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의 한국인으로 오늘도 만남을 위한 노력은 계속되었다.
이건 꽤 된 이야기인데, 올해 가을 즈음이었던 것 같다.
지난 소개팅에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쳐져있다 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다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또 들었다.
예전에 내 친구가 나보고 오뚝이 같다고 했는데, 내가 생각해도 내 주위에서 나만큼 열심히 뽈뽈 돌아다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소셜링이라고, 우르르 같이 모여서 게임도 하고 술도 마시는 모임에서 놀러 오라고 해서 가봤다.
집에서 멀었다면 가지 않았겠지만, 슬렁슬렁 걸어갔다가 돌아오면 되는 거리라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래도 옷장에서 가장 여성스러워 보일 수 있는 옷을 입고 도착을 했는데, 지하고 내가 가장 먼저 도착해
친한 친구 두어 명에게 주소를 공유해 두었다. 혹시나 내가 연락이 안 되면 나는 여기에 있으니 참고해 달라고.
기다리니 사람들이 하나 둘 들어왔고, 나랑 비슷한 나이거나 어린 나이대로 보였다.
단 한 사람도 이성적으로 느껴지는 사람이 없었고,
그래서 편한 내 모습이 나왔다.
연애프로그램처럼 마지막에 나이를 밝혔는데, 아뿔싸. 내가 제일 많았다.
이런 모임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하필 와도 어린 모임에 내가 온 것이다.
여성분들은 괜찮은 사람들이 많았고,
내 눈에는 그저 너무 이뻐 보였다. 20대 중반의 푸릇푸릇함.
나도 저럴 때가 있었는데, 하며 그들을 이쁜 눈으로 쳐다보게 되었다.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
미국의 시인 시어도어 로스케(Theodore Roethke)가 남긴 명언인데,
가끔 그들의 싱그러운 젊음에 부러운 마음이 자연스레 올라오는 건 어쩔 수 없다.
어쨌든,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는데, 5,6살 어린 남자분이 좋아하는 사람 옆에 가서 앉기 게임을 하는데 나한테 왔다. 생각지 못했는데, 기분이 나쁘진 않다. 가장 인기가 많은 여자분은 20대 중반의 간호사 분이었지만, 괜히 그래. 나 같은 스타일을 좋아하는 마니아 층도 있다고!라고 뽐내고 싶어지는 마음을,
싼 맥주로 내려보낸다. 내 생각을 우스워하며.
내가 생각보다 망가지기를 작정하면, 아주 열심히 게임도 하고 내가 생각해도,
이 모임에 내가 없었으면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지금보다 훨씬 쑥쑥 했을 것 같다.
몸으로 말해요 게임도 잘했고, 제일 괜찮아 보이는 사람으로 뽑혀 조장도 하게 되고,
그 어린 남자분과 빼빼로 먹기 게임도 했다.
쓸데없는 승부욕이 발동해, 가만히 있어요 하고 그의 목덜미를 잡고 빼빼로를 최대한 부셔문다.
경직한 그 사람의 입술이 약간 스칠 즈음 승리를 예감한 나는 그의 목을 놓아준다.
뭐 역시나. 1등을 했는데, 상도 없고, 성취감도 없다.
마지막에 나이와 하는 일을 얘기하는데,
조금 날티나보이고, 몸이 좋았던 분이 헬스 트레이너라고 했다.
나이가 들면 저절로 그 사람이 오래 보낸 시간과 환경이 사람에게서 보이는구나. 생각하며
나는 타인에게 어떻게 보일까. 궁금해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 트레이너분은 취했다. 계에속 술을 먹더니, 마지막엔 눈이 반쯤 풀린 상태로 3차를 가자고 한다.
네네~ 하고 집에 가려는데 아까 그 어린 남자가 인스타를 물어온다.
인스타 정도야. 잘 쓰지도 않는 계정인데 뭐, 싶어서 공유해 주고, 우리 집으로 데려다주는 그와 걷는다.
조용하고, 까무잡잡한 그가 얘기한다.
자기한테 단점이 2개 있다고.
속으로 생각한다. 뭐 벌써부터 단점을 오픈하는지. 싶지만 들어본다.
딱히 그 단점을 내가 감당해야 할 것 같지 않아 가벼운 마음으로.
첫째는 담배를 하루에 두 갑씩, 꽤 많이 피우는 흡연자라는 것과
둘째는 자기는 가지고 있는 모든 옷과 패션 아이템들이 다 검은색이라는 것.
마흔이 다가오고, 이 세상에서 36년 정도 살다 보면 자연히 배우는 것이 있다.
무엇이든 어느 한쪽으로 Extreme 하게 치우친 것은 좋지 않다는 것.
날씨도 좋고, 술도 깰 겸 집 주위 공원을 걷는다.
여기를 같이 걸은 남자가 몇 명인지 세보려다가 만다. 의미 없으니까.
혹시나 괜찮은 사람이 있을까 하여 치마를 입었는데, 스타킹에 고가 나갔다.
그가 묻는다. 이거 혹시 자기가 좀 더 찢어봐도 되냐고.
좀 이상하다 싶지만, 뭐 무릎 쪽이고 (내가 술을 마시면 이리 마음이 관대해진다 ㅉ)
어차피 버릴 거라 그러라고 한다.
조심스럽게 찢고는 중얼거린다. 아- 이런 느낌이구나.
무언가 어두컴컴한 느낌이 든다.
그러다 그가 묻는다.
윗공기는 어때요?라고.
인테리어를 해서 현장에서 일하는 자신을 저렇게 표현하는 것에서 확신이 든다.
어두컴컴하고 침침하다라고.
슬 정리하려는데, 단도직입적으로 묻는다.
자기 오늘 집으로 초대해 줄 거냐고.
생각해 보니, 그 사람 입장에서는 빼빼로게임으로 착각했을 수도 있겠다 싶다.
웃으며 대답한다. 처음 만나는 사람 집으로 초대하지 않는다고.
생기가 넘치던 그가 갑자기 피곤하단다.
그런데 나도 피곤했다. 그래서 오히려 좋다 싶어 이제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한다.
그가 담배 피우기 전에 나보고 먼저 집으로 들어가라고 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큰 거리에서 헤어지는데, 선물이라고 뽑기에서 뽑은 거라고 인형을 준다.
분홍색 곰인형. 순간 궁금하다. 분홍색이어서 없애려는 걸까.
그걸 묻기엔 내가 너무 관심도 없고, 피곤했기에 고맙다고 조심히 들어가라는 말을 남기고 나는 집으로 돌아온다.
깨끗하게 씻고 침대에 누우니 오늘도 뭐 에피소드라는 생각이 들었다.
노력의 일환으로 그 자리에 갔지만, 마음에 드는 사람이 없었다.
심플하네 꽤.라고 생각하며 오늘도 의지의 한국인 36살 류모씨는 잠이 든다.
이런 노력은 언제쯤 할 필요가 없어질까?
주위의 유부들처럼, 이런 노력들이 그리워질 때가 올까. 과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