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을 좋아한다. 나는.
‘시작’이란 단어는 나에게 가볍게 느껴지기 때문인데,
처음엔 잘하지 못하는 것을 기본으로 깔고 가기에 시간을 들여 내 몸과 마음이 그 새로운 무언가에
익숙해지는 과정을 애정한다.
잘하지 못해도 되는 그 시기가 나에게는 귀하게 여겨진다.
그래서 나는 시작한 것들이 아주 많다.
전자책을 쓰기 시작했고, 살사와 바차타 등 라틴 댄스를 배우기 시작했으며, 뜨개질도 처음으로 해봤고,
늘 초급에 머물러 있는 스페인어를 또 배우기 시작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고 어떤 것에 즐거워할지 모르기 때문에 가벼운 마음으로 시작해 보는 것이
나에게는 잘 맞다.
다만 나는 뒷심이 좀 부족한 편인 것 같은데, 끝을 잘 맺지 못한다고 해야 하나.
그런데 이렇게 적고 보니, 글을 쓰는 것과 언어를 배우는 것, 그리고 춤을 추는 것에 무슨 끝이 있나
싶기도 하다.
내가 올해 시작한 것 중에 가장 잘한 일은 (물론 아직도 여러 번 다시 일어나야 하지만)
‘내가 나 자신을 괴롭히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내가 원하는 이상을 저 하늘 꼭대기에 정해놓고,
그것에 맞지 않는 내 모습을 미워하고 자책하며 공격하는 것을 멈추는 것.
예전 같았으면 이렇게 얘기했을 거다.
“저는 끝맺음을 잘하지 못하고, 시작만 널브려 놓는 스타일이에요. 용두사미예요.”
근데 뭐, 용두사미면 어떤가.
어쨌든 뭐라도 그려보려고, 해보려고 한 나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뭐, 어차피 죽을 거 왜 사냐는 물음처럼,
우리는 어찌 보면 시작과 끝, 효율성과는 동떨어진 나만의 재미를 찾아 그걸 의미로 만들어가며
죽음을 향해 서서히, 그러나 잔잔하면서도 뜨겁게 살아가고 있으니까 말이다.
그래도 최근 시작한 내 마음과 생각을 써 내려가는 글쓰기를 가볍게 시작한 만큼, 끝도 가볍게 맺고 싶다.
할 수 있을 것 같다.
뭐든 시작은 작을 때 오히려 할 만하게 느껴지는 법이니까.
마라톤을 뛰려면 1km를 먼저 뛰기 시작해야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