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돌을 맞이하며
약 1년 전, 태이를 낳고 퇴원 후 조리원에 가던 길을 잊지 못한다. 걸어서 고작 10분 남짓하는 거리였지만 남편 차 뒷 좌석 작은 바구니 카시트에 태웠다. 행여 작은 덜컹거림에도 아이가 부서질까 안절부절못하며.
무언가 불편했던 태이가 크게 울기 시작했고, 어쩔 줄 몰랐던 나도 같이 울어버렸다(..)
열 달 동안 품던 아이를 눈 앞에서 만났다는 감동은 잠시, 내가 앞으로 어떻게 이 작은 아기를 키울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이 날 덮쳤다. 그렇게 모든 게 막막하고 혼란스럽던 시간은 두 달 정도 계속 됐다. (지금 생각해 보면 산후 우울증이 왔던 것 같다.)
세 달쯤 지나자 아이는 그새 커서 나를 보며 웃기도 하고 밤에도 제법 잘 자기 시작했다. 엄마가 되는 것도 익숙해져 갔다. 매일 다르게 크는 태이가 신기했고, 그만큼 더 예뻤다. 내 부모가 그랬듯 내가 누군가의 부모가 되어 자식을 책임지고 사랑할 수 있을까 의심했던 것이 무색하게, 정말 내 안에도 모성애가 깊게 생겼다. 그동안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사랑의 모양으로.
아이가 크는 만큼 새로운 세상이 계속 열린다. 그때가 편한 때라는, 믿고 싶지 않던 육아 선배들의 말에 공감이 가기도 하고 날이 갈수록 치솟는 태이 에너지가 벅차기도 하지만, 우리 세 가족이 같이 있는 순간순간은 너무 소중하고 사랑스럽다. 부족함 없이 온전하다.
돌잔치는 양가 가족만 모시고 소박하게 하고 싶었다. 결혼식만큼은 아니었지만, 돌잔치도 준비해야할 것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도 그 덕에 지난 1년간 태이가 성장한 순간을 차근차근 돌아볼 수 있었다. 돌이켜보니 정말 태이 존재만으로 내 삶에 사랑이 가득 찼다. 태이를 통해 그간 느끼지 못한 온전한 사랑을 배운다.
무엇보다 건강하고, 무탈하게 잘 자라주어 그저 고맙다.
앞으로 태이는 어떤 아이로 자랄까. 궁금하고 기대되면서도 어떤 모습이든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다. 우리에게 와준 가장 큰 기쁨이자 선물, 태이의 앞 날이 별처럼 오래도록 빛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