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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육아, 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

예고 없이 닥치는 비상상황

by 진아

"어머니, 태이 변 상태가 안 좋아요."


워킹맘이 된 후 가장 두려운 건 어린이집 원장님의 연락이다. 그중에서도 제일은 아이 변 상태가 좋지 않다는 말. 감기는 등원이 가능한데, 장염은 등원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럴 때면 하루가 송두리째 흔들린다. 누군가 한 명은 회사를 빠져야 하고, 예정된 하루 일과는 취소된다.


태이는 어린이집에 다니자마자 콧물을 달고 산다. 좀 나아졌다 싶어 약을 끊으면 2~3일 후에 새로운 바이러스가 생긴다. (웃프게도 태이는 이제 밥을 먹고 약통을 보면 두 팔 벌려 반긴다. 달달한 시럽을 식후 디저트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약을 챙겨 어린이집 가방에 넣고, 매주 병원에 들르는 건 이제 일상이지만, 변이 좋지 않다는 연락은 익숙해지지 않는다. 그때마다 우리 부부는 비상상황에 들어간다.


'비상, 원장님한테 또 연락 왔어.'

'오늘은 바로 집에 못 갈 거 같은데, 외근을 꼭 가야 해.'

'그럼 내가 점심 회식을 못 간다고 할게.'


문제는 변이 좋지 않다는 연락이 최근엔 2주에 한 번 꼴로 온다는 것이다. 양가 부모님의 도움 없이 온전히 나와 남편이 전담하다 보니 부담이 점점 쌓인다. 다행이라면 남편의 근무 환경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점, 내가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는 점이지만 그럼에도 맞벌이 부부로써 아이를 돌보는 일은 여전히 버겁다.


그럴 때마다 생각한다. 도대체 다른 부모들은 어떻게 버티고 있는 걸까. 가족의 도움 없이, 직장에서도 자유롭지 않은 부모들은 이 벽을 어떻게 넘어가고 있을까. 아이 한 명을 키우는 일이 이토록 벅찬데, 둘째를 낳는 건 정말 가능한 일일까. 출산율이 바닥을 치는 이유를 이제 가슴 깊이 실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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