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콤 출산하다 2.

이렇게 갑자기 유도분만이요??

by GL

엄마 콤의 첫 번째 그녀 출산기록 2

(feat. 유도분만으로 인한 20시간의 진통과 응급제왕 엔딩)


2022.08.26 (D-day) _ 38주 6일

0시

질정 탓인지 배가 너무나 많이 아팠다.

이게 말로만 듣던 진통 시작인가? 싶을 정도의 통증이 몰려와 조금 무서워졌다. 때마침 간호사선생님이 들어오신다. 너무 아프다며 이렇게 아픈 게 맞는지 물어보려는데 또다시 내진을 하러 오셨단다. 출산에 무지했던 나는 자연분만을 하려면 내진을 이렇게 많이 해야 하는지 몰랐더랬다. 호기롭게 자연분만 하겠다고 큰소리쳤던 지난날의 내가 미웠다. 이후 내진은 수시로 진행되었고 그때마다 마주한 내진의 고통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내진하느라 아파서 잊고 있었던 질정을 제거하고 내진의 결과를 듣자니 자궁경부 1cm 열림.


이렇게 진진통이 시작되었다.

새벽 내내 중 상 정도 아픔의 생리통 느낌으로 진통이 왔는데 평소 생리통이 종종 심했던 터라 이 정도 진통은 견딜만했다. 그 사이 혈압은 135-145 사이를 왔다 갔다 했고 갑자기 출산을 하게 된 터라 시험관 및 임신기간 내내 복용했던 갑상선 기능저하 약은 먹지 않았다.

이후 계속된 진통의 느낌은 배에 가스가 겁나 꽉 차서 빵빵해져서 아픈? 그런 느낌의 진통과 함께 심한 생리통의 느낌이 동시에 느껴졌다. 진통을 겪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아마 새벽시간에 촉진제가 투여되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진통이 시작되며 왜인지 뱃속의 찰싹이가 많이 놀지 않았고 간호사 선생님은 수시로 들어와 밤새도록 계속해서 뱃속의 아기를 흔들고 깨우고 했다.


오전 9시

어느덧 담당 교수님이 출근하실 시간이 되어 교수님을 뵈었고 교수님은 간호사 선생님보다는 덜 아프게 내진을 하셨다. 교수님은 “투핑거네”라고 하셨고 그 말인즉슨 밤새 경부가 2cm 열렸다는 소리였다.

교수님은 나에게 아직 시간이 있으니 오전 끝까지 지켜보고 진행이 더디면 수술을 하자고 하셨다.

“안 돼요.. 저 더 해볼래요 교수님.. 자연분만 하고 싶어요..”

(이 때로 돌아간다면 무조건 바로 “알겠습니다 교수님 수술할게요! ” 했을 것이다. 당시 난 너무 출산에 무지했다.)


이렇게 밤새 진통을 하며 촉진제도 맞고 유도분만을 했는데 왜 때문에 진행이 더딘 걸까..?

내가 많이 아파하고 진행이 더디자 교수님은 엉덩이주사로 자궁경부를 부드럽게 하고 진통제 역할을 한다는 약물을 처방하셨다. 약이 들어오니 정신이 몽롱해지고 아픔이 덜 해졌다.


10시

이젠 다 내려놓고 이를 악물고 간호사 선생님의 내진을 받는다. 자궁경부는 투핑거에서 변화가 없었다.

내진 후 간호사 선생님은 이제 관장을 해야 한다고 했고 나에게는 새로운 미션이 주어졌다. 물 같은 관장약을 넣고 10분을 참아야 하는..!! 설상가상으로 내려가지 않는 혈압덕에 나는 관장을 참으며 소변줄을 꼽아 무균 소변검사까지 하게 되었다. 그런데 무균소변 검사 결과가 또다시 단백뇨 없음 소견이 나왔다. 그렇다면 임신중독이 아니라는 건데 왜 나는 갑자기 높아진 혈압이 혈압약 투여 없이는 내려갈 생각을 않는 것일까..?

진통이 있는 상태에서 항문을 부여잡고 참아야 하는 관장미션은 이를 악물고 참은결과 8분이라는 성과를 내었다. 지난 저녁부터 먹은 게 없다 보니 힘겹게 이뤄낸 관장 미션의 결과는 미미했다.


어느덧 낮 12시

교수님이 다시 나를 보러 오셨고 다시 내진을 했지만 진행은 여전히 별로 안된 상태였다. 교수님은 아직 양수가 터진 건 아니라 내가 더 참을 수 있으면 조금 더 유도분만을 시도해 보자고 하셨고 그럼에도 진행이 잘 안 되고 양수가 터지고 하면 3-4시에는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중에 들었지만 촉진제를 투여하고 오랜 시간 유도분만을 하면 출혈과 자궁수축이 더딜 수 있어서 산모와 아기에게 위험 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서 수술을 자꾸 이야기하셨던 거였다.

중간중간 초음파를 보는데 찰싹이 이놈이 내려올 생각을 안 할 뿐 아니라 자세마저 하늘을 보고 있다고 했다. 이제와 생각해 보니 찰싹이도 어지간히 자연분만으로는 나오기 싫었던 모양이다. 간호사 선생님은 나에게 왼쪽으로 거의 엎드린 자세로 누워 있으라고 했고 보호자님은 압박스타킹을 신을 수 있게 준비해 주시라 하며 나가셨다.

옆에서 나를 걱정하며 묵묵히 지켜보던 남편은 주섬주섬 압박스타킹을 꺼내어 따듯하고 부드러운 손길로 꼼꼼하게 신겨주었다.


1시

이윽고 또다시 간호사 선생님의 내진이 있었지만 자궁문은 2.5cm 열린 게 다였다. 그런데 이번 내진은 좀 더 다르게 느껴졌다. 뭔가 더 아프게 하는 느낌으로 ‘이건 뭔가 힘찬 내진인데??!’ 이렇게 느끼는 사이 배에서 툭! 소리가 났고 양수가 터졌다.

“선생님 물 같은 게 주르륵 나오고 배에서 소리도 났어요! “라고 내가 말했고 간호사 선생님은 양수가 터진 게 맞다고 하며 아무렇지 않게 소변을 봐도 괜찮다고 했다.

관장 때부터 일어나 화장실에서 소변보는데 가능했는데 소변보러 갈 때마다 소변통을 함께 주면서 거기에 소변을 보라고 했다. 이번에 양수가 파열된 후에는 소변을 보는데 덩어리 피 와 조직 같은 것이 울컥 나와서 깜짝 놀랐다.

나는 무서운 마음에

“선생님!! 뭔 덩어리가 나왔어요!!! “라고 외쳤지만

간호사 선생님은

“괜찮아요. 산모님. 내진이랑 양수가 파열되면서 나올 수 있어요. 안에 있던 피 덩어리들이에요. 걱정 마세요.”라고 했다.


2시 30분

코로나 결과는 음성으로 수술이던 자연분만이던 할 수 있게 되었다. 이어진 내진의 결과도 여전히 2.5cm.

교수님은 이제 한 시간 후에도 진행에 변화가 없으면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미 양수도 터졌고 촉진제도 많이 투여해서 나나 찰싹이 모두 위험할 수 있다고 했다.

너무 억울했다. 진통도 진통대로 다 겪고 계속된 내진으로 회음부는 아프고 전신마취로 수술까지 해야 하고.. 또 제왕은 수술회복이 후불제라고 아프기로 유명한 수술이라는데 억울하고 겁이 났다.

뱃속의 찰싹이는 엄마 마음도 모르고 이름답게 나에게 딱 붙어서 나올 생각을 안 했다.


3시 50분

응급제왕절개수술이 결정되었다.

나는 진통이 이미 진행 중인 상황에서 수술을 하게 되어 전신마취로 수술을 해야 했다. 간호사 선생님은 쇼미 더 머니 랩 수준으로 수술 중 잘못될 수 있는 부분 공지했고 남편을 따로 불러서 여러 가지를 설명하는 듯했다. 나중에 들어보니 수술 중 수술이 잘못될 수도 있고 나나 아이의 생명도 위험할 수 있다고 동의하냐고 했단다. 남편은 그 순간이 제일 무서웠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소변줄을 꼽아서 무균 소변검사를 했고 결과는 역시나 단백뇨 없음이었다. 다시 혈압을 측정했고 정상보다 높은 혈압으로 나는 배드에 누워 수술실로 옮겨지고 있었다.


4시

수술실.

수술실은 너무 추웠다. 양수가 터진 이후 더 세진 진통은 계속되었고 다리가 절로 덜덜 떨렸다. 수술실 간호사님은 아묻따 회음부 위쪽을 제모하기 시작했다. 무슨 기계로 하는 것 같았는데 마치 날카로운 채칼로 계속 피부를 긁는 느낌이 들어 너무 아팠다. 수술실 선생님들의 손길이 빠르고 거친 탓인지 내가 진통이 와서 예민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수술부위에 바르는 소독약을 도포하는데 이 조차도 살살 발라주지 않는 느낌이었고 너무 따가웠다. 수술 전 처치가 끝난 후 수술실 배드에 누워 양팔을 고정하였고 수술 전 마지막 혈압을 측정하였다. 수치는 계속 높았고 그 상태로 수술에 들어갔다.

이윽고 전신마취가스가 콧 속으로 빨려 들어왔다. 정신이 아득해지며 꿈인지 생신지 누군가 배를 막 누르는 것 같았고 아픈 느낌에 소리를 질렀던 순간이 기억난다.


4시 16분 (16:16)

드디어 2.78kg 첫째 호랑이 그녀가 출생했다.

응급제왕으로 출산하니 무엇보다 제일 아쉬웠던 것은 아이를 낳고도 안아보지 못했다는 점이었다. 진통와중에 수술을 한 탓에 전신마취를 했기 때문이었다. 남편도 고대했던 탯줄을 자르지 못했다.

그래도 출생 후 아이를 확인시켜 줄 때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수 있어서 남편이 분주하게 기록해 두었다. 동영상 속에는, 우리의 첫 아이를 마주하며 설렘에 떨리는 남편의 목소리와 함께 너무나 예쁘고 소중한 내 딸의 모습이 담겨있었다.


6시

회복실

1시간이면 나온다 했는데 2시간이 지나도록 나오지 않는 나를 남편은 매우 걱정했다고 했다. 나중에 교수님께 들으니 수술 후 후처치할 때 시간이 많이 지체되었다고 했다. 피가 수혈 직전으로 많이 났고 자궁 수축이 잘 되지 않아 애를 먹었다고 하셨다.

회복실로 옮겨져 정신을 차려보니 매우 따듯한 바람이 발 쪽에서 나오고 있었고 이불이 내 몸을 꽁꽁 감싸고 있었다.

배 위에는 모래주머니 대형 두 개가 복대로 꽉 감겨있었다.

내가 의식을 차린 것을 확인 한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은 이불을 걷고 복대를 풀러 손으로 눌러서 자궁수축이 잘되는가를 확인해 보았다. 복대 풀고 모래주머니 치우는데 너무 아파 악소리가 절로 났고 다시 모래주머니를 올리고 복대차는 것까지 너무 아프고 힘들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거짓말 같이 임신 중 나를 괴롭혔던 비염증상이 사라져 있었고 오랜만에 양쪽 코가 다 뚫린 느낌은 너무 시원했다.

수술 중 자궁수축이 잘 되지 않았기에 항문에 주입하는 자궁수축제가 처방되었고 소변이 잘 나오지 않아 이뇨제가 처방되었다. 2박 3 일용 무통주사와 진통제 및 항생제도 처방되었다. 왜인지 목이 조금 따끔거려 계속 목을 가다듬게 되었는데 회복실 간호사 선생님은 폐부종이 오지 않도록 깊은 심호흡을 계속하라고 했다.


드디어 병실로 이동하게 되었다.

내가 출산 한 병원은 간호사 통합병동이라 1인실 이외에는 보호자의 상주가 불가능했다. 하필 예약해 둔 1인실은 만실이었고 2인실로 일단 들어간 후 내일 1인실 자리가 나면 옮기기로 했다.

이후 자궁수축으로 인해 배가 많이 아팠고 조금씩 오로가 나오기 시작했다. 열도 있어서 간호사 선생님은 냉찜질팩을 겨드랑이와 목뒤에 끼워주셨고 다행히 열은 빨리 내렸다.

계속 혈압이 140/90대로 높아서 혈압약이 투여되었고 이후 120/84로 안정화되었다. 이후 약간 올라 134/91 이 되었지만 그래도 정상범위라 괜찮다고 하셨다.


그런데 남편이 옆에 없으니 너무 보고 싶었다.

나도 나지만 남편도 분만실에서 하루동안 너무나 고생을 했다. 출산 전날 남편은 당일로 지방 출장을 다녀와 피로한 상태였는데 갑자기 계획에도 없던 출산을 하게 되어 덩달아 고생을 했다. 내가 누워서 소변을 봐야 할 때도 또 일어나 소변보러 갈 때에도 링거줄이 엉키지 않게 잡아주며 소변대야를 받쳐주고 간호사 선생님에게 가져다주며 동행해 주었다. 밤새 내가 계속된 내진으로 아파하면 같이 걱정해 주었고 때마다 피 묻은 패드와 베딩갈이까지 직접 해주었다. 가족분만실에는 보호자용 리클라이너가 하나 있었는데 내가 잠시 자면 거기에서 홑이불을 덮고 쪽잠을 자다가 간호사 선생님이 오면 수시로 깨서 모든 상황을 함께 해 주었다.

길었던 유도분만의 시간은 남편이 옆에 없었으면 절대 혼자 못 이겨냈을 시간이었다. 고마운 내 남편은 싫은 내색 하나 없이 모든 상황에 보호자 역할을 완벽히 해 냈는데 내가 고맙다고 하니 고생하는 너도 있는데 당연하다고 말해주었다. 무엇보다 진통 때마다 손잡아주며 다정하고 섬세하게 케어해 주는 남편의 모습이 너무 감동적이었다. 이런 사람이 내 남편이고 내 보호자라는 게 너무나 든든했다. 앞으로 남은 생에 남편을 더 많이 사랑해 주고 아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육아를 하며 애들뿐 아니라 남편과도 지지고 볶는 요즘, 이때를 생각하며 남편을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


이렇게 병동 침대에 누워 남편생각을 하고 있으니 수속을 마친 남편이 왔다. 수술 후 처음 보는 남편의 얼굴은 내 걱정으로 조금 수척해져 있었고 표정은 우리의 첫 아이를 대면하고 와서인지 행복에 가득 차 있었다.


남편은

“콤이야 너무 고생 많았어. 수술이 빨리 끝나지 않고 네가 빨리 나오지 않아서 걱정을 많이 했어. 그래도 이렇게 잘 나와줘서 고마워. 아기는 너무 예뻐. 네가 보라고 사진이랑 동영상 찍어놨는데 이따가 몸 좀 괜찮아지면 봐. 너무 예뻐 천사야 천사. 고맙고 사랑해! “

이렇게 말하고 집으로 복귀했다가 내일 오후에 다시 오기로 하고 떠났다.


옆에는 이미 출산 한 다른 산모가 있었는데 그분이 밤새 부스럭대고 왔다 갔다 하는 통에 나는 영 잠을 자기가 힘들었다. 그분은 부스럭 대며 바쁜 와중에 쪽잠을 자는 듯했는데 코를 너무나 심하게 골아서 옆에 있는 나를 좀 힘들게 했다. 돌이켜보니 그때는 몰랐는데 그분은 모유 유축 때문에 밤새 부스럭대며 분주했던 것이었다.


그렇게 그분이 내 미래가 될 줄은 꿈에도 모르고 병실에서 남편 없이 출산 후 첫밤을 지냈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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