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줄게
태이와 함께하는 첫 추석이었다.
개천절, 한글날, 추석까지 연이어진 직장인에겐 쉽게 오지 않는 황금연휴. 예전이라면 설레는 맘으로 이 순간만 기다리고 온전히 즐겼을 테지만, 이번 연휴는 달랐다. 긴 연휴를 앞두고 한숨을 푹 쉬던 이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나에게 왔다. 한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 이 에너지 넘치는 작은 인간과 열흘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 그렇게 지지고 볶는 연휴가 시작되었다.
요즘 태이는 유아차와 카시트를 유난히 거부한다. 날 묶지 말라는 듯 온몸을 팔딱이며 벗어나려고 한다.
가까운 시댁으로 가는 길은 떡뻥으로 버텨보지만, 두세 시간을 가야 하는 나의 본가로 가는 길은 늘 전쟁이다. 낮잠 시간에 맞춰 출발해도 잠으로 벌 수 있는건 길어야 한 시간 반 남짓. 그 후엔 내려달라는 시위가 시작된다. 동요, 간식, 장난감으로도 통하지 않으면 차 안은 금세 혼돈의 도가니가 된다. 하기야 어른도 오랜 시간 차를 타면 힘든데 아기들은 어떻겠나 싶어 안쓰러운 맘이 들다가도, 고속도로 위에서 칭얼거림이 시작되면 난감하다.
이번 추석에도 그랬다. 잠을 푹 자다 일어난 태이는 또 강하게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떡뻥도 줘보고, 우유도 줘보고, 동요도 틀어주었지만 평화는 잠시뿐이었다. 어쩔 수 없이 벨트를 풀고 안아줘야 하나 싶을 때 즈음, 운전 중이던 남편이 뒤에 앉은 태이를 한 번 쳐다보고 먼저 깔깔깔 소리 내어 웃기 시작했다. 그가 태이를 달래는 특유의 방식이었다.
그러자 태이가 그 모습이 재밌는지 갑자기 꺄르르 따라 웃기 시작했고, 그 웃음에 나도 터졌다. 셋이 한바탕 웃고 난 뒤 태이는 신기하게도 칭얼거리지 않고 얌전히 앉아 집까지 갔다.
부모는 아이의 우주라는 말이 있다. 우리가 힘들어하면 아이도 불안해하고, 우리가 웃으면 세상은 아이에게 재밌는 곳이 된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며 알게 된 건, 아이의 기분도 나의 우주가 된다는 사실이다.
꺄르르 웃으면 드러나는 작은 아랫니, 환하게 빛나는 얼굴을 보면 달래느라 아무리 지쳤어도 마음이 녹는다. 그 웃음소리 하나면 다 괜찮다, 충분하다는 생각과 함께.
아이는 나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나는 아이를 통해 사랑을 배운다. 그렇게 서로의 우주가 되어간다. 그 세상이 더 따뜻했으면, 더 넓었으면. 그리고 사랑으로 가득 찼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