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이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생각이 난건
아빠한테서 벗어나고 싶어서 꼭 닫았던 단절을 염원하는 공간 분리 경계선이었다.
내 기억에 가장 크게 남는 문은 어릴 적부터 30대 초반까지 살았던 본가의 내 방문이다.
부모님이나 동생과 싸우고 나서 나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 때 그걸 만들어 줬던 내 방의 문.
내가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간을 보낼 때 울고 있던 내 옆에서 그저 가만히, 굳건히 닫혀있던 문.
오래되어 나중에는 잘 닫히지도 않았던 문.
나는 답답할 때는 모든 문을 열고 싶어 한다.
바깥공기가 내 공간에 들어와 환기를 시킬 수 있도록.
타인과의 관계가 부담스럽고 짜증이나 화가 올라올 때는 가능한 모든 문을 다 닫는다.
그러고 보니 내 마음과 똑같다.
문은 열리고, 닫힌다. 내 마음도 열리고, 닫힌다.
퇴근하고 집에 가는데 옆집 문 너머로 알람 시계 소리가 계속 들렸다.
그러고 보니 그 전날에도 들렸던 것 같은데…. 하며 불현듯 ‘괜찮나?’ 생각하며
이 문 뒤에 전혀 알 수 없는 세계가 펼쳐지고 있음에 뜨악했다.
다행히 오늘 아침에 출근할 때 옆집 그녀도 같이 엘리베이터를 탔다.
별일 없었구나. 하며 문밖으로 나온 그녀와 또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간다.
하루에도 여러 개의 문을 여닫는다.
회사, 집, 헬스장.
문은 나에게 새로운 곳으로 나가게 하는 통로이자, 가장 편안한 내 공간을 규정지어주는 보호막.
어릴 적 사춘기 때에는 화가 나면 방문을 쾅쾅 닫고, 어마어마하게 혼난 적도 많았다.
지금은 쾅쾅 닫을 문이 따로 없이 혼자서 조용하게 지낸다.
그때가 그립진 않다.
서로 성장하며 부단히도 생채기를 냈던 시간이었으니.
지금은 부모님도 이사하시고, 동생이 그 집을 리모델링해서 살고 있는데,
예전 내 방에 갈 때마다 20년 넘게 살았던 내 모습이 조각조각 떠오른다.
그 문을 열면, 초등학생부터 직장인이었던 내 모습이 문 뒤에서 쏟아져 나온다.
모든 지나간 날을 나는 살살, 그리고 정성스럽게 꼭 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