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려고 했던 일들을 하나하나 차악착 처리할 때
쾌감이 있다.
시간을 잘 정돈해서 테트리스처럼 알맞게 쌓아내고 나서 느끼는 뿌듯함이라고나 할까.
오늘이 그랬다.
만나려고 했던 사람을 만났고,
일 처리도 빠르게 마쳤으며,
아빠와 함께 병원에도 다녀왔고,
내일 장가계로 여행가시기 전 장도 같이 보고,
엄마 셀프염색도 도와드리고,
저녁 챙겨 먹고 나니 벌써 이 시간이다.
물론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일들도 많다.
타인의 감정은 그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내 계획대로 되지 않는다.
고양이가 부모님 집에서 안 보고 있는 사이에
마스크 귀걸이 부분을 뜯어먹었는데
그것에 집에 오면서 화가 난 건지
고양이한테 인사하고 나한텐 인사도 하지 않고는
짐을 바리바리 싸서 집으로 가버렸다.
얼척이 없는 마음과,
아주 오랜만에 옛날 감정이 올라왔다.
동생 때문에 부모님이, 온 가족이 신경 써야 하는 짜치는 상황에 올라오는 분노.
얼굴에 올라온 불그스름한 온도를 느낀다.
오랜만이네.
상대가 너무 싫어졌다.
원래는 부모님을 공항에 모셔다 드리고
둘이서 부산에 가서 브런치도 먹고, 커피도 마시자.라는 계획이었는데
그 계획은 물 건너갔다.
근데 뭐, 또 다른 일을 하면 되는 거니까.
지금은 사실 함께 뭘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다 나도.
가족과 함께하면 할수록 느끼는 건,
최소한의 예의를 차려야 한다는 것이다.
타인에게는 절대 그렇게 하지 못할 말과 행동을 가족에게는 꽤나 쉽게 할 수 있게 되지만,
나중에 가장 크게 후회할 일이기에.
그래서 최소한 예의를 갖춰 대하는 것.
내가 이렇게 계획해도,
나도 사람인지라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지만
그래도 난 또 내 머릿속에 그려본다.
최소한의 예의를 갖춰
나를 대하고,
나와 가까운 너를 대하자고.
계획대로 되지 않는 매일 속에,
여러 계획들로 나를 조각해 간다.
그 과정에서
나는 또 괜히 뿌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