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by 류류류

표면에 물건이 많고 정리되어 있지 않으면, 내 눈과 마음이 번잡해진다.

그래서 내 책상은 늘 정갈하고, 최소한의 물건들에만 자리를 내준다.


집에서도 그때 사용하는 게 아니면 내 책상 위에는 아무것도 없고,

마음이 좀 번잡할 때는 거의 표면에 뭐가 많이 올라와 있었다.


그래서 청소하면 개운하다.

개운의 뜻이 운을 연다는 것이고, 물질적인 내 앞에 공간을 깨끗하게 함으로써 내 마음도,

그에 비치는 내 인생도 운이 트이는 것 같다고 생각했다.


위치는 다르지만 구조는 같은 곳에서 10년을 넘게 일했으니 회사 책상이 내가 가장 오래 머문 곳인 것 같은데,

동료들이 한 번씩 내 책상을 찾지 못할 때도 있다.


퇴사나 휴직한 사람의 자리로 볼 때가 있는데

나는 언제든 오늘 퇴근하고 내일 출근하지 않는다고 해도 무리 되지 않을 만큼의 물건만을 회사에 둔다.

어쨌든 회사에서는 월급을 받고 일을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크게 의미 있는 물건들을 두진 않는다.


간식과 건강보조제, 노트 두 권과 핸드크림, 립밤, 물티슈와 휴지 정도가 다다.

누가 가져다 놓았는지 모르는 식물 하나도 키우고 있다.


그 사람이 머물고 있거나 머물다 간 자리를 보면 그 사람이 보인다고 했다.

나는 그래서 최대한 정갈하게 사용하고,

내가 떠날 때도 처음 왔을 때 그대로의 모습으로 정리하고 자리를 일어난다.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공간.

책상에서 나는 많은 일들을 한다.


일을 하고, 내 생각과 감정을 이렇게 끄적거리기도 하고,

나에게 필요한 물건을 의식적으로 잘 소비하기 위해 쇼핑도 한다.

놀러 가보고 싶은 곳에 대한 정보를 찾기도 하고, 지식을 찾기도 한다.


카페나 도서관에서는 편하게 책을 보기도 하고, 뜨개질하기도 하고, 커피를 마시며 그저 멍때리기도 한다.


확실히 누워있는 것보다는 앉아 있을 때 뭐라도 하나 더 하게 되는 것 같긴 하다.

내 일상에 책상에서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며,

나는 오늘도 책상에 앉아 내 할 일들을 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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