콤이 엄마가 되다 3.

이제 퇴원하세요. (feat. 아기 호랑이와 함께)

by GL

2022.08.29 (D+3)


새벽 4시

혈압을 재는데 140/100으로 또다시 높게 나왔다. 출산을 하며 높아진 혈압이 잡히질 않아서 매우 걱정이 되었다. 간호사 선생님은 철분수치도 확인차 또 채혈을 해 갔다. 임신과 출산을 겪으며 피를 정말 많이 뽑는 것 같다.


5시

일어난 김에 몸무게를 재러 갔더니 1kg이 더 빠져 있었다. 몸도 회복하며 에너지를 쓰는지 하루하루 살이 빠지는 게 신기했다.


6시

배에서 툭 뭐가 뚫리는 소리가 나더니 수술 후 처음으로 시원한 가스가 두 번 배출되었는데 남편이 집으로 복귀한 후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윽고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와 채혈결과를 말해주었는데 철분수치가 8로 낮아졌다고 일어나고 걸을 때 조심하라며 오전 오후 두 번 철분제를 복용하라고 했다.

이어서 초음파로 수술부위나 자궁에 피고임이 있는지 봤는데 다행히 피고임도 없고 혈종도 없고 자궁수축도 괜찮다고 했다.


8시 30분

아침식사를 마치니 교수님이 회진을 오셨다.

“엄마! 몸 컨디션 다 좋아서 내일 퇴원도 가능하겠어! 집에 가고 싶으면 가도 돼! 철분수치 떨어진 건 유도분만이 길어져서 출혈이 좀 있었던 거 때문에 그래. 그래도 수혈 없었으니까 괜찮아. 철분제 먹으면 되지! “ 하셨다.

그런데 혈압이 안 잡히는 건 수상하니까 심장내과는 꼭 가보라고 하셔서 심장내과 선생님 외래도 함께 진행해 주셨다.

수술 부위도 괜찮고 금요일에 방수밴드 붙이고 샤워도 가능하다고 했다. 샤워 후 건조하게 해 주는 게 관건!

이후 외래 진료날짜 잡아서 오면 임신 및 출산으로 병원 오는 것은 끝이라고 하셨다. 이 말을 들으니 뭔가 시원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 열 달 동안 교수님과도 정이 많이 들었나 보다.


어제 첫 수유를 시도해서 그런지 젖이 도는 듯 젖몸살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느낌이 들었다. 내가 출산 한 병원에는 병실 한편에 가슴마사지실이 있어서 예약하면 마사지를 받을 수 있었다. 한 번 받는 비용이 꽤 비쌌는데 가슴이 아프니 두 번 생각할 겨를이 없어 당장 오늘 오후와 내일 새벽 두 번의 마사지를 예약했다.


9시 20분

제왕절개부위 드레싱을 하고 간호조무사 님에게 부탁드려 머리세발실 이용서비스를 받았다. 머리 세발서비스는 입원기간 한 번 받을 수 있었는데 내일 오전에 퇴원을 하려고 보니 오늘 머리를 감는 것이 좋을 것 같았다.


10시

신생아실에서 콜이 왔는데 아기 호랑이가 황달 수치로는 8.3으로 정상인데 육안으로 살짝 황달이 있어 보인다는 연락이었다. 걱정이 되어 신생아 황달을 폭풍검색 해 보았는데 별 소득이 없었다.


낮 3시

남편에게서 전화가 왔다. 드디어 아기 호랑이의 출생신고를 했다고 한다. 아기의 주민번호를 들으니 기분이 묘했다. 이제 진짜 우리 가족이 셋이 되었구나!!


간호사 선생님께 말해서 연계된 소아과에 아기 호랑이의 BCG(피내용) 접종을 예약했다. 첫 접종예약을 잡고 나니 아기를 낳은 것이 더욱 실감이 났다.


6시

드디어 가슴 마사지를 받았다.

역시나 젖몸살이 시작된 것이 맞았고 마사지 선생님은 때맞춰 잘 왔다고 했다. 먼저 따듯한 수건으로 가슴을 풀어주고 땅땅하게 뭉친 가슴을 살살 마사지해주셨는데 너무 아프면서도 뭔가 풀리는 느낌이 들어 신기했다. 마사지를 받고 있는데 잘 나오지 않던 초유가 조금씩 나왔고 마사지사 님은 아까운 초유를 젖병에 차곡차곡 모아주셨다.

가슴마사지가 끝나니 여전히 가슴은 아팠지만 조금 풀린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마사지사님은 이따 8시 수유 후 유축기 사용법 배워서 3시간마다 유축을 시도해보라고 하시면서 유축 전에 기저부 마사지를 꼭 하라고 했다.

(안으로 사선으로 위로 돌리고 유륜부 꼬집 x3)


7시

짧고도 달콤했던 3분의 면회시간이 끝나고


8시

드디어 두 번째 수유 시간이 되었다.

오늘 마사지를 받아서 그런지 어제와는 다르게 아기 호랑이가 젖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눈을 똘똘하게 뜨고 젖을 쪽쪽 빨아먹는데 너무 귀여워서 어떻게 하나 싶었다. 이렇게 도치맘이 되는가 보다를 실감하며 또 짧고 달콤했던 수유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9시-11시

유축기라는 것을 처음으로 사용해 보는지라 간호사 선생님께 상세히 사용법 설명을 듣고 양쪽 가슴 20분씩 첫 유축을 시도해 보았다. 콜드브루 커피가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듯 유축기에는 40분간 소중한 초유가 모아졌다. 힘겹게 유축을 끝내고 젖병에 엄마아빠 이름을 써서 신생아실 가져다주었다. 초유 유축에 성공한 내가 장해서 배달 가는 길에 사진도 찍었다.


아 그런데 이제 진짜 젖이 도는지 밤에 가슴이 너무 단단해지고 뜨겁고 아파서 잠을 못 잘 지경이 되었다. 아이스팩을 가슴에 대고 밤을 지새웠다.


2022.08.30 (D+4)


새벽 6시

가슴이 너무 아파서 어쩔 줄 모르는 사이 밤이 지나갔다.

다행히 예약한 마사지가 새벽 6시였기에 나이스 타이밍을 외치며 가슴 마사지를 한 번 더 받았다. 마사지 후 모인 초유를 보니 지난번보다 조금 더 모여 있었다. 소중한 초유는 역시 신생아실 배달했다.


이후 오전시간 제왕절개부위 드레싱을 하고 가슴에 아이스 팩을 대고 젖몸살을 견디고 있으니 남편이 올시간이 되었다.


9시 30분

남편이 병원에 도착해서 퇴원수속을 밟아주었다. 그동안 나는 짐정리 및 환복을 했는데 임부복으로 입었던 원피스를 다시 입으니 배가 들어가 있는 것이 갑자기 느껴지면서 다시 한 번 출산을 실감했다.


10시 46분

퇴원을 하며 보니 내가 일인실을 사용한 금액이 높게 나왔을 뿐 아기 병원비 5만 얼마에 수술비 조금이 나온 것을 보고 우리나라 의료 시스템에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이제 아기 호랑이를 만난다는 생각에 들뜬 남편과 나는 신생아실로 향했고 신생아실 간호사 선생님은 빠르게 아기를 확인시켜 주셨다. 아기 호랑이는 내가 분만 때 입원하며 전해준 신생아 우주복을 곱게 입고 있었다. 팔다리에 찬 인식표, 손가락 발가락 개수, 몸 구석구석, 생식기까지 확인하는 찰나 아기 호랑이가 응아를 발사했다. 이후 기저귀를 세 번 갈았고 새 꼬까옷에 똥도 묻힌 상태로 퇴원을 하게 되었다.

다행히 황달끼도 모두 정상으로 돌아왔고 신생아실에서 검사한 검사 모두 정상소견으로 나왔다고 전달받았다.

B형 간염 접종도 신생아실에서 완료한 아기 호랑이는 이제 병원을 떠날 준비를 마쳤다.


남편이 조심스럽게 아기 호랑이를 처음 안아 보았는데 감격! 첫 부녀상봉! 그 자체였다.

내 눈에 너무 귀여운 둘이 함께인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러웠다. 남편은 아기 호랑이를 안아 들고는 너무 작고 소중해서 어쩌냐며 안절부절못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차까지 걸어가는 한걸음 한걸음에도 조심 또 조심하며 걷는 남편이 귀여웠다.

2.78kg으로 태어난 아기 호랑이는 갓 3kg이 되어 퇴원했는데 너무 작아서 카시트에 맞지를 않았다. 어찌어찌 카시트에 태우고 남편이 조심조심 운전을 해서 조리원으로 이동했다.


그렇게 나와 아기 호랑이는 천국이라는 조리원에 입성하게 되었다.

토요일 연재
이전 05화콤이 엄마가 되다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