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려놓을 때 비로소 단단해진다
다음 달이면 태이도 돌 아기가 된다.
이 무렵이 되니, 태이도 점점 사람스러워(?) 지고 있다.
원하는 곳에 네 발로 기어가고, 무언가 짚고 일어서고, 지지대를 잡고 걷는다. 원하는 바를 또렷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요즘 내가 태이에게 가장 자주 건네는 말은,
“태이가 손에 갖고 있는 거 여기다 놔볼까?”다.
손은 두 개뿐인데, 태이가 쥐고 싶어 하는 장난감은 셀 수 없다. 양손 가득 장난감을 들고 있으면서도 또 다른 것을 쥐고 싶어 망설이다가, 누가 가져갈까 싶어 한 손의 것을 후다닥 던지고 금세 다른 것을 움켜쥔다.
문제는 일어설 때다. 두 손 가득 장난감을 쥔 채로 무언가를 붙잡으려니 손은 자꾸 미끄러지고, 뜻대로 몸이 움직이지 않으니 짜증이 나는 모양이다. 결국 ‘엄마, 도와줘야지?’ 하는 눈빛으로 나를 올려다본다.
그럴 때면 나는 “이걸 놔야지?” 하며, 내려놓는 법을 가르쳐본다.
“엄마한테 주세요.” 하면 실제로 건네줄 때도 있고, 도저히 주기 싫을 땐 주는 척하다가 낚아채듯 다시 가져가기도 한다. 쥔 것을 놓고, 나누는 방법을 조금씩 배우는 태이가 기특하면서도, 문득 내 모습이 겹쳐진다.
정작 나는 내 손에 쥔 것을 내려놓을 수 있는 사람일까.
이찬혁의 노래처럼 ‘짧은 인생 쥐뿔도 없는’ 삶인데도, 세상이 정한 행복과 성취에 두 손 가득 매달려 살고 있는 건 아닌가.
태이에게 손을 비우는 법을 가르쳐주려다, 정작 내가 배우고 있다. 쥐고만 있던 욕심을 내려놓아야 더 단단히 설 수 있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