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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Oct 24. 2023

명태 맛 과자.

못난 글

“잠시만 기다려봐.”

면 경찰서 앞에 자리한 편의점, 주인 언니가 맥주를 계산하려 기다리는 동생 두부와 나에게 다급한 눈치를 보며 튀김기가 있는 조리대 밑에서 과자 두 봉지를 꺼내왔다.

“없어서 못 팔아. 자기네 오면 주려고 남겨놨어.” 그러면서 얼른 가방에 넣으라며 편의점 문을 힐끔거렸다.

“먹태깡? 이것도 허니버터칩 같은 거야? 두부는 먹어봤어?”

“난 먹어 볼 생각도 안 했는데. 유명한 거야?”

“글쎄, 나도 처음 봐.”

“손님 오면 하나씩만 팔아. 그것도 없어서 못 팔아. 맥주랑 안주로 먹어봐.”

“고마워 언니.”     


없는 먹태깡을 챙겨준 언니가 고마워야 는데, 그다지 과자를 좋아하지 않는 나로선.


10년 됐나?

‘허니버터칩’이라는 과자가 난리였다.

“정말 맛있어. 꼭 먹어봐.”라며 줄 서서 동네 슈퍼 주인이나 편의점에 부탁해 사야 했던 과자. 과자를 굳이 예약해 놓고 먹어야 하나, 어차피 조금 있으면 누구나 다 먹을 수 있을 텐데. 그저 마케팅이지라고 생각했던 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내 손에 들어온 ‘허니버터칩’. 봉지를 뜯어 한 개를 입에 넣고 ‘와~ 이래서 사람들이 줄을 서는구나!’라며 환호를 해야 하는데, 그닥. 차라리 고구마깡이 더 좋았다.


집으로 돌아와 두부와 난 식탁에 앉아 접시에 ‘먹태깡’을 쏟아냈다. 냄새는 짭짤한, 과자라면 먹고 또 먹는 동생도 “냄새는 그저 그런데.”라면서 킁킁댔다. ‘그래, 두부는 생선을 안 좋아하니까. 하지만 새우깡은 잘 먹는데.’라고 생각하며 동생이 ‘먹태깡’을 하나 입에 넣는 것을 바라봤다.

바직 바사삭 깨물며 오물거리던 동생이 “언니 맛은 아니네. 치즈 가루에서 나는 맛이 나는데, 난 새우깡.”

“그럼 난 안 먹을래. 어쩐지 냄새가 비려.” 난 생선을 아주 좋아한다. 하지만 합성첨가물인지 아니면 요즘 새로 나온 첨가물인지 모르겠지만 야릇한 비릿한 향과 맛을 내주는 성분이 들어간 제품을 먹지 못한다. 예를 들자면 회오리 감자에 뿌린 치즈.    

 

“그래도 하나 먹어봐. 맛은 봐야지.”라며 날 뚫어지게 쳐다보는 두부.

그래도 맛이 좋으니 사람들이 찾을 거로 생각하며 하나를 베어 물었다. 역시 내 입맛은 아니라며 남은 부분을 가만히 내려놓았다. 이 모습을 본 두부가 킥킥대며 웃었다.

“난 옛날 사람인가 봐. 새우깡이 훨씬 좋네.” 하며 한과를 한 움큼 쥐어 다른 접시에 올려놓았다.

어쨌든 개인의 취향이니까.


결국 과자를 좋아하는 두부와 과자를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나는, 조그만 봉지를 비우지 못하고 사 온 맥주를 다 마셨다.


그러고 한 두어 달 지난 어느 날,

동생이 맥주와 함께 들고 들어 온 봉투 안에 과자가 들어있었다. 뭐냐고 턱으로 봉지를 가리키자.

“과자. 먹대이토.”

“그건 먹태랑 포테이토 섞인 거야?”

“언니 어떻게 알았어?”

“요즘 먹태 들어간 과자가 유행이야? 한국 사람들 명태 참 좋아해. 어린 노가리부터 씨를 말리는구나. 요건 맛이 어떨까?”


우린 접시를 가져다 ‘먹태이토’를 뜯어 접시에 쏟았다.

“냄새는 고추가 들어갔나?”하고 입에 한 개 가져가 물었다. 빠직 바지직 소리를 내며 이빨에 부서진 과자에선 이상하고 오묘한 맛이 났다.

“맛이 이상해. 두부야 먹어봐.”

하나를 입에 넣고 눈을 치켜뜨고 골똘히 생각하던 동생 “먹태깡이랑 맛이 틀리네.” 그리고 또 하나를 입에 넣었다.

“청양고추 들어갔나 봐.”라는 내 말에 두부가 봉투에 쓰인 글을 읽어보더니 “청양고추 마요 맛이래.”라며 다시 오물거리며 맛을 생각하는 동생.

“난 먹태깡보다 나은데.”

“나도 언니.”

그렇게 5개쯤 먹었나...

“청양고추 다져 마요네즈에 찍어 먹거나, 간장을 약간 더 넣어도 좋겠네. 청양고추 없으면 마요에 핫소스? 케첩도 괜찮고,”

결국  과자 킬러 두부가 "난 새우깡."을 외치고, 나를 쳐다보며 과자를 드리대는 그녀를 외면했다. 그래도'먹태깡'보다  맛이 좋았지만 '먹태이토'는 '새우깡'을 이기지 못하고 봉해졌다.


시원한 생태찌개에 얼큰한 동태탕, 콩나물과 김에 싸 먹으면 맛있는 매콤한 코다리찜, 고소하게 구운 황태 양념구이, 제상에 빠질 수 없는 북어 그리고 명태 전. 우리는 애태부터 명태로 생으로 말리고 얼려서 갖가지 음식을 먹는 대한민국. 맥주·소주·막걸리에 간단하고 배 안 부른 안주로 노가리나 먹태를 손으로 살살 쪼개, 청양고추 간장이나 마요네즈에 찍어 오물거리면 그 고소한 맛이라니. 한국에서 명태 소비가 1등이라는 말이 괜히 나오는 건 아닐 거다.   

  

날씨가 명태가 살아가는 바다를 힘들게도 했지만, 날씨 얘기 나오기도 훨씬 전부터 러시아에서 들여오지 않으면 먹지 못할 명태.

이제는 우리가 좋아하는 명태가 과자로 우리에게 찾아왔다.

앞으로 시원한 생태 맛, 얼큰 동태 맛, 매콤 코다리찜 맛 과자를 보게 되는 것은 아닌지.

어쩌면 북어 가루를 넣은 제사용 밀가루가 나오지는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해본다.   

  

“두부야, 시원한 생태찌개 먹고 싶다. 마트 가서 생태 맛 라면 좀 사 올래 매콤한 로~”

“두부야, 마트에서 사 온 명태 밀가루 좀 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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