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면이 없는 기획이 실패하는 이유
앞선 글에서 저는 브랜드는 장면의 연속이라고 이야기했습니다.
그렇다면 질문이 하나 남습니다.
이 장면 사고를 상품 기획 단계에서부터 적용할 수 있을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기획 초반에 장면을 잡지 못하면 그 상품은 높은 확률로 흔들립니다.
상품 기획은 보통 이렇게 시작됩니다
실무 현장에서 상품 기획은 대개 이런 순서로 흘러갑니다.
- 시장 트렌드 분석
- 경쟁사 스펙 비교
- 가격대 설정
- 기능 차별화 포인트 정리
이 과정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에서 “고객의 어떤 순간에 이 제품이 등장하는가”라는 질문이 빠져 있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제품은 완성되지만, 브랜드는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장면 사고를 상품 기획에 적용하는 방법
상품 기획서의 첫 페이지를 기능이 아니라 장면으로 시작해보세요.
예를 들어:
“퇴근 후 지친 상태로 집에 돌아온 1인 가구.
요리는 하기 싫지만, 배달은 부담스러운 밤 9시.”
이 한 줄의 장면이 정해지면 그 다음 질문이 달라집니다.
이 사람에게 필요한 건
- 고급 기능일까, 단순함일까
- 세척이 편해야 할까, 보관이 쉬워야 할까
- 디자인은 화려해야 할까, 차분해야 할까
장면은 스펙을 정리해주는 기준이 됩니다.
장면이 없는 기획이 자주 실패하는 이유
기획 단계에서 장면이 없으면 의사결정의 기준이 계속 바뀝니다.
“경쟁사가 이 기능을 넣었대.”
“요즘은 이런 디자인이 유행이래.”
“가격은 더 낮춰야 하지 않을까?”
회의는 길어지고, 제품은 점점 많은 것을 담게 됩니다.
결과는 보통 이렇습니다.
어디에나 어울리지만, 어느 순간에도 꼭 필요하지 않은 제품. 고객은 그런 제품을 기억하지 않습니다.
장면이 있으면 ‘빼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장면이 명확하면 기획자는 덜어낼 수 있습니다.
“이 기능은 우리 장면에 필요하지 않다.”
“이 디테일은 오히려 방해가 된다.”
이 과정이 반복되면 제품은 더 선명해집니다.
브랜드는 무엇을 잘하는지, 어떤 순간에 강한지 분명해집니다.
실무 체크: 기획 초기 5가지 질문
상품 기획 회의에서 아래 질문을 먼저 던져보세요.
- 이 제품이 등장하는 정확한 시간대는 언제인가
- 그 순간 고객은 어떤 감정 상태인가
- 이 제품은 문제 해결인가, 감정 보완인가
- 이 장면에서 가장 불편한 지점은 무엇인가
- 이 제품이 없으면 그 장면은 어떻게 흘러가는가
이 질문에 답이 흐릿하다면 아직 우리는 제품을 기획하는 중일 뿐, 브랜드를 설계하는 단계는 아닙니다.
결국, 상품은 장면을 담는 그릇이다
제품은 기능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순간을 완성하는 도구입니다.
그 순간이 선명하면 상세페이지도, 광고도, 패키지도 같은 방향을 바라보게 됩니다.
반대로 장면이 없다면 마케팅은 늘 뒤늦게 설명을 붙이게 됩니다.
“왜 이 제품이 필요한지”를 계속 말해야 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죠.
마무리하며
장면 사고는 감성적인 접근이 아닙니다.
오히려 가장 현실적인 기획 방식입니다.
어떤 제품을 만들 것인가보다 어떤 순간을 만들 것인가를 먼저 정하는 것.
그 차이가 기억되는 브랜드와 잊히는 상품을 가릅니다.
다음 글에서는
이 장면 사고를 팀 회의에서 어떻게 공유하고, 조직 안에서 합의하는지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지나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