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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임 Oct 28. 2023

시원한 콩나물·김치 순두부국 쉽지~ 너도 해봐.

못난 글

“다 준비했어?”

“응, 바구니, 방역복, 장갑. 언니 장화는 신고 갈 거지?”

악어 그림이 사라진 하얀 면티에 꽃무늬 몸빼를 입고 있는 날 바라보는 두부는 회색 반발에 꽃무늬 몸빼를 입고 꽃무늬 장화를 들고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신고 가자. 모자도 챙겨. 떨어지는 탱자 맞으면 아프다.”

우리는 저기 멀리 논 건너에 보이는 이웃집으로 탱자를 따러 가려 준비 중이다.


차를 타고 논밭을 돌고 돌아 도착한 노랑집, 아저씨와 여사님이 막 점심 식사를 마치고 우릴 기다리고 계셨다.

“식사는 했어요?”

“네 저희는 먹고 왔죠. 식사하셨어요?”

“지금 막.”

역시 세계 유일무이하게 밥으로 인사하는 민족인 만큼 “안녕하세요?” 보다 “식사하셨어요?”가 먼저 튀어나온다.

우리의 텃밭 패션을 아저씨가 보자마자 “준비가 철저히 됐네.”라며 웃으신다.

차 한잔 마시고 나가자는 바리스타님, 우리가 찾을 때마다 맛난 커피를 핸드드립을 해주신다.

“우린 아랫집 가구 배치를 새로 하느라, 이제야 시간이 났어.” 몇 해 전부터 에어 비엔비를 운영하시느라 아기자기한 인테리어, 신선한 야채와 직접 구운 빵에 치즈를 올린으로 브런치까지 신경을 쓰는 70대 노랑 집 부부다.

“저희가 좀 봐 드릴까요?”

“날라야 하는 물건 있으면 도와드릴게요. 힘든 건 우리 시키세요.”라며 힘자랑하는 두부.

따뜻하고 향기로운 커피를 한잔하고 아랫집으로 향했다.  


멀리서 봐도 눈에 띄는 노랑색 집, 난 참말로 마음에 든다.

“작은 방하고 큰방 침대를 바꿨거든, 손님들이 TV가 있었으면 하더라고, 그래서 TV를 놓으려는데 자리가 마땅치가 않아.”

내가 봐도 이 집엔 TV가 썩 어울리지는 않는다. 약간 유럽 시골집 같은 스타일에 그림과 공예품이 많은 인테리어에 TV라...

“없으면 안 보면 되지. 놀러 와서까지 각자 노나?” 작업실엔 조그만 것이 하나 있긴 하지만 우리 집엔 TV가 없다. 그래도 불편한 줄 모르고 산다. 그러니 이 말이 나올 수밖에 없지.

“다른 사람들은 매일 보는 드라마도 있고 쇼프로도 있으니까. 필요할 수도 있지. 일단 생각을 해보죠.”

“난 이 상태도 좋은데.”라는 아저씨의 말에 우리 세 여자는 동시에 그를 바라봤다.

“일단 탱자부터 줍자고.”하고 말을 돌리는 아저씨와 집을 나와 탱자나무 숲으로 갔다.


개울 사이로 뻗은 탱자나무 두께가 굵직한 것이 꽤 오랜 시간 여기에 자리를 잡고 살았던 듯했다. 여기저기 떨어져 있는 탱자도 있었지만 나무에 달린 노랗고 큼직한 탱자가 눈에 들어온다. 나무 사이로 빠져나가는 일이 빠듯해 보인다. 난 나무 사이를 빠져나가려다 가시나무 사이에 끼어버렸다. 바둥거리며 살려달라는 날 두부가 외면하고 아저씨가 낫을 들고 왔다. 무사히 들어온 탱자 숲에서 몇 개 건져내지 못하고 다시 빠져나왔다. 자리를 옮긴 두부와 난, 나무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아저씨는 안 되겠다며 작업복을 하나 더 걸치려 집으로 가셨다. 두부가 나무 막대기를 들어 나무를 쳐대기 시작했고, 난 막대기로는 일이 더뎌질 것 같아 더 단단하고 긴 물건을 찾으려 주위를 돌아다녔다. 그러다 쇠몽둥이 발견. 어깨에 메고 다시 돌아와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날 두부가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나무에서 떨어진 실하디 실한 탱자를 두 바구니에 가득 채웠다.


“작업복 입고 왔는데, 도와드릴 일 없어요?”

“괜찮아, 오늘은 별일이 없네.”라는 말에 데크에서 방역복을 벗으려는데, 아저씨가 두리번거리다, “이 테이블 데크로 옮길까?”로 시작한 일은 “고양이 집만 . NO!”라는 여사님의 말에 고민하시더니 “그럼 저 뒤 잔디로 옮길까? 오봉(반려견)이랑 앉아서 놀고.” 하자, “굳이 옮겨야 하나?”라며 마음대로 하라는 듯, 여사님이 자리를 떴다. 그리고 다시 오신 여사님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침대를 옮기는 게 좋겠어.” 여사님과 내가 이야기하는 사이, 아저씨와 두부는 테이블을 들고 뒷마당으로 가고 있다.


우리는 노랑 집으로 들어가 침대를 옮기고, TV도 옮겨 모든 가구 배치를 다시 하고 만족스러운 마음으로 그들에게 갔다.

“오늘 일도 열심히 했는데, 시원한 콩나물·김치 순두부국 어때요?”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노랑집 부부는 “우리야 좋지.”라는 화답을 했다.

후다닥 탱자가 든 바구니를 차에 싣고, 길을 나섰다.


집에 돌아온 두부가 갑자기 볏짚을 나르더니 손질을 시작한다. 국을 끓여야 한다는 내 본분을 잊고 옆에 앉았다. “어떻게 하는 거야?”라고 방금 전 물어본 것 같은데, 내 손은 어느새 새끼를 꼬고 있다. 그것도 완벽히 잘하고 있다. “두부야, 나 몸이 전생을 기억하나 봐.”라며 미친 듯 새끼줄을 꼬는 날 보고 두부가 웃는다.

꼬던 새끼줄을 놓고 주방으로 들어가 멸치·다시마를 냄비에 넣어 가스레인지에 올리고 다시 나와 새끼줄을 잡았다.

탱자를 닦고 있던 두부가 “언니 이제 그만하고 국 끓여 가야 해!”

내 손은 새끼를 계속 꼬며 두부를 쳐다보았다. “두부야, 멈추질 않아.”     


콩나물·김치 순두부국     

멸치의 내장을 빼내고 다시마를 깨끗이 닦아 육수를 낸다. 여기에 대파, 마늘, 양파, 통후추를 같이 넣어준다.

끓인 육수에 먼저 총총 썬 묵은 김치를 넣고, 콩나물을 씻어 넣는다.

뜨거운 육수에 콩나물을 넣고 끓일 땐 뚜껑을 덮지 않고 끓인다. 그렇지 않으면 너 싫어하는 비린내 난다.

순두부는 한소끔 끓은 후에 넣는 거야.

다진 마늘을 넣고, 어간장을 넣어 간을 해. 김치에 간이 되어있고 김칫국물도 조금 넣어서 많이 넣지 않아도 될 거야.

끓어오르지? 그리고 콩나물 익은 냄새가 나면 순두부 투하.

그리고 중간 불로 줄입니다. 우리가 넣은 순두부는 시중에 제품으로 파는 것이 아니라, 콩을 직접 갈아 만들어 팍팍 끓이면 수분이 빠져 부드러운 식감이 사라진다.


다 됐다!

쉽지?


“자자 얼른 싸서 노랑 집으로 가자.”

“언니 죽순은?”

“깨 하고 참기름 넣어서 마무리하면 돼. 너 죽순도 배울래?”

“늦었어. 다음에.”     


일이 끝난 후, 모닥모닥 모여 밥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는 우리, 꼭 전원일기를 보는듯하다.

"밥만 해 놓으시라니까. 뭘 이렇게 차리셨어요."

여사님이 담아둔 고추와 마늘장아찌, 오징어젓, 호박 볶음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고구마순 볶음까지 한상을 차리셨다.

"아까 가져다준, 가지 무쳤지. 죽순도 해 온 거야?"

"두 분, 모두 좋아하시길래."

"간도 적당하고 시원하네, 역시 쌀쌀할 땐 따뜻한 국이 최고지. 이제 추워진다는 게 느껴지네."라며 맛있게 드셔주시는 두 분께 감사하다.

오늘도 열심히 일한 우리를 위해, 따뜻하고 시원한 국 한 발로 몸을 풀어낸다.


오들도 모두들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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