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일 년 중 10번째 달, 마지막 분기의 시작.
나에게는 완연한 가을을 알리는 달.
12달 중 처음으로 두 자릿수가 된 만큼, 일 년이 얼마나 빠르게 흘러갔는지,
남은 시간은 얼마나 더 속도를 낼지 짐작하게 하는 달. 연말 분위기의 초입을 알리는 달.
이렇게 1년에서, 4분기에서 나눌 수 있지만, 결국 생각해 보면 우리가 사는 건 그냥 오늘 하루하루.
그렇게 보면 그냥 오늘도 ‘10월의 첫날’이란 찬란한 이름의 하루.
많은 사람이 가을을 탄다고 하지만, 난 사실 10월이 알리는 가을이란 계절을 참 좋아한다.
모든 것이 무르익고, 고개를 숙이며, 나뭇가지에서 떨어져 나가며 비우는 계절.
유난히 더웠던 여름을 지나 겨울로 가는 이 골목에서, 쌀쌀함 속 상쾌한 감정을 느끼기 좋은 계절.
10월은 특히 여름과 겨울 그 사이의 상쾌한 공기가 내 20대 때 찬란했던 시드니의 겨울 날씨 같아,
추억에 잠기게 만드는 달이기도 하다.
그때의 나. 그리고 지금의 나.
이렇게 열 번의 10월이 지나고 열 번의 12개월이 내 몸을 지나 지금 이 글을 끄적이고 있는 내가 된 걸까.
나는 경험과 생각의 집합체라고 말할 수 있을까.
기억난다. 2015년, 갓 입사한 새내기 사원이었던 내가 2025년,
즉 10년 뒤에는 어마어마한 연휴가 올 거라는 글을 보고 ‘그때가 오긴 할까? 그렇게 긴 연휴에는 뭘 하고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과거의 내 모습이.
근데 그렇게 아득하게 느껴졌던 미래는 어느새 눈 깜짝할 새에 ‘현재’라는 이름으로 내 코앞에 와 있고, 조금 뒤 정신 차리면 또 10년 전의 그때처럼 ‘과거’로 기억되겠지.
시간이란 건 뭘까.
과거, 현재, 미래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는 걸까.
왠지 미래에서 현재로, 그리고 현재에서 과거로 회귀하며 흘러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내년 10월엔, 지금으로선 미래인 그때엔 내가 어떤 모습으로 10월을 보내고 있을까.
그때도 지금처럼 앞의 9개월 같은 내 모든 과거와, 찰나 같은 10월과, 더 빨라질 연말을 바라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