면 사과를 받거나 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뭐 그럴 수 있다.
생각하다가도
그 여자의 옆얼굴에서 순간 보였던 짜증이
지금의 나에게 불편하게 다가온다.
미친년.
이라고 읊조리다,
어익후 그 정도까진 아닌데라는 생각이 차선을 바꿔 따라오는 차처럼 바로 따라붙는다.
아주 오랜만에 쓰는 비속어.
어떤 비속어든 '여성'의 끝말을 나타내는 욕이 더 심하게 느껴지는 건
내가 여성 이어서일까.
우선 지금 내가 몸이 힘들고,
그러니 그 몸과 붙어 있는 마음이 힘든다는 것을 인정하자.
세상엔 친절한 사람이 가득가득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하자.
그녀도 사실 친절한 사람일 순 있으나,
뭐 방금은 짜증이 났을 수 있겠지.
지금의 나처럼.
이미 10분 전에 일어난 일을 적으면서
더 이상 의미를 부여하지 말자고 생각한다.
갑자기 내 앞을 지나가는
훤칠한 아저씨의 미소를 완성시키는
입꼬리가 눈에 들어온다.
오케이. 괜찮다.
이제 엄마 아빠 만나러 가고
내일은 동생도 만난다.
오케이. 괜찮은 것보다 훨씬 더 좋다.
기쁘다.
감사하다.
빨리 엄마를 보고
내가 더 크지만 포옥 안기고 싶다.
진정한 연휴가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