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현동이요, 어? 여자분이시네요.
늦잠을 자고 회사에 지각할 것 같아 탄 택시에 뜻밖의 여자 기사님이 운전대를 잡고 계셨다.
택시를 많이 타보지 않아서일 수 도 있겠지만, 나에게 택시 기사님은 당연히 남자분이었다.
왜 당연하다고 생각했을까, 우리 엄마부터도 운전 엄청 잘하는데.
네~ 다들 남자라고 생각하더라고요. 하하. 출근하시나 봐요?
나의 반응이 새삼스럽지 않다는 듯 가볍게 웃으며 출발하신다.
아침에 분명 일찍 출근하셨을 텐데 기분이 좋으신지
피곤한 기색도 없이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라디오 볼륨을 높인다.
예쁜 아가씨는 남자 친구 있어요? 우리 아들 참 괜찮은데.
기사님의 기분 좋은 말 한마디에 나는 없다는 대답에도 웃음이 나왔다.
우리 아들이 이번에 회사를 들어갔는데, 다들 아는 회사야. 대기업이에요.
아가씨도 알겠지만 요즘 취업이 엄청 힘들다면서요, 그래도 다행히 한 번에 갔네요.
흥얼거리던 기사님은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는지 자신의 자랑거리인 아들 이야기를 쏟아내셨다.
연신 웃으며 나에게 말을 거는 모습도 밑바탕에는 아들의 성취가 깔려있었을 것이다.
내가 좋은 일도 아닌데, 기사님의 행복한 에너지는 나까지 웃게 만든다.
고단한 하루를 보내고도 취업 준비에 허덕이는 자식들에게 힘들다 한마디 하지 않으셨을 것이다.
우리네 부모님들은 자신보다는 남의 처지를 더 생각하시는 분들이니까.
어쩌면 아들의 고민과 고생을 덜어주지 못하는 자신을 더 탓하셨을 것이다.
한 고비를 넘은 아들의 작은 성공에, 아니 어쩌면 큰 성취에 누구보다도 기뻐하셨을 기사님, 아니 어머니.
그 힘으로 다시 운전대를 잡고,
손님들에게 웃으며 인사하고,
친절한 한마디를 건네셨을 어머니는
다른 어머니들과 마찬가지로
자식의 행복에 당신이 더 행복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