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긴 연휴에
어떤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에 친한 언니들과
함께 놀던 곳에서
수줍게 번호를 물어보던 사람.
모르는 사람에게 번호를 주기는 좀 그래서
카톡 아이디만 알려주었는데,
커피 한 잔 하자고 연락이 왔다.
밥도 아니고 술도 아니고
커피라 응했다.
눈도 잘 못 마주치면서도
갈 곳을 가득가득 검색해서 온 사람.
그 마음이 예뻐서
오후에 커피 한잔 하기로 한 것이,
저녁으로 이어지고,
저녁을 먹고 또 다른 카페로 가게 되었다.
그 카페에서
우연히 클래식 연주회를 하고 있어
옆자리에 앉은 우리는
바이올린과 첼로, 피아노의 음과 섞인
우리의 얘기들로 7시간을 함께 했다.
가족과의 일정이 취소되면서 붕 떠버린 내 주말을
그 사람과 함께 채웠다.
그가 보고 싶었던 영화도 보고,
내가 평소 자부심을 가지고 다니던 맛집에도 데리고 가고
많은 산책과, 더 오랜 시간 카페에서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눴다.
창원은 오늘 20도.
반팔을 입고 KTX에 올랐다.
은근하지만 꼭 맞잡은 손 사이로
따뜻한 봄바람이 스쳐 지나갈 새가 없다.
아이처럼 세세하게 챙겨주는 사람
4번을 만나면서 어디든 나를 데리러 오고 데려다주고.
아저씨 같기도, 소년 같기도.
괜찮게 생긴 거 같기도, 아닌 것 같기도.
숙맥 같기도, 아닌 거 같기도.
그에게 말했다.
오묘한 사람이라고.
얼굴도 계속 달라 보이고,
정신을 못 차리는 건가?
그러기엔 난 꽤나 나이를 먹었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바보처럼, 초등학생처럼 낄낄거리는 그 순간들이
오랜만에 즐겁다.
물론, 떨어져 있게 되어
또 미래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가족, 친구와 더불어
이번 연휴 때는 그 덕분에도
좋았다.
따뜻하고.
벌써 식물 속에서 생명력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낀다.
봄이 되면 전체적인 풍경의 채도가 약간 얕아지는 것처럼 보이는데
벌써 연연한 공기 속에서
봄을 느낀다.
물론 또 10도가 뚝 떨어지는 서울로 가고 있지만,
일주일 넘게 함께 했던 시간의 따뜻함을 가슴속에 가아득 채우고
캐리어만큼이나 기분 좋게 든든한 마음으로
또 내 일상으로 돌아가는 시간.
모든 것에 감사하며.
모든 것을 수용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