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제왕절개 수술 후 회복기 2.
2022.08.28 (D+2)
새벽 1시
간호사 선생님은 새벽에도 수시로 들어와 혈압을 쟀다. 왜인지 자꾸 130대 정도의 혈압이 측정되어 수동으로 다시 재는 경우가 많았는데 수동으로 재면 또 결과가 괜찮았다.
핫팩을 윗배에 대고 왼쪽으로 천천히 돌아누워 봤더니 배안쪽에서부터 뭔가 비집고 들어가듯이 아프다가 ‘피식’하고 방귀가 나왔다. 이후 비슷한 양상으로 3번의 가스가 배출되었고 뭔가 조금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내일은 드디어 밥을 먹을 수 있다..!!
남편은 아기 호랑이가 잘 먹고 잘 자는지 벌써부터 걱정 인형이 되어 잠을 설쳤다.( 실은 수시로 혈압을 재러 오는 간호사 선생님 덕에 잠을 못 잔 것 같다.)
나는 남편이 월요일 출근 때문에 내일 밤 집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에 잠을 설쳤다.
5시 30분
혈압은 괜찮았고 팔에 주렁주렁 달려있던 수액들을 제거했다. 몸이 가뿐한 기분에 체중을 재었더니 어제보다 1kg 줄어 -5kg이 되어있었다. 나는 임신기간 동안 총 7kg 몸무게가 증량되었는데 이제 2kg 남은 것이다.
8시
드디어 기다리던 오전 식사! 는 생각보다 별로 맛이 없었다.
이후 나온 밥도 마찬가지였는데 간이 세지 않은 탓도 있었지만 매번 재료만 바뀌어서 나오는 미역국 때문에 더 맛이 없게 느꼈었던 것 같다.
이제 수액을 제거했기 때문이 복용해야 하는 약들이 생겼는데 진통제와 유산균이 처방되어 있었다. (매일 식후 30분 같은 약 복용)
9시 20분
혈압은 127/88로 괜찮았고 산소포화도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제 어제 새벽 가스가 한 번 나오더니 그 뒤로 방귀가 자꾸 나오려고 하는 게 아닌가..? 뜻하지 않게 연속으로 방귀를 4번 뀐 나는 남편에게 방구쟁이가 되었다.
운동삼아 병동을 3바퀴 걷고 오니 신생아실 수유콜이 왔다. 떨리는 마음으로 저녁 8시 수유실을 예약했다.
드디어 나의 그녀, 아기 호랑이를 안아볼 수 있는 시간이 온 것이다!!
맛없던 점심도 아기를 안아볼 생각에 맛있게 먹었다.
오후 2시
남편이 아가도 안아보고 해야 하는데 머리가 안 되겠다고 셀프 세정실에서 머리를 감겨주었다.
셀프 세정실에는 미용실 샴푸 의자 같은 게 하나 있었는데 거기 앉아서 누우면 보호자나 간호조무사 선생님이 머리를 감겨 줄 수 있는 시스템이었다.
내 머리는 못 감은 지 삼일째라 기름이 좔좔 흘러 떡이 지고 냄새가 나는 상태였는데 남편은 싫은 기색도 없이 두 번 머리를 감겨주었다. 세심하고 꼼꼼하게 감겨주는 남편의 손길이 너무 부드럽고 좋았다. 머리를 감겨주는 남편을 올려다보며 ‘나 참 결혼을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머리도 감은김에 환자복도 새 옷으로 환복 했다.
이후 제왕절개부위 원적외선 치료도 15분 하고 방귀도 뀌고 남편과 이 얘기 저 얘기하다 보니 시간이 흘러 아기 호랑이 면회 시간이 되었다.
저녁 7시
귀여운 그녀를 유리벽 너머로 만났다. 이번에도 너무 짧고 아쉬운 면회였다. 남편과 나는 각자의 핸드폰과 눈에 예쁜 그녀를 담았고 병실에 올라와서도 계속 보고 또 보았다.
그런데 뱃속이 부글거리더니 부글부글 큰 방귀가 나왔다.
8시
드디어 예약한 수유시간이 되었다.
처음으로 모유수유를 해 보는 시간이었는데 수유뿐 아니라 처음으로 내 아기를 안아볼 수 있다는 것에 너무나 떨리고 행복했다.
너무나 작고 소중한 어여쁜 내 아가!
귀도 만져보고 얼굴도 만져보고 발가락도 만져보고
얼굴을 어루만지며
찰싹아. 엄마야. 엄마 왔어~ 하니
작은 눈을 꿈뻑인다.
이윽고 신생아실 간호사 선생님의 지도아래 처음으로 수유를 해 보았다. 아기 호랑이 그녀는 젖 빠는 힘이 넘쳤다. 아직 호흡이 맞지 않아 나는 조금 어설프고 아가는 배가고팠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
인체의 신비로움이 이런 것인지 수유를 한 이후 가슴에 발열감이 느껴지고 단단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아기가 젖을 무니 수유공장이 돌아갈 준비를 하는 모양이었다.
수유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내 딸을 안아보기 위해 내일도 또 수유를 하겠노라 신청을 했다.
9시
수유가 끝나고 돌아오니 집에 갈 준비를 하고 기다리던 남편이 반기며 묻는다. 아가는 어떤지, 잘 먹는지, 건강하게 지내고 있는 거 같은지, 안아본 소감을 말해보라며 채근한다.
나는 우리 딸이 얼마나 작고 사랑스럽고 어여쁜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감정을 처음 알았다고 말해주니 남편은 자기도 빨리 안아보고 싶다고 내가 너무 부럽다며 아쉬워했다.
집에 돌아가려면 밤운전을 해야 하니 아쉬워하는 남편을 서둘러 보내고 병실에 돌아와 혼자 있으려니 시원 섭섭한 느낌이 들었다.
때마침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 피검사를 해갔는데 피검 결과 철분수치가 떨어졌다고 해서 가지고 있던 철분제를 다시 복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밤이 될수록 조금씩 가슴이 단단해지는 느낌이 들고 열이 나는 것 같았다. 이때는 몰랐다 이것이 출산보다 무섭고 아프다는 젖몸살의 시작을 의미하는 신호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