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일 5:55분

by 류류류

주중 5일이 어떻게 흘러갔나 싶을 정도로 빠르게 나를 스쳐 지나갔다.

갑자기 일이 몰리고, 그래서 정신없이 시간을 보내고 나니

금요일 저녁 5:50분.

오랜만에 만난 후배가 주말 인사를 하고 떠난 지금은 5:55분.

1분 1분, 내가 가졌다고 생각하는 유일한 어떤 무언가가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 날 스쳐 지나가버린다.


가졌다고 생각했지? 찰나라도?

하며 어느 순간 사라져 버리고.

그 찰나가 또 다른 찰나와 연결되어

사진이 아닌 영상의 느낌으로 움직이는 이상.


모두는 인정욕구가 있고,

나는 그 모두에 포함되기 때문에

인정욕구가 있다.


내가 하는 일을 잘한다는 인정을.

그래서 내가 일을 할 때 나오는 자신감과 여유로움을 즐긴다.


그런데 이 회사에서는 그런 인정욕구를 바라지 않고 지내온지가 너무 오래되어서일까.

유독 요 며칠 임원이 싫었다.


그래서 화장실 앞쪽에 있는 임원 집무실을 지날 때마다

가운데 손가락을 슬쩍 들어 그쪽을 향하기도 했고,

나 혼자서 그녀의 인신공격을 해대기도 했다.

그렇게 하면 그 당시에는 마음이 좀 편해졌다가,

사실 그것도 지나고 나면 내가 그 사람에 대해 훨씬 더 많이 생각했다는 사실에

더 비참한 마음이 든다.


그 사람이 내가 발표를 잘했다며,

나에게 더 많은 업무를 줘서 이런 발표들을 진행하게 하라고 했다는 말을 오늘 전달받았다.

그러고 싶지 않다.


작년에 평가를 그따위로 줘놓고,

올해 네가 주최하는 미팅이 스무스하게 잘 흘러가도록 하라고?

라는 마음이 불쑥 올라온다.


물론 안다. 머리로는 다 안다.

이런 태도가 나에게 득이 될 것은 하나도 없다는 걸.

근데 뭐 내가 언제부터 어마어마하게 이성적인 사람이었다고.

라는 생각이 들며


내가 그녀가 싫구나.

내가 지금 나를 바라보는 저 시선을 혐오하는구나.

억울하다고 느끼는구나.

라고 말해준다.


그러면 저어 구석에서 숨어있던 어떤 다른 자아가 우물쭈물 내 앞에 나온다.

그러면서 내가 잘한 것도 없지 않은지 물어본다.


이런 자아가 몇 명일까, 몇십 명일까.

혼란스럽고 번잡하다.

내가 좋아하지 않는 상황이지만,

자주 이런 상황에 놓인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렇다면 뭐.

이도 받아들이는 수밖에.


거의 아무도 없이, 텅 빈 사무실에서

이번 주에 해야 하는 모든 일을 다 끝내놓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내 마음을 들여다보고

끄적이는 이 시간이 좋다.


그리고 이 시간이

업무시간에 포함되어 있음에

조그마한 희열도 느낀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한 자 한 자 꼬옥꼬옥 타자기를 쳐낸다.


좋다.

아주 만족스러운 주말의 시작이다.

그리고 심지어 이번 주는 월요일까지 쉰다.


오늘내일 정해져 있었던 약속이 사라지며

오히려 더 여유로운, 나를 위한 주말이 마련되었다.


그래서 이것저것 장도 많이 봤다.

내일은 장 본 것도 정리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요리도 하면서,


집에 가서 이런저런

별거 아닌 물건들을 정리하고

빨래를 게고,

방을 정갈하게 정돈할 생각에

벌써부터 개운한 느낌이 든다.


천천히 가슴을 화알짝 펴고

집으로 한걸음한걸음 걸어가야지.


진짜, 수고했다 이번 주도.

푸욱, 쉬자 그 어느 때보다.

작가의 이전글어떤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