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이 엄마가 되다 1.

응급제왕절개 수술 후 회복기 1. (feat. 매우 바쁜)

by GL

2022.08.27 (D+1)

새벽 1시

드디어 물!! 을 마실 수 있게 되었다. 수술 이후 왜인지 칼칼했던 목이 너무 불편해서 힘이 들었는데 드디어 물마시기가 가능해진 것이다. 다만 오전 7시까지 겨우 물 한 컵으로 버텨야 했다. 그래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소중한 물을 조금 입술에 적셨다.

2인실인지라 옆에 산모분이 있어 회복을 위한 조용한 쉼을 기대하긴 어려웠다. 가리어진 커튼 뒤 옆에 산모분은 분주하게 유축을 하고 모유 배달을 하고 쪽잠을 잤는데 그때마다 코골이가 매우 심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잠도 못 자게 된 새벽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가스 배출과 유착방지를 위해 발을 계속 까딱이고 몸을 옆으로 살살 움직이는 것 밖에 없었다. 진통제 덕에 목아래부터 발까지 감각이 무딘 느낌만 들었고 고통은 없었기에 할 수 있을 때 집중해보고자 했다.


어디서 들었는데 인간이 살면서 배를 개복하는 수술은 평균 5번 할 수 있다고 하던데 그럴만하다고 생각했다.


4시

그렇게 아프진 않았지만 엉덩이 주사 진통제를 추가처방받았다. 왜인지 추가 처방을 받으면 앞으로 다가올 고통을 조금 줄여줄 것만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효과는 미비했던 것 같다.


오전 7시

매시간 내 상태를 체크하러 간호사 선생님이 오셨는데 산소포화도 떨어졌다며 코로 들어가는 산소를 처방받았다. 간호사 선생님은 코에 차가운 산소가 퐁퐁 나오는 줄을 끼워주며 깊은 심호흡을 계속하라고 했다. 콧속을 간질이는 차가운 산소를 마시며 깊은 심호흡을 하고 있으니 간절했던 두 번째 물 한 컵을 마실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8시

수술 후 교수님의 첫 번째 회진 시간이었다.

교수님은 혈압이 유지되면 더 이상 약추가는 없을 것이지만 만약에 유지가 안 되면 혈압약을 추가로 처방할 수 있다고 하셨고 혹시 모르니 산소도 계속 주입하라고 하셨다.

이제 물은 원하는 만큼 마셔도 되지만 천천히 마시라고 당부하셨다. (정말 중요한 말씀이었다. 급하게 물 마시다가 사래라도 걸리는 날에는 지옥을 경험했을 것이다.) 수술이 늦게 끝나서 소변줄은 오후에 제거하기로 하고 낙상우려로 걷거나 이동시에는 옆에 간호사 호출 벨을 눌러서 간호조무사님과 함께 움직여야 한다고 일러주셨다.

그리고 다행히 현재까지 수술 이후 검사 결과는 다 괜찮다고 하셨고 수혈 직전까지 같던 터라 걱정했던 철분수치도 괜찮았다고 하셨다.


나는 다른 것보다 아가에게 수유를 꼭 하고 싶었는데 혈압약이 추가로 들어갈 수 있다는 말에 걱정이 되었다.


8시 30분

간호사 선생님이 모래주머니를 제거한다고 했다.

드디어 배를 꽉 누르고 있던 모래주머니를 제거하나 보다 이제 덜 답답하겠지 했는데?!

압박하고 있던 붕대를 푸르는데 정말 헉! 소리가 절로 났다. 모래주머니 덕에 덜 아팠던 모양이다. 그동안 안 아팠을 때 심신의 안정을 얻으려고 무통주사 버튼을 마구 눌렀던 내 손가락이 원망스러웠다.


8시 50분

수술부위 드레싱을 한다며 남자 레지던트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임신과 출산에 매우 무지했던 나는 남자 의료진을 생각하지 못했기에 그 시간이 매우 민망스러웠다. 나의 민망함과는 달리 레지던트 선생님은 무던히 할 일을 하며 드레싱 후 2-30분 자연 건조와 통풍을 꼭 하라고 당부하고 떠났다.

이때 처음 알았는데 제왕절개 수술부위는 녹는 실로 봉합되어 있어서 실밥 제거나 이런 걸 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11시 10분

소변줄을 제거한다고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오신다. 소변줄을 제거하니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이어지는 미션.. 앞으로 4시간 안에 소변을 봐야 한다??!


이 말인즉슨, 내가 4시간 안에

스스로 몸을 일으키고

간호조무사님의 도움을 받아 화장실까지 걸어서 가고

스스로 몸을 변기에 앉혀서

아랫배에 힘을 줘 소변을 보고

스스로 닦고

일어나서

다시 베드까지 걸어가

스스로 다시 누워야 한다는

그런 말이었다.


미션을 듣고 나니 긴장이 되었다.


11시 20분

출산 후 오로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간호조무사님이 들어오셔서 회음부 아래쪽을 물티슈로 닦아주셨고 마치 기저귀같이 생긴 맘스팬티로 갈아입혀주시면서 따듯하게 나를 독려하신다.

“산모님, 제가 도와드릴 거니까 너무 걱정 마세요. 다들 걱정하시는데 잘 일어나고 소변도 잘 보고 하세요. 요의가 느껴지면 겁먹지 말고 저에게 말하세요. 도와드릴게요. “

조무사님의 말이 뭔가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낮 12시 25분

중식으로 미음 + 전복국물? 같은 미역국이 나왔는데 이걸 먹어야 하나 잠시 망설였다. 너무 맛이 없…

처음으로 90도로 앉는 연습을 했는데 배드에 리모컨을 눌러 각도를 세우는데 아랫배의 수술부위가 찢어질 것처럼 아팠다. 그래도 밥도 먹고 얼른 회복해서 내 천사 같은 호랑이를 만나기 위해 눈을 질끈 감았다.


2시

드디어 1박에 25만 원한 다는 1인실에 자리가 났다고 한다.

그곳에 있어야 보호자도 신생아 면회가 가능했고 주말동안 남편도 함께 있을 수 있어서 비용이 아깝지 않았다. 무엇보다 혼자 편안히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었다.


그런데 병실이 나서 변경을 한다는 말은 소변 미션도 클리어하지 못한 나에게 청천벽력과도 같았다.


소변도 못 봤는데 갑자기 일어나 “걸어서” 새 병실로 이동해야 한다니…!!!

2인실에서 1인실 병실까지 가는 길은 너무 길었다. 끝과 끝방 느낌이랄까..? 조무사님의 손을 꼭 부여잡고 기나긴 복도를 천근 같은 몸을 이끌고 지나오니 저절로 걷기 운동이 되었다. 기세를 몰아 이동한 병실에 도착해 소변보기 미션까지 성공적으로 클리어했다.


이제 방귀만 뀌면 된다..


4시 30분

남편이 도착했고 생각보다 회복이 빨리 되었는지 부축 없이 혼자 슬슬 걸어 다닐 수 있게 되었다. 체중계까지 걸어가 체중을 쟀더니 몸무게가 4.05kg 빠져있었다. 아가가 2.78kg로 태어났는데 양수 양이 많았나? 잠시 생각했다.


7시

수술 후 새벽부터 발가락이며 몸을 움직인 게 도움이 되었는지 아니면 모성애의 힘이었는지 생각보다 회복이 빨리 되었다. 한 손은 남편손을 잡고 한 손은 링거줄 대를 잡고 씩씩하게 걸어서 나의 그녀 호랑이의 면회를 갈 수 있었다.

신생아실 유리벽 너머로 약 2분간 면회가 가능했는데 그 시간은 너무나 짧았다. 그나마 동영상 촬영을 해서 남편과 나는 한동안 병실에서 내내 그것만 돌려보았다.


아기의 면회방법은 다음과 같다.

미리 신생아실이 있는 층으로 가서 키오스크에 줄을 선다.

키오스크에 신생아실 대기 버튼을 누르고 팔찌에 바코드를 찍으면 대기 입력이 된다.

벽에 붙은 모니터에 커다란 대기자 화면이 뜨는데 설레는 마음으로 순번을 기다리다가 순서가 되면 3명의 산모 또는 산모 & 아빠가 차례로 신생아실 유리벽에 달라붙는다.

유리벽너머 커튼이 천천히 열리면 사랑스러운 아가들이 신생아 배드에 누워있다.

아가 태명을 부르며 아가가 놀랠까 엄마가 왔다고 작게 외친다.

그 순간을 눈에 담고 핸드폰에 담는다.

애석하게도 2분은 너무 짧고 저마다 아.. 하는 탄식과 닫히는 커튼을 막지 못하고 아쉬운 면회가 끝난다.


나의 첫 번째 그녀 호랑이를 처음 본 그날의 그 면회는 아직도 생생하다.

신생아실 유리벽 커튼이 열리자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우는 모습을 보여준 내 아기. 너무 작고 인형같이 예쁜 내 딸. 야속한 유리벽 너머로 보이는 천사 같은 호랑이를 너무나 안아보고 싶고 만지고 싶었다.


너무나 짧았던 2분의 면회를 마치고 병실로 올라가는 길은 면회를 가던 길과는 사뭇 달랐다. 너무 아쉬웠다. 신기하게도 아기를 만나러 가는 길은 하나도 안 아픈 것 같이 씩씩한 발걸음이었는데 돌아가는 길은 왜인지 배가 아프고 발걸음도 무거웠다. 남편의 표정도 아쉬움으로 가득했다.


병실에 도착해서 거울을 보니 아직 가스가 안 나와 윗배가 볼록했다. 밥다운 밥을 먹으려면 가스가 꼭 나와야 하는데 가스는 나올 기미가 없었다. 병실 앞 복도를 3회쯤 왔다 갔다 했는데 나오라는 가스는 안 나오고 트림만 많이 나왔다.

오로도 조금씩 많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제는 심전도기도 떼고 무통도 떼었다.

계속해서 가스가 나오라고 병실을 걷고 또 걸었다. 가스가 가득 찬 윗배에 복대를 차고 핫팩을 대고 옆으로 누워보고 다리도 떨어보고 별짓을 다했는데도 가스는 안 나왔다. 마지막으로 정면으로 누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윗배 마사지를 했다.

도대체 가스는 언제 나올까? 내일은 밥을 먹을 수 있을까?


이렇게 엄마가 된 첫날이 지나갔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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