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우는' 하루에서 '채우는' 하루로.
아이를 키우다 보니, '오늘은 뭘 하며 시간을 때울까'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진다.
아이가 생기기 전에는 남는 시간의 지루함을 덜어보려는 말이었다. 영화 한 편, 커피 한 잔. 그땐 모든 시간이 온전히 나를 위한 것이었으니 나는 늘 시간이 많았고, '때운다'는 표현도 가벼웠다.
아이를 키우고 나니 이 말의 결이 달라졌다. 어린이집 등원 전 삼십 분, 밤 잠에 들기 전 한 시간. 어떤 놀이를 하며 시간을 때울지 생각한다. 책을 읽어줄까, 산책을 나갈까, 공놀이를 해볼까. 그리고 속으로 이렇게 생각한다. '이 시간만 지나면 쉴 수 있다.' 늘 피곤함이 묻어있는 생각 속에, 마음 한편에서는 시간이 빨리 가버리길 바라는 마음이 든다.
그러다 문득 겁이 났다.
나는 지금 다시 오지 않을 이 소중한 시간을 서둘러 보내고 있는 게 아닐까. 그토록 소중하다며 눈과 마음에 꼭꼭 담아 놓자 다짐하면서 정작 현실에선 '버티자, 때우자'가 먼저 떠오른다니. 물론 어떤 날은, 그래야 간신히 하루를 보내는 날도 있다. 하지만 '때운다'라고 말하면 시간은 텅 비어있는 것이 되고 서둘러 보내야 하는 시간이 된다.
그러니 이제는 말을 조금 바꿔보려 한다. '때운다' 대신 시간을 함께 '채운다'. 지금 이 순간만 볼 수 있는 아이의 표정과 몸짓을 더 눈에 담고, 날이 좋은 날엔 함께 예쁜 하늘을 보고, 아이의 웃음소리로 이 순간을 채워보기로.
시간을 '때우는' 하루에서 '채우는' 하루.
이 변화가 나를 조금 더 나은 엄마로 성장시켜 줄 거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