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가장 오래된 친구는 중학교 때 만났다.
처음엔 아주 친하진 않았고, 그냥 성격 좋고 웃긴 친구라고 생각했다.
고등학교를 뺑뺑이로 돌렸었는데, 중학교에서 8명 남짓 되는 친구들이 나를 포함해 먼 학교에 배정받게 되었다.
그렇게 같이 점심도 먹고 하면서 가까워졌고, 아직까지도 가끔 함께 점심을 먹는다.
가장 기억나는 순간은 가까운 옆 지역에 우리 둘이서 버스를 타고 종점까지 가보자며
설레는 마음 가득한 채로 나섰던 몇 시간의 여행.
차로는 30분도 걸리지 않는 그 거리를 교복을 입고 둘이서 버스를 타고 1시간을 넘게 가는데
무엇이 그렇게 즐거웠을까.
봄인지 가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그날, 우리는 사진도 찍고, 점심도 먹으면서
정말 말 그대로 아무것도 아닌 것에 깔깔대며 웃었다.
생각해 보니 함께 여행 다녀왔던 적이 그뿐만은 아니다.
무지하게 더운 여름날 뚜벅이로 둘이서 경주에 갔었고,
친구가 결혼을 앞두기 얼마 전, 지금 꼭 놀러 가야 한다며 둘이서 홍콩행 표를 끊었다.
지금은 생각나지도 않는 어떤 남자 때문에 친구가 서운해했었고,
다른 이유도 합쳐져 란콰이펑 클럽 앞에서 크게 싸웠다가 엉엉 울며 화해하기도 했다.
모르는 사람이 봤다면 레즈비언 커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마카오도 잘 다녀왔는데, 비행기를 놓쳐 공항 화장실에서 잠을 잤던 기억.
지금 생각해 보면 여러모로 골때리는 여행인데, 그래서 그런지 그 어떤 여행보다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 친구는 예쁜 딸을 낳고 그 아이가 올해 벌써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일 년에 한두 번 만나지만 늘 편한 마음으로 볼 수 있는 게 참 좋다.
내 인생에서 가장 혼란스러웠던 순간에도 내 인생의 대부분인 그저 그런 순간에 함께 했던 친구.
가끔 편하게 일 끝나고 전화를 거는 친구.
싫어하는 것도, 성향도 비슷해서 서로를 잘 이해할 수 있는 우리.
함께 성장해 온 우리가 오늘따라 더 대견하다.
그때 버스 여행한다고 가득가득 신이 났던 여고생 2명이 행복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